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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 미투운동 발언이 문제인 이유: 프레이밍 효과 때문

초원위의양 2018.02.27 01:06
김어준 딴지일보 대표는 <다스뵈이다>에서 미투(#me_too)운동 뉴스와 관련해 한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그의 동료 김용민은 2월 26일자 김용민 브리핑에서 김어준 대표를 옹호하고 김어준 대표 발언을 문제삼은 금태섭 의원을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김용민 진행자는 금태섭 의원을 비난할 뿐 김어준 대표의 잘못은 없다는 주장을 했죠. 그러나 곧이어 진행된 이완배 기자의 코너에서 김어준 대표의 발언이 왜 문제가 되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 김어준 대표에 대한 비판 기사를 읽었을 때 워낙 호불호가 강한 캐릭터라서 그런가보다 했습니다. 사람들이 오해한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그가 그동안 해왔던 권력에의 저항을 지켜봐왔기에 정말 미투운동을 잠재우려는 의도로 그런 말을 했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김어준 대표는 물론 그럴 의도는 없었을 것입이다. 하지만 이완배 기자가 설명한 프레이밍 효과를 적용해 보면 김어준 대표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그의 발언이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먼저 김어준 총수의 발언을 옮겨봅니다.<김용민 브리핑 2018년 2월 26일자에서>

“이거는 인제 공작의 사고방식으로 사안을 바라봐야 보이는 뉴스인데. 최근에 인제 미투 운동하고 권력 혹은 위계에 의한 성범죄 이런 뉴스들 엄청나게 많잖아요. 이걸 보면 ‘아 미투 운동을 지지해야 되겠다. 그리고 이런 범죄를 엄단해야 되겠다.’ 이게 일반적인 정상적인 사고방식입니다.

그런데 공작의 사고방식으로 이걸 보면 어떻게 보이느냐. 첫째, 앗 섹스. 둘째, 진보적 가치 있어. 오케이. 문재인 정부의 진보적 지지자들을 분열시킬 기회다. 이렇게 사고가 돌아가는 겁니다. 지금 나와 있는 뉴스들이 그렇다는 얘기가 아니에요.

그 타켓은 어디냐. 결국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 진보적인 지지층. 저는 인제 흐름을 보거든요 항상. 댓글 공작의 흐름을 보면 그리로 가고 있다. 우리랑 사고방식이 달라요 완전히. 공작의 세계에서는. 여기서 자기들이 뽑아서 어떻게 치명타를 가할 수 있나의 관점으로만 봐요. 거기엔 윤리나 도덕이나 다 없어. 예언 한번 해둡니다.”

뒤이은 코너에서 이완배 기자는 프레이밍 효과를 설명합니다. 프레이밍 효과는 간단히 말해 사람을 어떤 틀 안에 가둬놓으면 행동도 그 틀에 따르게 된다는 개념입니다. 여기서 전제는 인간이 어떤 정해진 본질에 의해서 움직이는 존재가 아니고 때론 바보 같이 잘 속기도 한다는 것이죠.

이완배 기자는 게임 이름을 바꾼 아주 단순한 실험을 예로 듭니다. 사람들에게 게임을 하게 하는데 선택지는 상대를 공격하는 것과 상대와 협동하는 것 두 개 뿐입니다. 합리적인 인간이라는 전제가 맞다면 이런 실험은 어떤 상황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와야 하겠죠. 

하지만 이 실험에선 게임 이름만 바꿔도 결과가 달라졌다고 합니다. 공동체 게임이라고 하면 70%는 협동을, 월가 게임이라고 하면 70%가 공격을 선택했다고 합니다. 사람은 언제나 현명한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 이름이라는 틀만 정해놔도 그 틀 안에서 움직이게 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결과입니다.

