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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 사는 20세기 소년
모방해서 철저하게 내 것으로 만들기 본문
Good creator copy, great creator steal - 파블로 피카소 -
요즘의 자기계발서라 불리우는 책들을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어찌보면 당연한 이야기들 혹은 옛 유명인들이 남긴 그럴듯한 말들을 여기저기서 모아놓은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떠한 책이든지간에 그것이 책으로 세상에 나온 이상 그것에는 무엇인가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이 너무나도 당연하고 아무나 말할 수 있을 법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하더라도 어떤 자기계발서는 어떤 사람에게 딱 맞는 경우가 있다. 이 책 ‘훔쳐라’는 제목이 흥미로워서 읽어보게 되었는데, 별로 기대하지 않고 읽은 책에서 생각보다 많은 것을 건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저자 이도준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겠지만 창의, 창조, 혁신 등이 중요한 것으로 대두된 현대 사회에서 어떻게 하면 두각을 나타낼 수 있을지에 대해 올바른 통찰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된다. 저자가 말한대로 현대 사회에서 필요한 것은 모방이고, 더 나아가 모방을 넘어서 그것을 훔친 것처럼 진짜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물론 의미는 다르지만 성경(전도서)에도 이런 문구가 있다. “해 아래에는 새 것이 없나니 무엇을 가리켜 이르기를 보라 이것이 새 것이라 할 것이 있으랴. 우리가 있기 오래 전 세대들에도 이미 있었느니라” 이미 있는 것들을 어떻게 내 것처럼 이용할 것인가에서 성취의 기회가 달라진다. 책의 서두에서 밝힌 훔쳐라라는 슬로건은 의미가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실제 책의 내용에 들어가보면 슬로건이 주는 느낌을 상당히 많은 부분 갉아먹고 있다.
저자는 첫 장에서 큰 꿈에 대해 말한다. 꿈을 갖는 것은 혹은 큰 꿈을 갖는 것은 저자가 말한 것처럼 어떤 사람의 인생에서 무엇인가를 성취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저자가 예시로 들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가 자신의 인생에서 탁월한 성취를 이뤄냈다. 종종 이러한 이야기를 사람들이 들으면 유명인들이 이뤄낸 성취나 최종적인 결과만을 바라보고 정말 꿈은 크게 가져야 하는 것 같다라는 생각을 하고 나도 저렇게 살아야지 다짐하곤 한다. 하지만 한편으로 꿈은 그것 이외에 다른 많은 것을 포기하게 만드는 부작용도 있다. 즉 미래에 있을 알지 못하는 모습을 위해 현재의 삶을 혹은 지금 누려야 하는 인생의 즐거움을 놓쳐 오히려 인생의 풍미를 맘껏 누리지 못하는 비극을 초래할 수 있다. 꿈에도 양면성이 있다. 탁월한 성취를 이룬 이들에게서 보여지는 밝은면 뒤에는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혹은 말하고 싶지 않은 어두움이 있기 마련이다. 저런 큰 꿈을 가지면 나도 저런 인물들 처럼 될 수 있을 것이라 쉽게 생각하지 말아라. 이런 류의 자기계발서들을 통해 가장 쉽게 빠질 수 있는 실수가 이러한 태도이다. 다만,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취했던 사람들의 태도는 참고할 만 하다. 성실하게 준비하고,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확신하는 것은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걸 모르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이걸 굳이 책을 사서까지 읽을 필요는 없다.
최근의 사회는 혹은 사회를 이루는 구성원들은 점점 더 개성 혹은 차별성이 없어지고 있다. 이때 경쟁력을 부여하는 것은 남들과 다른 차별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자기 PR 혹은 자기 브랜드이미지 구축을 대부분의 전략으로 제안한다. 저자는 이것에서 그치지 않고 실제로 판매와 영업력까지 갖추기를 제안하고 있다. 이 제안은 참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결국 그것으로부터 어떤 교환 혹은 판매가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과 함께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태도에 대해서도 말해주고 있다. 흔하디 흔하지만 살아가다보면 정말 실천하기 어려운 ‘역지사지’의 정신으로 살아가자는 것이다. 정말 당연한 말을 책으로 썼다. 이런 것을 보면 책 쓰기 참 쉽죠잉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저자는 나름대로 이러한 내용을 적절히 모으고 정리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을 것이다. 그 정성에 경의를 표한다.
최고만을 기억해주는 일등주의 사회에서 우리는 살아가고 있는데, 저자는 이러한 시대에서 우리가 추구해야 할 진정한 가치는 Number One이 아니라 the Only One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시대를 살아감에 있어 적절한 태도라 생각한다. 그렇지만 다들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더 중요한 것은 그렇다면 어떻게 유일한 존재가 되는가이다. 이것에 대한 답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아마도 단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것을 찾아내는 것은 당신 자신에게 달려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을 어떠한 존재로 인식하고 있느냐가 이 문제에 대한 태도를 결정하게 된다. 스스로를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소중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이미 그것을 가진 것이다. 이러한 사람은 이 책에서 소개하는 유명인들과 같은 탁월한 성취를 하지 않았다고 해도 그냥 그 존재 자체로 인생의 만족을 느끼며 살아가게 될 것이다.
