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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 사는 20세기 소년
일터에서 생기 넘치게 살아가기 본문
우리에게 일터에서의 삶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일까? 우리는 삶의 상당히 많은 부분을 일터에서 보낸다. 일반적인 회사에 취직해서 살아간다고 하면 일하는 시간과 일터로 가기 위해 소요되는 시간 등을 모두 고려하면 아마도 적게는 하루 9~10시간에서부터 많게는 하루의 절반 이상을 '일'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것이다. 이렇게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일터에서 사람들의 모습은 어떠한가? 우리는 일에 만족하며 살아가는가? 일터에서 사람들과의 관계와 일에 치이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 일의 가치와 의미가 무엇인지 잊어버린 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불현듯 느끼게 된다. 어떤 이들은 이런 것조차 생각할 겨를도 없이 더 나은 삶을 위해, 성공을 위해 앞만 보며 달려가기도 한다. 일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조차 모른채.
우리가 왜 일을 하는지에 대한 물음에 먼저 답을 해볼 필요가 있다. 일을 하는 가장 1차적인 혹은 표면적인 이유는 아마도 돈을 벌기 위해서일 것이라 생각한다. 이 표면적 이유 아래 놓인 목적들은 자신이 어떠한 것에 가치를 두느냐에 따라 상당히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어떤이는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서이기도 할 것이고, 어떤이는 보다 여유로운 취미 생활을 위해서이기도 할 것이다. 또 어떤이에게는 이러한 경제적 이유뿐만 아니라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자신이 꿈꾸어 왔던 모습을 실현하기 위한 마음도 일을 하는 하나의 이유가 되기도 할 것이다. 일터에서의 성공, 자아실현 등은 나름대로 의미를 가진다. 하지만 나는 그 이상의 무엇인가 더 특별한 것을 원하고 있다. 이 책은 이러한 나의 갈망에 아주 적절한 답을 해 주었다. 잔잔하던 물 위에 돌멩이를 던져 물결이 일듯 아침이 되면 습관적으로 눈을 뜨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일터로 향하던 무뎌진 나의 일상에 새로운 충격을 던져주었다.
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벌거나 내 꿈을 실현하는 것 이상의 특별한 것을 원하고 있었다. 내가 일하는 동안에도 살아 계신 하나님이 내 곁에 늘 계셔서 나의 삶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시기를 갈망하고 있었다. 영혼이 빠져나간 빈 껍데기만이 남아서 일하고 있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한 마디로 일의 영성을 회복하고 싶었다고 표현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일의 영성을 "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에 더 가깝게 만들기 위해 행하는 (유급 혹은 무급의) 모든 노력들을 통해, 우리 자신과 환경을 하나님께 조율하고, 이 세상에서 하나님의 영이 하시는 일을 몸으로 표현하는 존재가 되고자 시도하는 것"이라고 설명한 그레고리 피어스의 정의(p.15)를 따르고 있다. 이 정의 아래에서 1부에서는 일터에서 활력있게 일하지 못하게 방해하는 요소들을 밝혀내는 것을 시작으로 2부에서는 생명의 자원들을 제공해주는 성령과 사귀며 성령의 열매를 맺는 삶을 소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3부에서는 일의 중심에 하나님을 모시게 될 때 우리의 삶이 어떻게 변화될지 상상해보는 것을 제안하고 있다. 아주 간결하면서도 정확하게 현재 나의 상태를 점검하게 해 주며, 앞으로 일터에서 실제적으로 어떠한 실천들을 해 나갈 수 있을까에 대한 구체적 제안을 제공해 준다. 이 책은 그리스도인들이 주로 읽게 되겠지만, 비 그리스도인들에게도 일의 의미와 일터에서의 삶을 생각해 보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가 일을 하면서 끊임 없이 실패를 경험하고 영혼이 빠져나가는 것 같은 경험을 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들은 대표적으로 아홉 가지 이유를 말하고 있다.
