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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천외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소설-아무도 되고 싶지 않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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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천외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소설-아무도 되고 싶지 않다

초원위의양 2016.11.21 21:39

아무도 되고 싶지 않다

작가
마르탱 파주
출판
열림원
발매
2016.09.10.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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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라가 무척 혼란스럽다. 수백만의 시민들은 매주 광장에 모여 박근혜씨와 그 일당들에게 국정에서 손을 떼라고 외치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은 무너지지 않는 5%의 지지를 등에 업고서 계속 버틸 기세다. 막장 드라마에서도 나오지 않을 것 같은 기막힌 상황에 대통령 퇴진 혹은 하야가 정답이라는 것에는 필자 역시 동의한다. 하지만 그 후에는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선 솔직히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 불안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다.

현재의 부패한 권력을 치워버리고 새로운 사회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에 대해 야권의 정치인들이나 지식인들이 가지고 있는 의견들이 제각각인 것도 필자의 불안과 답답함에 한 몫을 한다. 게다가 주권자들이 든 촛불에도 뻔뻔하게 맞서는 박근혜를 앞세운 세력들의 교활함도 무시할 수 없기에 두렵기도 하다. 박근혜가 꼭두각시이든 허수아비든 어쨌든 그녀를 내세워 결국엔 국민들로부터 권력을 차지한 세력들 아닌가.

상상치 못했던 사건이 일어난 나라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려니 머릿속이 무척 복잡하다. 이럴 땐 잠시 여유를 가지고 관심을 다른 곳에 돌려보기 위해 책을 든다. 몇 달 전의 최순실만큼이나 낯선 이름의 작가 마르탱 마주의 <아무도 되고 싶지 않다>. 이 책에는 일곱편의 단편 소설이 실려 있는데 이야기 하나하나가 모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처럼 상상을 초월한다. 저자는 박근혜-최순실 만큼이나 필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우리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모험하는 삶, 발견하고 발명하는 삶, 깜짝 놀라는 삶을 살기 위해서였다. 경탄 한번 하지 않고 하루를 보냈다면 그날은 망친 날이다. 세상의 아름다움과 광기를 의식하지 않고 흘려보낸 날은 재미없고 무가치하다."

매일 똑같은 일상 속에서도 새로움을 찾아보려 하지만 무료한 하루를 마무리하며 낙담하곤 하는 필자에게 마르탱 마주의 이 말은 정말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필자 역시 선물로 주어진 일생을 의미 없이 흘려보내고 싶지 않다.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그 안에 숨겨져 있는 '아름다움과 광기'를 발견하며 살아갈 수 있다면 삶이 얼마나 풍요로울까 생각해 본다. 저자는 일상에 파묻혀 점점 사그라들고 있는 필자의 머리 뚜껑을 열고 톡쏘는 탄산을 들이부어주었다.

눈에 보이는 것이 진실일까?

마르탱 마주의 상상은 첫 이야기부터 신선하다. 라파엘이란 이름의 주인공은 자신이 살해당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자신이 살아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무슨 말을 해도 경찰은 상황에 딱 들어맞는 증거와 증언들을 들이대며 당신은 살해당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하면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을까? 이는 엉뚱한 상상처럼 보이지만 생각해 보면 존재에 대한 근본적이고도 철학적인 물음이다.

저자는 자기 몸을 죽은 나뭇잎이나 나뭇가지로 착각하게 만드는 위장술이 뛰어난 대벌레라는 곤충을 주인공 라파엘과 대비시킨다. 실제로 죽지 않았지만 죽은 것 같은 대벌레와 실제론 죽었을지도 모르지만 살아 있는 것 같은 라파엘. 마르탱 마주는 소설 속 등장인물의 입을 빌어 우리에게 말한다. "무엇이든 눈에 보이는 대로 다 믿지"는 말라고. 최근에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도 이와 같은 관점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대통령이 연설을 하고 있었지만 대통령이 연설을 한 것이 아니었고, 정유라라는 학생이 대학에 입학했지만 입학한 것이 아니었다. 메르스가 발병했을땐 낙타만 피하면 된다고 했지만 낙타를 피한다고 되는 건 아니었으며, 침몰하던 세월호에서 전원이 구조되었다고 했지만 사실이 아님이 금새 들통났었다. 아이들과 시민들이 물에 빠져 죽어가던 급박한 때 7시간 동안 대통령은 정상적으로 집무를 봤다고 하는데, 이는 어떤 실체로 드러날까?

