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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 사는 20세기 소년
막스 베버 입문서로 추천하고픈 책 본문
오늘날 우리는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살아가고 있다. 자본주의라는 말을 매우 일상적인 언어로 사용하고 있지만 그것이 진짜 무엇인지 물어보면 대답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자본주의가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그와 관련된 책들을 찾아보기 시작하다가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이라는 막스 베버의 저서를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고전의 반열에 오른 책이니만큼 참으로 많은 책들이 출판되어 있었다. 도대체 어떤 책을 읽어야 하나 고민하다가 우연히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청소년 철학창고라는 이름이 붙은 시리즈인데 청소년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여러 고전들을 풀어쓴 책이었다. 나의 수준을 스스로 평가해 볼 때, 막스 베버의 저서를 이해하기 위한 첫 책으로 이 해설서가 딱이란 생각이 들었다. 막스 베버, 그리고 그의 유명한 저작에 들어가는 첫 발걸음으로서는 제격인 책이다.
책의 서두에서는 자본주의를 정의했던 여러 학자들의 견해를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다. 카를 마르크스(Karl Marx)는 이윤 획득을 위한 상품 생산, 노동력의 상품화, 일정한 목적을 가지고 계획된 생산을 자본주의의 특징으로 보았다. 마르크스의 자본주의에서는 자본가와 노동자들은 서로 적대적이고 대립적인 관계에 있고, 역사 발전 마지막 단계에서는 생산의 주체이자 다수인 노동자들이 계급투쟁을 통해 공산주의 사회를 건설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베르너 좀바르트(Berner Sombart)는 자본주의 체제란 서로 다른 두 인구군, 즉 지배권을 가지며 동시에 경제 주체인 생산 수단의 소유자와 생산 수단을 소유하지 않은 노동자가 시장에서 결합되어 함께 활동하는, 그리고 영리주의와 경제적 합리주의에 의해 지배되는 하나의 유통 경제적 조직이라고 정의했다. 막스 베버(Max Weber)는 직업을 통해 이윤을 조직적이고 합리적으로 추구하는 근대 자본주의를 '합리적 자본주의'라고 불렀다. 이는 정규적인 시장과 연관되어 이루어지는 경제 행위의 한 형태로서, 정확한 계산을 위한 장부 정리와 합법적 수단에 의한 체계적인 이윤추구를 특징으로 한다. 베버는 합리적 자본주의라는 경제 체제가 나타나기 위해서는 합리적 정신이라는 규범적인 조건과 이윤을 추구하는 자본주의라는 제도적 요소가 필요하다고 구분했다. 이 두 가지 요소 중 어느 하나라도 없으면 합리적 자본주의는 성립될 수 없다는 의미이다. 이 책을 통해 근대 자본주의를 이루는 원동력이 된 합리적 정신의 뿌리인 프로테스탄트의 직업윤리를 찾아가는 추론 과정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P.14~15)
베버는 자본가와 기업가들, 특히 근대 기업의 숙련된 상급 노동자와 관리자 계급 대부분의 사람들이 프로테스탄트라는 점에 주목하고 신앙과 사회 계층 사이의 관계에 대해 고찰하였다. 프로테스탄트들은 주로 경제적 합리주의 성향을 띠고 있음을 베버는 관찰하였고, 이를 프로테스탄트의 종파적 특징과 연결하고자 하였다. 프로테스탄트 종파는 종교 개혁 이후 개인에 대한 매우 엄격하고도 광범위하게 교회에 의한 구속을 강화시켜 왔다. 또한 노동의 정신 혹은 진보의 정신 등으로 부를 수 있는 프로테스탄트 정신은 세속의 쾌락이나 계몽주의적인 가치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베버는 주장하고 있다. 베버는 이 정신과 "엄격한 계산에 토대를 둔 합리성과 경제적 성공에 대한 예측 및 조심성을 갖는" 근대 자본주의 사이의 관계를 찾아가고자 하였다. 베버는 근대 자본주의 기업의 가장 중요한 특징으로 이윤과 손실을 화폐 관계로 보고 이것을 합리적으로 계산하는 것을 들었다. 노동자 측면에서는 정당한 경제적 활동을 통해 부를 획득하려는 헌신이 이를 통해 얻어진 소득을 개인적 향락에 사용하지 않으려는 금욕적 태도와 독특하게 조화를 이뤄 근대 자본주의 정신을 형성하였다.
자본주의 정신을 표현하는 것들은 다음과 같다. "시간과 신용이 곧 돈이다. 돈은 스스로 번식한다. 거래에 있어 정직과 시간을 지키는 것은 미덕이다. 신용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소한 일들에도 조심해야 한다. 수입과 지출을 잘 알아야 한다. 기회비용까지도 고려해야 한다." 이것은 벤저민 프랭클린의 설교 내용이다. 베버는 이와 같은 특징을 자본주의 정신의 원형으로 보고 있다. 또한 자본주의 정신이 생기고 작용하기 시작한 곳에서 자신의 실현 수단으로 화폐축적을 이뤄 냈던 것으로 본다. 베버는 화폐의 축적이 자본주의 정신을 작동시킨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자본주의 정신이 깃든 이들에게 쉬지 않고 지속적으로 행하는 노동이 삶에서 없어서는 안 될 생활이 되어 버렸다. 이것이 자신의 활동에 충실하도록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루터는 소명이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하였다. 루터는 금욕을 통해 세속적 도덕을 초월하는 것보다는 세속적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는 것이 신을 기쁘게 하는 것이라 보았다. 이러한 세속적 의무가 각자의 직업이자 소명이 된다고 보았다. 그렇지만 루터의 관점은 자본주의 정신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오히려 칼뱅주와 다른 프로테스탄트 교파들이 자본주의 발전에서 더 큰 역할을 했다.