- 자만 : 자신을 최고라고 여기며 자기 자신 안에 갇히는 것
- 탐욕 : 가진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소유하고자 하는 열망
- 음욕 : 사욕을 채우기 위해 어떻게 남을 이용할지 상상하는 것
- 탐식 : 지나친 음식 섭취를 통해 만족을 추구하는 것
- 분노 : 사람과 환경을 조종하고 통제하려는 열망을 드러내는 것
- 나태 : 최소한의 일이나 전혀 중요하지 않은 일을 하고, 안이함을 좋아하는 것
- 질투 : 다른 사람이 잘되거나 재산이 늘어나는 것을 보고 괴로워하는 것
- 동요 : 늘 지금보다 나은 곳이 있으리라 느끼고 불안정한 것
- 권태 : 일과 삶에 대한 진심 어린 열정이나 관심이 부족한 것
아 어느것 하나 비켜갈 수 있는 게 없다. 일터에서의 나의 삶을 돌아보다 보니 정말 이러한 것들이 나를 고갈시켜왔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어쩌면 이렇게 일터에서의 심리를 잘 꼬집어 낼 수 있는 것인지. 책을 읽어가는 동안 내내 마음을 들킨 것만 같아서 불편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마음속의 갈등을 일으키는 실체를 알았으니 순간 순간을 살아가면서 나를 더 돌아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 내적 갈등의 이유들을 극복해 가면서 진짜 내 영혼이 깃든, 생기 넘치는 일터에서의 삶을 살아나가리라 다짐한다.
영혼을 갉아 먹는 이유들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큰 수확일 수 있지만 여기서 끝낼 수는 없다. 이 어둠의 실체들을 어떻게 극복해 갈 것인지에 대해서도 저자들은 구체적으로 제안하고 있다. 받기보다는 주는 성품을 기르고, 다른 사람에게 진정한 관심을 보이며 실제로 돌보며, 자신의 의지를 내려놓고 겸허히 다른 사람을 복돋으며, 중요한 일을 맡기면 끝까지 완수하며 전적으로 신뢰할 수 있도록 하고, 다른 사람의 재능과 성취를 기뻐하고 그들을 편안하게 해주며, 의지와 희망을 갖고 자신의 자리를 계속 지켜나가며, 어떤 상황에서도 온전함과 조화에 대한 열망을 갖는 것이다. 모두가 맞는 말이라 생각되지만 아쉬운 부분이 있다. 이것은 어찌 보면 단순한 긍정의 힘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과 표면적으로는 같아 보일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이렇게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모든 태도들 가운데 하나님의 중심됨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전제가 없다면 앞서 진술된 그 무엇도 일터에서 우리의 영혼에 진정한 생기를 불어넣지는 못할 것이다.
나는 일터에서도 생기 넘치게 살아가고 싶다.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더 특별한 의미를 발견하고 싶다. 이런 삶이 어떤 모습일까 상상해 보는 것이 이 열망을 실현해나가는데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저자들이 상상한 생기 넘치는 일터의 영성이란 어떤 모습일까? 쉼 없는 기도를 통해 하나님과 지속적인 사귐을 경험하는 것이고, 내가 가진 모든 것이 하나님의 선물임을 아는 자유를 경험하는 것이다. 순수하고 온전한 마음으로 하나님과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며, 음식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소박하게 먹는 자유를 경험하는 것이다. 나와 내가 가진것과 하는 일에 만족하는 것이고, 일에 사로잡히지 않으면서도 훌륭하게 일을 해내는 삶의 패턴을 경험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필요를 채우고 그들의 안녕을 위해 기여하는 것이고, 하나님의 뜻 안에서 하나님의 일을 하고 있다고 확신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나의 일을 영원의 관점으로 보며 의미와 기쁨을 가지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이 책의 저자들이, 그리고 내가 말하는 일터에서의 생기 넘치는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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