진짜 자유로울 수 있는 방법

또 다른 이야기에는 필립이란 이가 이상한 제안을 하는 사람을 만난다. 이 낯선 사람은 필립과 똑같은 차림을 하고 나타나서는 이틀 동안만 필립으로 살아보고 싶다고 한다. 그는 필립으로 존재하는 데 있어 필립보다 더 재능이 있다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건 오랜 시간 타성에 젖어 살아온 자신을 변화시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내가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다면 오히려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으로 존재한다는 건 많은 책임감을 필요로 하죠. 그것도 지나치게 많은 책임감이요. 그건 인간의 능력 밖이에요. 그러니 가끔씩은 다른 누군가가 될 수 있도록 허락해줄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상상해 본다. 내 삶을 이틀 동안만 다른 누군가에게 맡길 수 있다면? 이야기 속 필립은 자신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대신 자기는 아무것도 되지 않기로 결정한다. 그러자 필립은 지금껏 경험하지 못했던 편안함을 느꼈고, 다시 태어나는 기분이 들었다. 필자 역시 내가 속한 가정, 직장, 사회 등에서 요구하는 책임에 상당히 구속되어 있다는 것을 느낀다. 필립처럼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있어볼 수 있다면 진정한 자유를 경험할 수 있을 것 같다.

예전 대통령들은 대통령이 되고나면 노화가 급격히 진행되는 것 같았는데 이번 대통령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아보인다. 최순실이라는 여인에게 자신을 내어주고 이야기 속의 필립처럼 이전엔 경험하지 못했던 편안함 속에서 자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었던 덕분은 아니었을까 라고 상상력을 발휘해 본다.

내면에서 살기로 했다고?

자신의 내면에서 살기로 결정한 이가 있다. 주변 사람들은 자기들과 다른 방식으로 살겠다는 주인공이 누릴 자유를 시샘해 주인공의 생각을 바꿔보려 애쓰지만 소용 없다. 내면에서 사는 삶은 장점이 많기 때문이다. 내면의 집엔 밤 늦게까지 떠드는 이웃도 없고, 사회에서 일어나는 온갖 소동에 신경쓸 일도 없다. 하찮은 것들에 에너지를 낭비해야 할 이유도 없고, 마음껏 자신만의 공간을 꾸미며 살아갈 수도 있다. 모두가 각자의 내면에 산다면 전쟁도 없다.

한편, 섬나라 같은 자신의 내면에 살게 되면 다른 이들이 필요하다는 점도 깨닫게 된다. 같은 세계 안에서 살아갈 때보다 오히려 다른 사람들을 더 이해할 수 있고 더 친밀해 질 수 있다. 내면엔 그림자에 가려진 영역들이 있는데 그곳을 천천히 조심스럽게 탐험할 수 있다. 내면의 집은 아주 넓지는 않지만 발걸음이 닿으면 공간이 열리는 한계 없는 곳이다. 이 집의 크기는 그곳에 사는 이의 탐험의 정도에 달려 있다.

외부의 혼란스러운 상황은 판단력을 흐리게 만들 수 있다. 흔들리는 대한민국을 온전히 지탱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건강한 판단력을 유지하고 있는 시민들이다. 이럴 때일수록 각자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그동안 그림자에 가려져 있었던 영역으로의 탐험에 나서면 좋겠다. 섬처럼 고립되어 있는 것 같았지만 몇 걸음만 더 나아가면 그 옆에 같은 뜻을 가진 시민들이 있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 요즘의 광화문 광장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상상력'

마르탱 마주는 위의 이야기들 외에도 범죄자를 가장 안정적인 직업이라 생각해 꼭 범죄자가 되고 싶어하는 청년, 멸종 위기에 처한 한 사람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감금시키는 사람들, 동물들보다 위험에 대해 무감각한 인간들 등 기존의 생각을 뒤집거나 인간의 본성을 돌아보게 만드는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그가 머리말에서 쓴 것처럼 이 책은 '어떤 책과도 닮지 않은 그런 책'이었다.

이런 시국에 한가하게 소설이나 읽고 있을 수 있는가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요즘처럼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앞에 놓였을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마음껏 상상할 수 있는 자유라 생각한다. 많은 정치인들과 지식인들도 최근의 이런 사태가 일어날 것이라곤 예상하지 못했기에 앞으로의 사회를 그리는데 우왕좌왕한다. 매주 시민들도 광장에 나와 촛불을 들고는 있지만 각자가 그리는 미래가 어떤 것인지는 서로 잘 모른다.

대통령과 함께 범죄를 저지른 이들의 처벌을 넘어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우리 사회를 상상해 보자. 우리의 현대 역사에서 지금껏 대통령에게 거의 무한히 집중되어 왔던 권력을 이제 그 주인들에게 나눠줄 수 있는 시스템을 생각해 보자. 광장에 촛불을 들고 모일 때마다 그곳에서 앞으로 우리가 만들어갈 세상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기존의 틀에서 완전히 벗어나 시민들의 자유로운 상상에서 나온 미래의 그림들을 함께 그려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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