이 프레이밍 효과의 본질은 대다수 사람들이 이 틀 안에 갇혀서 잘 속다는 것이란 점을 이완배 기자는 강조합니다. 생각하는 틀만 누가 짜놓으면 많은 사람들이 그 틀 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이완배 기자는 구체적으로 김용민 브리핑의 사례를 예로 들었습니다. 김용민씨가 이 기법을 알고 프레이밍을 한 것은 아니겠지만 공중파 방송 뉴스공장이 팟캐스트 1위를 했을 때 거대기업의 골목시장 침탈과 비유하며 김어준 프로를 성토했죠. 이완배 기자는 이를 매우 훌륭한 마케팅 기법이라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이 프레임이 확산될수록 ‘공중파 출신 팟캐스트가 골목시장을 잠식한다. 김용민 브리핑이 이것에 맞서고 있다’는 프레임이 만들어집니다. 이 장난스러운 프레임이 사람들 머리에 박히면 3위 이하는 보이지 않게 됩니다. 사람들의 관심사는 김용민 브리핑과 김어준의 뉴스공장의 대결로 쏠리게 되죠. 그리고 이완배 기자는 김용민씨는 이런 틀을 의도적으로 사용할 사람은 결코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완배 기자는 또 하나의 프레이밍 효과 사례를 듭니다. 천안함 사건이 발생했을 때 이명박의 말을 이완배 기자는 주목했습니다.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이 아니라고 믿는 것은 정말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게 아무 말도 아닌 것 같은데 사실은 놀라운 프레이밍이라고 이완배 기자는 말했습니다. 한국사회는 이 프레이밍에 오래 갇혀 있었다는 것이구요.

이완배 기자 생각은 ‘천안함을 북한이 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것을 입증하는 데 실패했던 것이다’ 였습니다.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어야 했지만 한국사회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이명박의 프레임 한마디에 천안함은 북한 소행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의심 자체가 봉쇄되어 버렸습니다. 이후 장관 후보자나 정치인들에게 정치권은 ‘천안함은 북한소행이라고 생각하나요?’라는 신앙고백을 요구했다고 하구요. 

통진당 프레임도 마찬가지라고 이완배 기자는 말했습니다. ‘통진당이야?’라고 묻는 것은 ‘너 종북 정당이야?’라는 프레임이라는 것입니다. 종북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야 하고 이 프레임에 갇히게 되면 통진당 해산은 잘못이다라는 말을 꺼내지도 못하게 된다는 것이죠. 이런 프레임들은 합리적 대화를 불가능하게 하고 비이성적 폭력의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이완배 기자는 말했습니다.

다시 김어준의 발언으로 돌아가보죠. 김어준 대표가 미투 뉴스들을 보는게 짜증나서 그런 말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가 말한 것처럼 공작을 하는 악당들 눈에는 좋은 먹이감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먼저 이야기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완배 기자가 말한 프레이밍 효과를 생각해 보시죠.

김용민의 전혀 의도치 않은 장난스런 프레이밍, 이명박이의 (의도한 것인지 뭔지 모를) 천안함 북한소행 프레이밍, 통진당은 종북 프레이밍을 생각해 보죠. 김어준 대표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김용민 진행자가 말한 것처럼 “성폭력 피해자는 앞으로 자신이 고통 받았던 사실을 고발함에 있어 일단 그 의도를 의심받게 될 것이라 걱정하며 폭로를 주저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지 않을까요? 

이완배 기자가 말한 것처럼 김어준 대표의 의도치 않은 그 예언이 공작세력들이 이용하기 이전에 성폭력 피해자들을 문재인 정부, 청와대, 진보적인 지지자들을 공격하는 것 아닌가라는 의심을 충분히 받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김용민 진행자 말대로 김어준 대표는 진보인사의 성폭력을 공작으로 봐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김어준 대표의 의도와는 전혀 상관없이 성폭력 피해자들을 다시 주저앉게 만들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점을 김어준 대표, 김용민 진행자 모두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자신들의 발언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해당 부분에 대해 사과하고 해명을 하면 좋겠습니다. 물론 자신들 발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어쩔 수 없는 것이겠죠. 아마도 청취자와 시청자들이 생각하고 판단하고 그들을 지지하든 비판하든 하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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