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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 사는 20세기 소년
만약에 내가 안철수라면 본문
국민 여러분, 제가 드디어 국민의당 대통령 후보가 되었습니다. 쨉도 안되는 후보들과 경선까치 치러야 하나 회의도 들었지만 민주적 절차를 거치는 것이 마땅한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뻔한 결과일지라도 경선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저 괜찮지 않습니까? 이 정도면 문재인, 문재인을 이길 수 있지 않겠습니까? 제가 예전부터 말하지 않았습니까. 이번 대선은 문재인과 안철수의 대결이 될거라고.
국민 여러분, 박근혜 이후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대통령으로 문재인과 안철수 누가 더 적합하겠습니까? 바로 문재인 아닌 안철수, 저 안철수 아니겠습니까? 누가 문재인을 이길 수 있을까요? 누가 문재인보다 개혁적일까요? 누가 문재인보다 대한민국에 혁신의 바람을 불러올 수 있을까요? 바로 저 안철수 아니겠습니까? 아 근데 왜 제가 문재인을 더 많이 말하고 있죠? 에헴..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어쨌든 저 안철수를 국민의당 대통령 후보로 밀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저도 제 공약을 이야기하는 대통령 후보가 되고 싶습니다. 그런데 투표를 하실 우리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을 생각하면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왜냐면 당신들은 박근혜를 앞세운 정치세력에게 표를 던졌던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이 합리적인 수준의 유권자라면 저도 이렇지 않을 것입니다.
이완배 기자도 그러더군요. 제가 왜 문재인을 공격하는지 행동 경제학자 중 한 명인 댄 애리얼리(Dan Ariely)의 이론을 친절하게 설명하면서 말해주더군요. 댄 애리얼리는 두 사람 사진을 보여주면서 파티에 갈 때 누가 더 잘생겼고 누가 당신 파트너가 되면 좋겠는지 말해달라고 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한 장은 박보검, 한 장은 송중기 사진이었습니다.
결과는 50대 50으로 나왔다고 합니다. 이것은 이성적인 결과입니다. 댄 애리얼리는 박보검 사진에 뽀샵을 해서 못생기게 만든 사진을 한 장 더해서 세 장의 사진을 제시하고 누가 파트너가 되면 좋겠느냐 물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결과가 놀라웠다고 합니다. 상식적으로 그대로 50대 50이 되어야 할 것인데, 실제로는 박보검 75, 송중기 25라는 결과가 나왔다고 합니다.
이것을 댄 애리얼리는 ‘미끼효과'라는 것으로 설명했습니다. 사람들이 어떤 사물을 평가할 때 객관적으로 평가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비교대상 즉, 미끼가 있으면 미끼를 보고 본질적 대상을 평가한다고 합니다. 미끼를 하나 던짐으로써 박보검에 대한 호감도가 급격하게 늘어났습니다. 사람들은 박보검을 닮은 추남과 박보검을 비교하게 되어서 박보검이 훨씬 잘나게 보인다는 것이죠.
저도 비슷한 상황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재인과 안철수가 있습니다. 선거를 할 때 제 매력을 호소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투표를 하게 되면 상대를 물고 뜯는 것이 훨씬 효과적인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비슷한 성향의 유권자를 상대할 때 그렇다고 하네요. 나를 멋지게 보이게 하기보다는 나와 비슷한 상대를 흠집내는 것이죠. 그래서 저와 국민의당이 문재인을 계속 까는 것입니다.
제가 이런 전략을 쓰고 있는데 결과는 어떻게 될까요? 앞서도 언급했지만 존경하는 우리 국민여러분은 그리 합리적인 사람들로 보이지 않습니다. 잘 보십시오. 박근혜가 구속되었는데도 여전히 그 세력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꽤 있지 않습니까? 그런 국민들을 제가 합리적으로 제 매력을 호소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제가 생각할 때는 존경하는 우리 국민들에게는 우리의 이 전략이 먹힐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 국민들은 찌그러뜨리면 분명히 저 안철수를 선택하실 것입니다.
행동경제학자 대니얼 카너먼도 미끼효과가 작동하는 이유를 설명한 바 있습니다. 사람들이 객관적이지도 않고 합리적이지도 않은 선택을 하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사람의 뇌는 깊이 생각하는 뇌와 빨리 생각하는 뇌로 나누어져 있다고 합니다. 2+2는 직관적으로 경험적으로 빠르게 생각하는 뇌가 결과를 냅니다. 이를 시스템 1이라 불렀습니다. 반면 깊이 생각하는 뇌, 직관이 아니라 이성, 암기가 아니라 계산을 행하는 뇌를 시스템 2라 봤습니다.
그런데 인간은 시스템 2보다 1을 선호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댄 애리얼리의 실험과도 상통하는 주장입니다. 찌그러진 박보검과 원래 박보검을 비교하게 되면서 비합리적 선택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들 행동경제학자들은 올바른 선택을 위해서는 시스템 2를 사용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존경하는 우리 국민여러분은 시스템 1을 선거에서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깊이 생각하지 않는 국민들에 맞춰서 선거전략을 가지고 가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인정하고 싶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당신들이 선택해 온 결과를 참고해 본다면 당신들은 그리 깊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는 판단을 하게 됩니다.
보십시오. 홍준표, 김진태가 있는 자유한국당, 박근혜를 앞세워 국정을 농단했던 세력들을 여전히 지지하지 않습니까? 이런 국민들에게 합리적으로 정책을 설명하고 설득한다는 것이 오히려 비합리적인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문재인을 계속 까댈 수 밖에 없습니다. 다~ 우리 존경하는 국민여러분의 수준에 맞추는 선거전략입니다. 선거 결과가 말해줄 것입니다. 우리 존경하는 국민여러분들의 수준을 말입니다.
참고: 김용민 브리핑 4월 4일(화)-1, 민중의 소리 이완배 기자의 [경제의 속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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