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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있는 동네책방 이야기 <낮 12시, 책방 문을 엽니다> 본문

맛있는 책읽기

매력있는 동네책방 이야기 <낮 12시, 책방 문을 엽니다>

초원위의양 2020. 6. 22. 21:52

“회사 그만두고 까페나 하나 하면서 살고 싶다. 매일 커피향을 맡으면서.”
“회사 그만두고 동네에서 책방이나 하고 싶다. 여유롭게 책이나 읽으면서 지낼 수 있잖아.”

 

   
직장생활이 힘들다며 회사 동료들과 푸념을 나누다 보면 종종 들을 수 있는 말들입니다. 그런데 까페 사장, 책방 사장이 이 말들을 들으면 얼마나 어이가 없을까요. 회사에 매여 월급을 받으며 살아가는 것이 힘든 일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까페나 책방을 하면서 생계를 유지하는 것 또한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책을 읽는 사람들 숫자가 점점 적어지는 한국에서 책방을, 그것도 자그마한 동네책방을 하겠다는 건 어쩌면 무모한 도전일지도 모릅니다. 그런데도 왠지 책방 주인이 된다고 생각하면 여전히 자유, 여유, 낭만이 먼저 떠오르는 것도 어쩔 수 없습니다. 아마도 책방을 꿈꾸는 사람들은 대체로 이런 일과를 상상하기 때문 아닐까요?

‘오전 9시에 출근해 매장을 간단히 청소한 후 주문 받은 책을 택배 발송합니다. 오전에 손님 몇 분이 다녀갑니다. 근처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동네 뒷산을 산책합니다. 2시까지 이런 저런 일을 처리하고 30분 정도 낮잠을 잡니다. 오후 손님이 있으면 접대하고 손님이 없으면 출판사와 서점, 독자를 잇는 일을 구상하다 6시에 퇴근합니다. 업무나 사람 관계로 인한 스트레스도 없고, 읽고 싶은 책도 맘껏 보며 여유롭게 시간을 누립니다.’
 

실제로 이런 모습으로 동네 책방을 운영한 책방 주인이 있습니다. <낮 12시, 책방 문을 엽니다>라는 책에 자신의 동네책방 이야기를 담아낸 역곡동 용서점 주인 박용희씨입니다. 그는 책을 좋아하는 마음과 서점에서 일했던 경험을 자산으로 자신의 책방을 열었습니다. 목표는 “1년 중 12월 한 달은 무조건 문 닫고 여행, 6년 일하고 나면 7년차에는 1년 동안 여행.” 이보다 더 매력적인 책방 운영 목표가 있을까 싶습니다.
 

“서점을 하려는 사람들이 대부분 이런 일상을 상상한다. 무언가에 쫓기는 일 없고, 좋아하는 책 실컷 읽고, 자유롭게 시간을 사용하는 여유로운 일상. (중략) 그러나 책방을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지인이 서점을 차린다고 하면 마냥 달콤한 이야기만 할 수는 없는 게 사실이다. 책을 팔아 먹고 사는 게 꿈처럼 낭만적이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해 보니 정말 그렇다. 하지만 책방 주인을 꿈꾸는 이들에게 서점은, 이미 그 자체로 의미를 가진다는 것을 나는 안다. 가끔은 꿈 자체가 살아가는 힘이 되니 말이다. 현실과 조금은 동떨어진다 해도 서점에 대한 이같은 로망마저 없다면 대체 누가 서점을 시작할 수 있을까?”(44-45쪽)


동네책방 용서점 주인인 저자는 4년 여 동안 책방을 운영하면서 얻은 동네책방 운영 노하우에서부터 동네책방의 자산이 된 동네 손님들과의 에피소드, 동네책방에 대한 철학에 이르기까지를 담담하면서도 유쾌하게 전해줍니다. 에세이 집이긴 하지만 마냥 책이 좋은 사람, 동네책방에 관심 있는 사람, 책방을 꾸릴 계획이 있는 사람, 집에 있는 책을 정리하고 싶은 사람 등 다양한 유형의 독자들에게 유용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특히나 실제로 책방을, 작은 동네책방을 꾸려보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먼저 길을 간 선배의 훌륭한 조언이 될 수 있겠습니다. 박용희씨는 온라인 판매를 기본으로 하고 각종 SNS 채널에 홍보하고 소통하는 방식을 통해 동네책방을 운영해 왔습니다. 여기에는 자신만의 관점이 묻어나는 책 큐레이팅이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나 온라인 고객만을 가진 동네책방이라면 굳이 동네책방일 이유는 없을 것입니다. “책들이 너무 어렵네. 나 같은 사람이 편하게 볼 수 있는 책도 좀 있으면 좋을텐데요.”라는 한 60대 아주머니의 말을 통해 저자는 서점의 존재 이유, 동네책방의 고객은 누구일까에 대해 고민하고 자기 서점의 정체성을 재확인합니다. “독자가 와서 이용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그리고 동네책방의 토대가 무엇이어야 하는지 고민합니다.
 

