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를 사는 20세기 소년

삶을 더욱 가치있게 만들어주는 '몰입' 본문

맛있는 책읽기

삶을 더욱 가치있게 만들어주는 '몰입'

초원위의양 2016. 3. 20. 00:05

몰입 생각의 재발견

작가
위니프레드 갤러거
출판
오늘의책
발매
2010.08.31
평점

리뷰보기

 


 "삶(내가 누구이고, 무슨 생각을 하고,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하고, 무엇을 사랑하는지)은 내가 집중한 대상들의 총합이다"


  지금의 나를 이루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무엇이 쌓이고 쌓여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일까? 이에 대한 명쾌한 대답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책의 저자인 위니 프레드 갤러거는 말하기를 "현실은 내가 선별적으로 주목한 것들이 이루고 있는 것이므로, 시시각각 주목의 방향을 올바로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 했다. 저자는 다음과 같은 의문들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주목'(attention)이라는 주제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연구 분야에 주목했다. 어찌보면 평소에 우리도 궁금해하던 것들이기도 하다.


- 특정 대상에 주목한 순간 뇌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 사고와 감정 작용에도 보고 듣는 것과 같은 과정이 진행될까?
- 집중 방식의 차이가 자아를 형성하는디 어떤 영향을 미칠까?
- '그' 대상에 주목하는 것은 왜일까?
- 자동차 사고가 일어난 지역이나 욕설 같이 부정적인 대상들이 멋진 경치나 칭찬보다 더 주의를 끄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 보통의 집중이 흐트러진 상태와 주의력결핍장애는 양적, 질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을까?
- 어떻게 특정 대상에 장기간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
- 이런 사실들을 삶과 일에 긍정적으로 적용할 수 있을까?


  저자에 따르면 무엇인가에 주목(attention)한다는 것의 기본 메커니즘은 선택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특정 대상에 집중하고 정보를 걸러냄으로써 주목은 모두의 것인 세계를 나의 세계로 만든다. 완전하게 몰입된 상태 혹은 몰두의 경험은 내면의 세계를 확장하고 삶의 깊이를 더해줄 수 있다. 몰두의 경험은 자신의 삶을 더욱 가치 있다고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개인의 자아와 삶에서 느끼는 기쁨은 다른 사람의 관심과 주목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산만해지는 진짜 이유는 전자장치들의 발달 때문이 아니라 진정으로 만족스러운 경험을 선택하고 누릴 수 있는 자신의 능력을 명확히 인식하지 못하는 데 있다. 


  주목은 무의식적으로 반응하는 기초주목과 자발적으로 일어나는 선택주목으로 구분할 수 있다. 기초 주목이 "지금 여기 있는 것 중 가장 명확한 대상이 무엇인가?"라고 묻는 다면 선택 주목은 "어떤 대상에 집중하고 싶은가?"라고 물을 것이다. 선택 주목은 사람들로 하여금 보다 어려운 목표를 추구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특출난 업적을 이뤄내는 사람들 대부분은 주목 대상에 몰두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하지만 이 탁월한 집중력은 자신이 흥미있어 하는 분야 이외에 대해서는 소홀하게 만드는 부작용도 일으킬 수 있다. 우리가 하나의 대상에 강하게 주목하게 이것은 우리 뇌에서 선명한 대표이미지로 부각되어 선택받지 못한 대상들은 하찮게 되는 편향 경쟁이라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와 같은 편향이 어떠한 대상을 향하는지에 따라 우리는 같은 장면을 보고서도 매우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저자는 왜 몰입이라는 것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지식이나 기술을 습득하는 방식, 정보를 저장하고 재생하는 기억 방식에서 주목의 법칙을 파악하고 활용하는 것은 몰입하는 삶을 관리하는 데 가장 중요하다(p.48) 풀 한 포기를 바라보든, 개인적인 문제를 고뇌하고 있든, 친구와 한담을 나누고 있든, 우리다 그 시간을 온전히 몰입하여 사용한다면 경험은 보다 특별해질 것이다. 특히 신중하게 선택된 대상들만을 받아들인다면 온갖 잡동사니와 부스러기들이 정신의 해변에서 씻겨나가고 누구보다 시간을 풍성하게 사용하며, 농밀한 경험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감각하는 것들을 견뎌내기보다 원하는 경험을 즐길 수 있도록 우리는 주목이 인생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데 해주어야 한다(p.52)