베버는 현세적 금욕주의의 토대가 된 칼뱅주의, 경건주의, 감리교, 침례교를 주목하였다. 베버는 이들이 지닌 신앙과 윤리가 초기 자본주의 시대에 어떠한 심리적 영향을 미쳤는가를 탐구했다. 이 심리적 요인을 종교의 이름으로 개인들에게 요구한 현세적 금욕주의라 보았다. 칼뱅주의에서는 예정설에 기반한 자기 확신에 도달하기 위해 끊임 없는 직업 노동을 강조하였다. 침례교는 세속과의 단절을 위해 종교적 의무를 지키고자 관직을 맞지 않았고, 모든 종류의 귀족적 생활 방식을 철저히 반대함으로써 경제적 관심을 증대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했다. 여러 종파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경향은 사회적 신분 상태를 종교적 은총 상태로 여겼다는 점이다. 이 은총의 상태라는 것은 인간을 타락이나 세속으로부터 구별해 주는 역할을 했고, 각 개인은 생활 방식 속에서 자신의 은총 상태를 검증하려고 했다. 이에 따라 사람들 사이에서 금욕적 생활 방식이 지배적이게 되었다. 내세를 목표로 하면서 현세의 생활을 합리화하는 것이 금욕적 프로테스탄트의 직업 사상이 끼친 효과였다.
프로테스탄트에게 직업은 자신이 부여받은 것이고, 그것에 근면하고 금욕적으로 임해야 하는 것이 의무로 여겨졌다. 자신의 발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기회를 활용하지 않는 것은 신이 부여한 재능을 허비하는 것이고 현세에서의 의무를 적절히 수행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었다. 이러한 금욕적인 직업 개념은 신의 영광을 위해서는 지칠 줄 모르는 체계적인 노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비록 비천한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전통주의의 속박을 벗어버릴 수 있게 하는 강력한 추진력이 되었다. 노동은 그 자체가 절대적인 목적, 즉 신에 의해 부여된 소명이 된 것이다. 이 점에서는 노동자, 관리직, 기업가가 서로 다르지 않았다. 이러한 정신과 태도가 자본주의에 공급되면서 근대 서구의 특유한 자본주의 정신이 생겨났다고 베버는 주중하고 있다. 베버는 프로테스탄트 윤리에서 나타난 것은 자본주의 자체가 아니라 자본주의 정신이었고, 프로테스탄트 윤리는 자본주의 발생의 원인이 아니고 자본주의 정신을 형성한 원인이었다고 보았다. 또한, 확정된 직업에 금욕적으로 충실하라는 요구는 근대 전문화된 노동 분업을 윤리적으로 정당화하는 역할을 했다. 이와 같이 이윤 행위를 하느님의 섭리로 해석함으로써 사업가의 활동도 정당화했다. 사치와 방종은 금기 대상이 된 반면 스스로 부를 이룩한 중산층은 최고의 윤리적 평가를 받게 되었다. 이는 자본주의와 자본주의의 합리화 과정을 확대시키는 데 공헌하게 된다.(p. 164~165)
해설서답게 이 책의 말미에는 막스베버의 생애에 대해 짧게나마 소개해 주고 있다.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는 많은 도움이 되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어떠한 배경에서 살아왔는지 그 사람에 대한 역사는 그가 남긴 자취에 대해 이해하는 기초를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베버의 생애 가운데 눈에 띄는 부분이 있다. 베버는 프로테스탄트 교파들에 대한 연구를 통해 권위주의는 강제에 굴종하는 사람들의 마음속까지 다스리지 못한다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와 같은 베버의 생각은 요즘의 한국 사회, 구체적으로는 한국 사회의 지배세력들에게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한국 사회에서 대통령이라는 자리로부터 떨어져 나오는 권위의 부스러기들를 마음껏 향유하고 있는 자들이 보여주고 있는 지금의 모습들은 사람들을 진정으로 강제하지 못할 것이다. 그들은 결국 시민들의 대대적인 저항에 부딪치게 될 것이고 이내 향유하던 부스러기들과 함께 소실될 것이다. (현재 한국사회의 모습을 보며 답답함을 금치 못하기에 책의 내용과는 동떨어진 말이 튀어나온다.) 아무튼 이 책을 통해 역사를 통해 성취된 위대한 업적과도 같은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이라는 책과 이것을 쓴 베버라는 인물에 대해 조금은 친근해진 느낌이다. 이렇게 막스베버에 입문하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베버의 책을 먼저 만나는 것도 의미가 있을 수 있겠지만 이와 같은 해설서가 제공해주는 묘미는 이전에 먼저 이 책을 통해 일어났던 논쟁과 비판도 소개해 준다는 것이다. 본문을 읽기 전에 이러한 비평을 보는 것은 편견이 생기게 할 수도 있지만 나와 같은 문외한에게는 이러한 정보 또한 큰 도움이 된다. 이제 막 입문한 세계에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나아가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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