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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을 버티는데 도움이 되는 책들

초원위의양 2020. 5. 19. 23:43

[주목신간 3선] <1화뿐일지 몰라도 아직 끝은 아니야>, <행동경제학>, <좌절의 기술>

직장인들에게 ‘자기계발’은 빼놓을 수 없는 화두 중 하나입니다. 무한경쟁이라는 말이 일상화된 시스템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시장에서 자신의 가치를 끊임없이 높여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직장인들은 살아갑니다. 서점가에서도 ‘자기계발’로 분류해 놓은 책들은 상대적으로 많은 인기를 누립니다. 베스트셀러 목록에도 자기계발서로 분류된 책들이 자주 높은 순위에 오릅니다.

이런 영향 때문인지 자기계발서라고 하면 그때 그때 유행에 따라 반짝 인기를 누리는 책이라는 이미지가 강합니다. 책을 사서 읽기 보다는 인터넷에 올라오는 리뷰들을 보고 대충 ‘아 이런 내용이구나’ 하고 넘어가곤 합니다. 그런데 ‘슬기나 재능, 사상 따위를 일깨워 줌’이라는 계발의 뜻을 생각하니 딱히 자기계발서라는 분류가 따로 있을 이유가 없을 듯 합니다.

어떤 책이든 자신에게 잠재되어 있는 슬기나 재능을 깨닫게 하거나 이전에 알지 못했던 지식과 사상을 알려줄 수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선 모든 책이 자기계발서가 될 수 있습니다. 어떤 책에서든 자신에게 필요한 한 가지 통찰이라도 얻는다면 자기계발서라 해도 좋겠습니다. 각각 에세이, 경제학, 인문학으로 분류된 책들이지만 직장생활에 도움이 될 만한 요소가 있어 소개합니다.

1화뿐일지 몰라도 아직 끝은 아니야
 

   
대중문화평론가로 활동하기도 하는 김봉석 작가는 자신이 거쳐 온 직장생활과 프리랜서 경험을 통해 얻은 인간과 인생에 대한 깨달음을 재치 있게 공유합니다. 주로 글쓰는 일과 관련된 특화된 직장 이야기라서 연구원인 제가 공감하는 부분이 많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습니다. 

저자는 자신이 ‘인생만화’라고 뽑은 서른 다섯개 만화에 나오는 짧은 문구로부터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 놓습니다. 조직과 개인, 상사/동료와의 관계 맺기, 싸움의 기술, 멘탈 관리법, 협상법, 적성의 문제, 운과 실력, 일의 즐거움, 팀워크, 일의 의미 등 직장생활과 관련 있는 상당히 광범위한 주제를 이야기합니다. 그럼에도 각 에피소드들이 산만하지 않습니다.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공감할 만한 부분이 하나씩은 있습니다.

김봉석 작가는 열 개가 넘는 직장을 거쳤다고 하는데 그 과정에서 많은 일들을 새롭게 했을 것입니다. 그 때 작가는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곤 했다고 합니다. 돌아보며 ‘생각보다는 괜찮았네’라고 할 수 있기에 괜찮은 태도인 것 같습니다. 특히 직장에 다니면서 혹은 개인 사업을 하면서 순탄한 길보다는 곳곳에 장애물이 있는 길을 더 많이 경험하는데, 이 때에도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면 일을 풀어가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일이 잘 풀리면 무엇을 하자는 생각보다, 잘 안 되었을 때 어떻게 하면 피해를 최소화시킬 수 있을지 상정해 보는 게 현실적으로 도움된다. 우선 마음을 다질 수 있다. 최악은 이런저런 것인데, 그 상황에 닥쳤을 때 나는 이렇게 하자. 손해는 무엇일 테니 여파를 최소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이것 아닐까? 이렇게 최악의 많은 경우를 생각하고 나면, 일의 추진에도 도움이 된다. 망해도 나는 감당할 수 있다는 믿음이 우선 있으니까.”(137쪽)


행동경제학
 

   
‘인간은 합리적이다’라는 주류 경제학의 가정에 의문을 갖고 인간의 불완전성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행동경제학. 이제는 경제학뿐만 아니라 정치, 마케팅, 조직관리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것을 보면 ‘인간의 비합리성’이 인간을 다루는 학문분야에서 주된 전제가 되어야 하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저자 미셸 배들리 는 행동경제학에서 다루는 광범위한 주제 중에서 몇 가지를 선정해 설명합니다.

