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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 사는 20세기 소년
숨만 붙어 있는 인생에도 의미가 있을까? 본문
제목에 '혹' 하게 되는 책들이 있습니다. 베스트셀러 <미움받을 용기>의 저자 기시미 이치로의 책 <나이 든 부모를 사랑할 수 있습니까>가 그랬습니다. 제목에 더해 '살아가는 동안 누구나 풀어야 할 본질적인 숙제'라는 부제에도 눈길이 갔습니다. 언제나 든든한 버팀목일 것만 같았던 제 부모님에게서 소위 말하는 '노인'의 모습을 보게 되는 최근 몇 년 동안 종종 생각하게 되는 주제였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20대 때 뇌경색으로 쓰러진 어머니를 간병했고, 50대 때에는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꽤 오랜 기간 동안 돌봤다고 합니다. 본인도 예상치 못한 심근경색으로 투병을 하며 꼼짝하지 못하는 기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그는 이 과정에서 겪었던 경험과 생각을 담담하게 서술하고 있습니다. 저자가 부모님과의 인생을 통해 가졌던 “움직일 수도 없고 의식마저 잃었을 때, 과연 살아가는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라는 물음은 나의 물음이기도 했습니다.
기시미 이치로는 이 물음에 진부한 대답을 합니다. 삶의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진다는 것이죠. 그래서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찾아오는 '노화'라는 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보자는 겁니다. 저자는 인간 혹은 인생의 가치 평가 기준을 생산성에서 '존재'로 옮겨보자고 제안합니다.
"생산성으로 인간의 가치를 매기는 것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뭔가를 달성하는 것, 생산적인 것만을 유일한 가치로 믿으며 살아온 사람은 나이가 들어 자신이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 사실을 비참하게 여깁니다.(중략)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으로 가치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사람으로 '존재한다'는 것에 주목하라는 뜻입니다.”(50쪽)
이런 생각은 기시미 이치로만이 할 수 있는 특별한 것은 아닙니다. 우리 주변에서 매일 마주치는 사람들로부터도 들을 수 있는 제안입니다. 하지만 진부해보이는 대답이라고 해서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때론 그것이 진리 혹은 사실이라서 진부하게 느껴지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책의 표지나 책 날개에 있는 문구를 보고 기대했던 독자들은 저자의 대답에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저자의 제안은 인생의 의미를 생각할 때 고려할 만한 가치가 충분합니다.
하지만 막상 가족이 혹은 자신이 크게 아파 몸져 눕는 상황에 처하게 될 경우 단지 숨이 붙어 있다는 것만으로 인생의 의미를 찾는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적응해 가는 데에는 저자가 아픈 부모님과 오랜 시간 지내온 것처럼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 시간 동안에 아픈 사람을 돌보는 이가 할 수 있는 일은 당사자가 자신의 인생에 가치를 느끼도록 돕는 것 뿐입니다.
책의 중반부에서부터는 저자가 치매에 걸렸던 아버지의 인생을 차츰 인정하게 되는 과정을 읽을 수 있습니다. 특히, 실제로 치매를 앓는 부모님을 모셨던 경험이 있는 분들에게는 절절하게 공감이 되는 부분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자의 아버지는 '지금, 여기' 현재만을 살았다는 표현, 부모님의 기억이 사라졌을 때 부모님과 함께 살아온 세월 속 자신 또한 지워진 것 같은 기분 등이 마음에 깊이 남을 것 같습니다.
저자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위해 자신이 취했던 태을 기반으로 모범 답안과도 같은 조언들을 써 내려갑니다. 어떤 문제에는 모범 답안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치매에 걸린 부모를 둔 자녀들에게 더욱 그럴 것 같기는 하지만, 노인이 된 부모를 둔 대부분의 자녀들에게도 이런 태도가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치료가 필요한 환자로만 보지 않고 한 사람의 인간으로 대하라.”
“과거를 잊어버렸다면 그 시점부터 다시 새롭게 시작하면 된다.”
“과거와 현재의 구별이 없는 세계에 살고 있어도 굳이 일깨워 줄 필요는 없다.”
“예전에는 뭐든 할 수 있었던 이상적인 부모님의 이미지를 머리에서 지운다.”
“자식 눈에 아무것도 안하고 하루를 보내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부모님의 현재가 불행한 것은 아니다.”
“부모님은 오늘 할 수 있었던 일을 내일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할 수 있는 것에 주목하자.”
“때론 그저 곁에 있어주는 것으로도 의미가 있고 도움이 된다. 그렇게 믿고 싶다.”
“부모님을 간병할 때 진지하되 심각해질 필요는 없다.”
“부모, 자식이라는 역할의 가면을 벗고 한 인간으로 부모님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부모님을 좀 더 잘 간병하고 싶겠지만, 우리에게 가능한 것은 할 수 있는 일뿐이다.”
“간병에는 왜(why)가 없다. 어떻게(how) 밖에 없다.”
저자는 말합니다. “스스로 누군가에게 어떤 식으로든 도움을 줄 수 있을 때, 사람은 자신을 가치 있다고 여긴다.”(224쪽)고. 이것은 병을 앓고 있는 노부모에게도 그들을 돌보는 자식에게도 해당되는 말입니다. 좀더 확장하면 모든 사람에게도 마찬가지라고 해도 될 듯 합니다. 읽으면서 '진부한데?' 혹은 '뭘 이런걸 책으로까지 썼어?'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기시미 이치로가 인생에 대해 언급한 부분들은 한 번쯤 다시 생각해 볼 만합니다.
“인생을 출발점과 목적지가 있는 길에 비유했을 때, 효율적으로 그 길을 걸어가는 것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과연 효율적으로 살고 효율적으로 죽을 필요가 있는 걸까요? 길 위에서 지정거리고, 때로는 왔던 길을 되돌아가면서 시간을 잊고 놀다 정신을 차려보면 어느새 꽤나 먼 곳까지 왔음을 깨닫게 됩니다. 인생도 마찬가지 아닐까요?”(238쪽)
주변의 속도에 맞춰 살아가느라 애쓰며 허덕일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어느 날 버스를 놓친 저자가 자신의 아들과 다음 버스를 기다릴 때 깨달았던 '어린 아들의 시간이 자신과는 다른 방식으로 흐른다는 사실'이 인상적입니다. 죽음이라는 종착지를 향해 애써 돌진하기보다는 기시미 이치로가 말했듯 순간순간의 움직임이 완전한 형태를 이루는 '춤'을 추는 것 같은 인생을 걸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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