  저자가 관심있게 살펴보는 부분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주목에 대한 일반적인 경향성이다. 우리는 대개 부정적인 감정이나 대상에 상대적으로 더 주목하게 된다. 하지만 불쾌한 감정에 집중하는 것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이것은 잠재적인 위험이나 상실을 조정하고 관련된 문제들을 해결함으로써 고통을 경감시키거나 피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대상의 어두운 측면을 바라보는 것은 특정한 종류의 객관성을 부여해주기도 한다. 실제로 염세적인 사람의 삶에 대한 내정한 주목은 낙관적인 사람의 가슴뛰는 관점보다 더 현실적일 수 있다. 하지만 부정적인 감정에 집중하는 것은 문제 해결이라는 주요 목적에 부합하지 않을 때 큰 대가를 치르게 하기도 한다. 삶이 잘 진행되고 있다고 해도 초라한 감정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소비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슬픔이나 공포가 우리에게 상실이나 위험을 경고해준다면 기쁨, 만족, 호기심 같은 감정들은 우리가 외부 세계와 접촉하고 탐구할 수 있도록 해 준다. 사랑의 열정에 따른 집중은 유대관계의 지속에서부터 양육에 이르기까지 세대를 잇고 종족을 번식시키기 위해 인간을 화합시키는 것으로 종족 보존의 근본이 된다. 부정적인 감정이 주목 범위를 축소시킨다면 이는 위험이나 손실을 다룰 때 활용할 수 있고, 반대로 긍정적인 감정이 주목 범위를 넓힌다면 우리의 인식을 새로운 범위로 확장할 때 이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부정적인 것에서 긍정적인 것으로 주목을 전환하는 것은 나이듦에 따라 바뀌어 간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나이듦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언급이다. 왠지 세월이 지나가면 삶의 모든 것들이 의미를 잃어간다고 생각했었는데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 몰입하는 삶은 생의 모든 순간을 행복하게 살기 위해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 마음을 자신만의 소중한 정원으로 옮기고, 그곳에 무엇을 심고 키워나갈지에 대해 조심스럽게 숙고해보는 일이다. 더럽고 오염된 세상에서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은 비생산적인 대상들에게서 마음을 돌리고, 자신만의 경험을 관리하고, 마음을 중요하게 다루는 능력을 키우고, 생각과 감정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노인들을 지혜의 보고라며 공경하는 문화권에서는 그들이 가능성과 삶의 의미를 받아 들일 기회를 가장 잘 이용하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저자가 밝히고 있는 주목에 대한 사실 한 가지는 개인의 주목하는 경향과 그 개인의 기질사이에는 연관성이 있다는 것이다. 개인의 주목 방식은 진공상태에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각 개인이 처한 삶의 궤적이라는 틀 속에서 작용한다. 개인의 지적 능력도 개개인의 몰입 형태에 영향을 미친다. 몰입하는 대상은 그 부분에 대한 우리의 지력을 높여주고 이는 다시 주목도를 높인다. 또한 개인이 처한 신체적, 사회적 환경에 의해서도 주목 방식이 영향을 받는다. 천부적인 체험적 주목 능력을 가졌던 구 소련 출신 발레가인 루돌프 누레예프는 "기술은 열정이 사그라들었을 때 기댈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대체물이다."라고 말하며 주목의 두 가지 방식을 언급한 바 있다. 저자는 주목하는 능력도 훈련을 통해 습득될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몰입하는 삶을 유지하는 정신적인 상태도 육체를 단련하는 것처럼 후천적인 훈련이 가능하다. 우리가 하고 있는 일과 경험이 무엇에 주목할 지 뇌에게 가르쳐주고 신경체계를 개별화하며 결국 우리가 누구인지를 규정한다. 뇌 관련 연구들은 행동을 변화시킴으로써 뇌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다. 주목 훈련의 핵심은 정신적인 경험이 아니라 집중력이나 감정의 평형을 유지하는 능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명상처럼 특정한 대상에 집중하는 연습은 일상적으로 그 대상에 주목하는 능력을 향상시킨다.  주목 훈련은 집중력을 향상시킬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감정 상태에도 영향을 미친다. 운동처럼 주목 훈련도 각 개인의 주목 성향과 기질에 따라 적절하게 선택되어야 한다. 

  주목하는 능력은 사람과의 관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상대에게 주목하는 능력은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결정적으로 변화시킨다. 주목은 유대감을 형성한다든지 하는 감정 능력을 전달하기도 한다. 상대에 대한 주목은 상호작용과 피드백을 만들어내며, 우리가 보다 유용하고 더 큰 세계와 연결되어 있다는 감정을 부여해준다. 주목은 각 개인들보다 더 큰 부분의 일부라는 것을 느끼게 하는 사회적 유대이기도 하다. 인류학자 엘리너 오크스는 가족관계에 미치는 문화를 두 부류로 나누었다. (1) 마을 단위 사회에선 시선이 외부의 다른 사람을 향하도록 배운다. 아이들은 부모만이 아니라 친구나 다른 친지들의 보살핌을 받고 주변 사람들의 욕구를 활발하게 감지하며 자란다. 말을 배우기 전부터 이들은 타인의 행동과 감정에 주목하는 법을 배운다. 이런 문화에서는 상대적이고 대인관계 중심의 관점을 배우게 된다. (2) 개인화된 서구 사회에서는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필요와 욕구에 집중하는 법을 배운다. 아이들 주위의 사회 집단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다. 아주 갓난아이조차 장남감을 가지고 있으며 장난감의 형태와 색에 주목하면서 자란다.