“작가 행사는 동네책방의 기초체력이 아니었다. 기초체력 없이 약발로 버티는 건, 위험하고 무모한 일이었다. 그렇다면 서점의 기초체력은 뭘까? 내가 찾은 답은, 동네 손님들 그리고 독자들과 함께하는, 그들이 주축이 되는 ‘모임’이었다.”(122쪽)

 

 

저자가 생각한 동네책방의 강점은 ‘이웃들과 모임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손님 중 한 분이 제안한 글쓰기 모임을 시작으로 필사 모임, 읽기 모임도 운영하게 됩니다. 이 모임들을 통해 저자는 흥미로운 지점을 발견합니다. 술, 밥, 여행 등에 ‘혼’이 붙는 것이 매력으로 불리는 시대에 저자의 서점엔 사람들이 자꾸 모이려고 한다는 점입니다. 저자는 이것을 ‘운김(여럿이 함께 일할 때 우러나오는 힘 또는 사람들이 있는 곳의 따뜻한 기운) 때문이다’ 라고 합니다.

이 모임들을 서점의 고정 손님을 늘리는 전략으로만 보지 않고 저자 자신도 독자의 한 사람이 되어 다양한 독자를 만나는 장으로 여기며 즐거이 임하는 저자의 관점이 참 마음에 듭니다. 이 책이 나올 수 있었던 기반도 결국엔 다양한 모임들을 통해 저자가 만났던 손님들의 결코 시시하지 않은 인생의 이야기들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자는 동네 사람들에게 이런 유익을 함께 누리자고 권합니다. “역곡 사람들이여, 부디 겁내지 마시기를. 일단 와 보시지요.”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의 따뜻한 온기를 경험하기가 더욱 어려워진 시대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서로 대면하지 않는 삶을 일상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함께 하던 삶에 대한 그리움이 더 자라나게 될 것 같습니다. 적절한 보호조치를 취한다면 용서점에서와 같은 소규모 모임들은 감염의 위험이 그리 크지 않을 것입니다. 비대면의 시대에 모여서 서로의 삶에 교감하던 즐거움을 다시 경험할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용서점 모임에 참석한 이들은 서로의 다름을 알고, 그 다름으로 인한 거리를 굳이 좁히려 하지 않는다. 함께 뭔가 이뤄야 한다는 부담을 느끼지도 않는다. 글은 쓰지만, 이 글로 무엇을 하겠다는 목적은 없다. 좋은 글들을 베껴 쓰고 또 낭독하지만, 그렇게 필사한 것들이 후에 무엇이 되리란 기대를 갖는 것도 아니다. 그저 무언가를 함께 하는 것이 좋아서 사람들은 모인다.”(148-149쪽)


저자는 이 ‘운김’을 모임의 동력으로 보았는데 참 공감이 되는 말입니다. ‘이웃과 함께하는’ 서점이기를 원하는 저자에게 딱 맞는 말이기도 합니다. ‘먹고 사는 일에 온 힘을 쏟느라 인생에게 허락된 또 다른 유익을 놓치고 살아가는’ 동네 사람들에게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히고, 좋은 것을 누릴 수 있는 ‘경험과 놀이의 장’을 제공하고 싶다는 동네책방 사장님. 우리 동네에도 용서점 2호점을 내주시면 안되겠습니까?
 

“이웃과 함께하는 서점이길 원한다. 두 가지 이유에서다. 하나는 동네 사람들을 위해서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히고, 좋은 것을 누리는 건 삶의 아주 중요한 요소다. 많은 이들이 먹고 사는 일에 온 힘을 쏟느라 인생에게 허락된 또 다른 유익을 놓치고 살아가는 건 아닌가 싶다. 그래서 힘과 기회가 닿는 대로 동네 사람들에게 새로운 경험과 놀이의 장을 제공하고 싶다. 또 하나는, 도서관 ‘뜰안에작은나무’와의 협업처럼 이웃 상가들과의 연대를 희망해서다. 가진 것이 각기 다르기에 서로의 필요를 채울 때 할 수 있는 일은 확장된다. 그리고 이는 결국 서로를 자라게 한다. 더불어 자라 가야 서로 누릴 수 있는 유익은 커진다.”(1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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