저자는 책의 중반부에서 정리정돈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데, 여기서 저자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에 빠진다. 창조적인 사람은 정리정돈에 능하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것은 일부만 사실이기 때문이다. 탁월한 성취를 한 매우 소수의 사람들 중에 또 어떤 사람은 정리정돈을 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었을 뿐이다. 실제로 우리도 저자와 같은 오류를 범하는 경우가 참으로 많다. 눈에 보이는 혹은 내가 경험한 정말 몇 가지의 사례를 통해 그것이 일반적인 사실로 확대해석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어떻게 보면 세상이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는 듯 하고, 또 어떻게 보면 보편화 혹은 단일화되고 있는 듯도 하다. 이렇듯 알듯하다가도 모르겠는 것이 세상이다. 몇 가지의 사례를 가지고 성급하게 일반화하는 오류를 범하지 말자. 웃음에 대한 언급도 마찬가지이다. 저자는 "유머가 많은 사람은 결코 망하지 않는다”라고도 썼다. 웃긴다. 이런 말로도 사람을 웃길 수 있다. 웃는 것이 몸에 좋기는 하겠지만 그것이 인생을 바꿀만한 결정적 태도가 되는 것은 아니다. 착각에 빠지지 말자. 잘 웃는 사람은 그냥 잘 웃는 사람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
단순함과 명료함에 대한 저자의 생각에는 나도 동의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단순함이라는 것이 이면에 가지고 있는 것을 진실로 깨달아야 한다. 이것을 깨닫기까지는 수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 이것은 이렇게 글로써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저자가 예시로 든 스티브잡스, 레오나르도 다빈치, 잭 웰치와 같은 사람들은 이것을 체득한 사람들이다. 단순함을 추구한다는 것은 본질이 무엇인가에 관심을 둔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저자는 또 자신감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다. 뭘 이런걸 책으로까지 쓰나 싶다. 자신감 또한 이렇게 글로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신감이란 스스로 경험하고 느껴야만 하는 것이다. 굳이 글로 쓰지 말아라. 옛날 같으면 종이와 잉크가 아깝다고 했겠지만 요즘과 같이 전자책이 나오는 세상에선 뭐가 아깝다고 해야 하나?
질문에 대한 태도는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 많은 영향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한국의 문화에서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렇게 배워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질문을 하는 사람도, 질문을 하는 사람의 주위사람도 불편한 것이 한국 사회이다. 하지만 이런 문화는 바뀌어야 한다. 저자가 말했던 정리정돈보다는 오히려 질문하는 것이 창의성을 만들어낸다고 생각한다. 질문이라는 것의 바탕에는 궁금함과 호기심, 그리고 무지가 있다. 모르는 것, 궁금한 것은 절대 그냥 넘어가지 말고 물어보자. 물어보는 것은 저자가 말한 것처럼 습관으로 들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물음은 자신의 내면으로도 향하는 것이 좋다. 자신에 대해서도 궁금한 것들이 분명히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것에 대해서 묻고 또 물어라. 그리고 대답을 구하라.
저자는 책의 마지막 장에서 ‘내 것을 훔치도록 마음의 빗장을 풀어라’라고 제안하고 있다. 이 제안은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시의적절한 제안이라 생각된다. 그런데 역시 안타깝게도 제목과 그 장의 내용은 별반 연관성이 없어보인다. 다른 사람들에게 내 것을 내어주는 사례들을 집어 넣어주었다면 일관성이 있었을텐데 아쉽다. 근검절약, 낭비하지 않는 것, 부지런함과 성실함, 남들과는 다른 개성, 행운과 행복이 내 것을 내어주는 것과 도대체 무슨 상관이 있어서 마지막 장의 제목을 이렇게 정한 것인지 모르겠다.
‘훔쳐라’라는 제목은 참 잘 지었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하지만 책의 전체적인 내용은 꽤 실망스럽다고 평할 수 있겠다. 대신 나중에 혹시라도 내가 작가가 된다면 이와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도록 주의해야겠다는 소중한 교훈을 주었다는 점에서 이 책은 매우 가치가 있다.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이 책은 구입해서 책꽂이에 꽂아두고 읽은 만한 책은 아니다. 저자가 서두에서 밝힌 것처럼 기존의 것들을 효과적으로 활용해서 내 것으로 만드는 전략을 고민하는 것은 현대 사회에서 매우 소중한 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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