  남녀간의 차이를 이야기한 부분이 나오는데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에 비해 너무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또한, 남녀의 차이에 대한 것은 기존에 알려진 주장들을 되풀이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책의 분량만 늘어나게 된 것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완전히 몰입하는 삶의 특징 중의 하나는 일과 놀이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것이다. 원하는 것에만 집중하고 그 외의 것들을 억제한다면 무엇도 성취하기 힘들다. 절정경험이라는 개념이 연구되었는데 이 최적의 경험 상태는 하고 있는 일을 즐기고 도전할 때 일어나는 완전한 집중에서부터 시작된다. 주목 혹은 동기는 몰입 상태에 돌입하게 해 주지만 이 두 심리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집중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일상의 대부분이 그저 흘러갈뿐인 경험들로 점철되는 주요한 이유는 사람들이 대개 일상의 모든 활동들이 기쁨을 주고 동시에 완전한 집중을 요구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칙센트미하이는 “테니스를 하는 동안 당신은 상대에게 ‘행복해’라고 말하지 않는다. ‘헉, 헉, 잠시만 쉬었다 하자’고 말한다. 행복은 당시 경험의 결과라기보다는 몰입에 대한 훗날의 회상에 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일에 집중하는 데 필요한 것은 일을 게임처럼 여길 수 있도록 하는 것과 다시 일로 돌아올 에너지를 회복시켜주는 부수적인 여가활동이다. 칙센트미하이는 지극히 일상적인 집안일을 하든, 길거리에서 아는 사람을 우연히 만나든 그 순간에 주목하고, 집중을 유지할 것을 제안한다. 대상에 즐길 만한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주목의 방향을 조절하고 완전히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연습하라는 것이다. 

  주목은 생각을 규제하고, 경험을 제한하여 중대한 의사결정이 필요한 순간 그 과정에서 착오를 일으킬 수 있다. 우리는 합리적 존재이지만 때로 잘못된 대상에 주목할 수 있다. 우리의 생각은 감정보다 인지적 착각 혹은 직관의 실수, 그리고 다른 결함 있고 파편화된 정신적 구조에 의해 길을 잃을 수 있다. 어떤 특정한 요소에 대한 집착은 그 요소의 중요성을 확대하는 매몰환상에 빠지기도 한다. 삶의 질을 좌우하는 데 소중한 자원인 여가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에 대한 선택만큼 중요한 것은 거의 없다. 우리의 주목을 흐트러뜨리는 상품과 서비스의 폭발적인 증가는 쉬운 결정을 무서운 트라우마로 만들어버렸다. 집중력을 공격하는 것들이 난무하는 시대에는 대상들을 자신만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으로 다루고 조절하는 분별력이 필요하다. 

  기억력 대회 우승자인 스콧 해그우드는 편안하게 일을 할 때 몰두 주목이 발현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주목이 전부는 아니다. 개인의 욕망과 열정의 힘과 함께 주목 능력이 함께 할 때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 수 많은 전자기기의 발달로 인해 멀티태스킹이 효율적일 것이란 환상을 가지게 되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이는 주목을 분산시켜 오히려 일의 효율을 저하시킨다. 동시에 두 가지 이상의 일을 하게 되면 정보를 제대로 다룰 수 없게 될 것이다. 멀티태스크는 전자적인 커뮤니케이션 방식들이 지닌 급격한 주의 전환, 일회성, 성급한 반응 특성 등을 강화함으로써 세계를 피상적으로 다루게 만든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집중하기 어려운 일을 앞에 두고 있다면 윌리엄 제임스라는 교사가 제안한 방법을 사용해 보라. 자주 요즘을 되풀이하고, 이미지화하고, 실례를 들고, 순서를 바꾸어보고, 일상적인 것들을 비틀어 보는 것이다. 

  많은 연구 사례들을 통해 저자는 부정적인 것 보다는 긍정적인 것에 주목하라고 제안하고 있다. 쓸모없는 생각과 감정에서 주목을 전환하고, 부정적인 사건들을 긍정적이고 가능성 있는 방향으로 재구성하는 것은 ‘건강한 습관’을 배양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이다. 물론 맞는 말이기는 하지만 저자 역시 본문에서도 언급했듯이 주목이 도움을 줄 수는 있으나 그것은 어떤 한 가지의 가능성일 뿐이다. 긍정적인 대상에 주목한다고 하여서 모든 사람이 과거 탁월한 업적을 남겼던 인물들처럼 성취할 수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 사람들이 쉽게 매몰환상에 빠지는 것처럼 이러한 류의 제안 즉, 긍정적인 것에의 강조는 사람들로 하여금 금정환상에 빠지게 할 수 있다. 주목이라는 혹은 몰입이라는 개념에 빠져서 그것이 전부인양 생각하게 되는 경향 말이다. 인생이란 긍정적인 대상들에 대한 주목과 몰입만으로 모든 것이 수월하게 되어가는 것이 절대 아니란 사실을 이 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도 다시 한 번 확인할 필요가 있다. 긍정이 전부라는 환상에 빠지지 않는다면 긍정적인 것에 주목하고 몰입하는 것은 인생의 가치를 높이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