“무엇이 우리에게 동기를 부여하는가, 우리는 사회적 영향력에 어떻게 휘둘리는가, 우리는 어떻게 왜 실수를 저지르는가, 우리는 어떻게 판단하고 위험을 오판하는가, 우리의 근시안적 성향이나 성격, 기분, 감정이 어떻게 선택과 결정을 좌우하는가”에 대한 원리를 알려주고, 행동경제학에 기반한 정책 연구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저자가 알려주는 행동경제학의 원리와 정책 적용 사례들이 공공 정책 입안자들에게 의미 있는 통찰을 줄 수도 있겠지만 직장생활에도 매우 유용할 것 같습니다. 특히 조직에서의 보상, 인재 관리, 교육, 조직문화 등을 담당하는 사람들에게 실제적인 도움이 될 지식입니다. 반면 관리받는 일반 직원들 입장에선 조직을 관리하는 사람들의 전략을 알아챌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겠습니다.

인사관리 부서에서 일하는 이들이라면 직원들 혹은 조직의 동기 부여를 위해 ‘돈’ 이외의 어떤 수단을 사용할 것인지, 어떻게 개인 간, 조직간 협력을 이끌어 낼 것인지, 눈에 보이지 않는 규범인 조직 문화를 어떻게 만들어갈지 등에 대해 여러가지 행동경제학 이론에서 통찰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중요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자리에 있는 리더들이라면 성급하게 의사결정을 할 때, 그리고 위험이 따르는 상황에서 저지를 수 있는 여러 실수들을 학습함으로써 업무를 하면서 실수를 줄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시간, 성격, 기분, 감정 등 인간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소의 영향을 알아보는 것은 직장에서의 다양한 인간관계에 활용할 수 있는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좌절의 기술
 

   
고대 스토아철학 신봉자인 저자 윌리엄 B. 어빈은 “삶은 좌절의 연속이다”라는 제목으로 1장을 시작합니다. 삶의 일부를 차지하는 직장생활도 역시 우리를 좌절시키는 일들로 가득합니다. 직장에 다니다 보면 상사, 동료, 협력업체 등 온통 적으로 둘러쌓인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이런 많은 좌절 앞에서 절망하기도 하고 분노를 뿜어내기도 합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핵심은 위와 같은 좌절을 우리의 회복탄력성과 지략을 테스트하기 위한 시험으로 간주하자는 것입니다. 어떤 상황을 우리가 어떻게 특징짓느냐에 따라 감정적 대응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는 현대 심리학에서의 프레이밍 효과(framing effect)를 스스로에게 적극적으로 활용하자는 전략입니다.

저자는 1세기 스토아 철학자들의 조언과 20세기 후반 심리학자들의 연구를 결합시켜 좌절에 대응하는 심리학적 전략을 제시했습니다. 행동경제학에서 활용되는 앵커링 효과(anchoring effect)와 프레이밍 효과를 응용해 좌절 앞에서 1) 최악의 상황을 미리 상상해보고 2) 좌절을 다른 프레임 안에 넣어 바라보라는 것입니다. 어찌보면 자기 최면 같기도 하지만 부정적 감정에 휘둘려 인생을 낭비하는 것보다는 유익해 보입니다.

이렇게 좌절을 바라보다 보면 좌절은 다른 의미로 성장을 위한 훈련이 됩니다. 저자는 예기치 못하게 찾아오는 좌절이라는 시험에 대비해 ‘공부’를 하자고 합니다. ‘스토아의 모험’이라고 부르는 도전적 상황에 뛰어드는 것입니다. 자신이 안전하다 느끼는 영역에서 끊임없이 벗어나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라는 조언입니다. 우리 앞에 놓인 좌절, 조금 멀리 떨어져서 보면 별거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스토아의 모험을 지금 시작하라. 그러면 우리 자신 안에서 변화가 생겨날 것이다. 예전에는 좌절을 만나면 아마도 실망이나 분노로 대응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작게라도 분출되는 희열을 느낄 수도 있다. 아하하하! 겨뤄 볼 만한 좌절이로군! 그리고 우리가 그 스토아의 시험을 성공적으로 통과한다면 깊은 만족감을 느낄 것이다.”(16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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