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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야기

권력의 노예로 전락한 대한민국 언론인들에게 바치는 영화

초원위의양 2016. 4. 1. 21:26

스포트라이트

감독
토마스 맥카시
출연
마크 러팔로, 마이클 키튼, 레이첼 맥아담스, 리브 슈라이버
개봉
2015 미국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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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엔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사람들이 알아야만 하는 중요한 사건들이 있고 굳이 알지 않아도 혹은 알지 못해도 되는 시시콜콜한 일들이 있다. 사회가 정상적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꼭 알아야만 하는 혹은 알았으면 하는 사건들을 알리려는 사람들이 꼭 필요하다. 알려진 사건들을 통해 사회 구성원들이 끊임없이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가 있어야 사회 구조 속에서 피해를 입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이 공익적 역할을 담당하는 사람들의 무리를 언론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기레기로 대표되는 한국의 비참한 언론 환경에 한 줄기 빛과 같은 영화가 소개되었다. 미국의 보스톤 글로브(Boston Globe)지의 탐사보도팀 스포트라이트(Spotlight) 팀의 스토리가 영화로 제작되어 한국에도 상영되고 있다.

 

  과거에 조용히 묻힌 보스턴 지역 가톨릭 신부들의 아동성추행 사건을 자세히 파헤쳐 진실을 알리는 프로젝트가 스포트라이트 팀에 주어진다. 사건의 실마리를 추적하다 보니 가톨릭 교회라는 거대한 시스템이 사건 은폐와 축소의 중심에 놓여 있다는 것이 밝혀진다. 이 보도팀은 새로 부임한 편집국장의 관심과 진실을 밝혀내고자 하는 기자정신을 기반으로 서서히 진실에 다가간다. 사회구성원들 전체의 묵인과 무관심 속에서도 진실을 말하고 더 많은 피해자들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 애쓰는 소수의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노력은 교회권력과 그것을 유지하고 싶은 다수의 사람들의 묵인이라는 높은 장벽에 막혀 아무런 힘도 발휘하지 못했고 오히려 그들에게는 실패의 낙담 만이 남아 있었다. 피해자들이 전면에 나서기 어려운 성적인 문제이기에 진실에 다가가기가 더욱 어려웠다.

 

  자신들의 치부를 숨기려는 교회와 자신들이 겪은 수치스러운 일들을 밝히기 꺼려하는 피해자의 입장에 더해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팀원들이 마주한 더욱 큰 장벽은 자신들이 속한 사회 구성원들의 반발이었다. 자신과 친밀한 가족과 친구들이 사건의 은폐에 직간접적으로 관련되어 있기도 했고, 자신들이 어쩌면 완벽하다고 믿고 싶어하는 공동체인 교회의 이미지가 훼손되는 것을 바라지 않기도 했다. 스스로의 추잡한 모습을 거울에 비쳐보고 싶지 않은 이 공동체적인 묵인 내지는 외면 혹은 자기합리화가 스포트라이트 팀이 마주한 가장 높고 두터운 장벽이었다고 생각한다. 거대한 교회 조직의 전방위적 압박, 기존에 실패를 맛본 피해자들의 냉소 섞인 시선, 자신들이 속한 공동체의 사회적 압력에도 불구하고 이 팀은 결국 추악한 사건을 치열하게 추적해 진실을 밝혀내기에 이른다.

 

  하지만 이 사건의 진실이 알려지기까지는 앞서 언급한 장벽들 말고도 몇 개의 고비를 더 넘어서야만 했다. 급작스럽게 발생한 9.11 테러라는 외부의 사건은 애써 준비하던 프로젝트가 잠시 중단되도록 했고, 진실에 다가서던 자신이 과거에 이 사건을 덮어버렸다는 것을 알게 되어 괴로워하는 순간도 찾아와 내부적인 갈등도 겪게 된다. 결정적으로 사건의 범인들인 신부들의 변호인으로 일했던 친구의 증언을 확보하지 못했다면 이 보도는 이루어질 수 없었을 것이다. 그 변호사 친구는 말한다. "나는 내 일을 했을 뿐이다"라고. 추잡한 성추행범들인 신부들을 변호하는 것이 자신의 업이다. 그리고 한 마디 덧붙인다. "너는 그 때 무엇을 했냐"고. 성추행을 행한 신부들 명부를 들고 친구를 찾아갔던 팀장은 친구의 힘겨운 확인과 함께 이 괴로운 물음을 안고 돌아온다.

 

  진실에 가까이 다가간다는 것이 때론 더 많은 사람들 뿐만 아니라 스스로에게도 예상치 못한 상처를 입히게도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우리는 어떤 사건의 피해자들을 위로하고 같은 일을 겪는 피해자들이 더 생겨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그리고 가해자들이 옳지 않은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기 위해 진실을 알리고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그에 합당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동일한 맥락에서 밝혀낸 진실 그 자체와 함께 그것을 찾아가는 과정 또한 진실해야 한다. 과정에서 진정성을 잃게 된다면 밝혀진 진실의 정당성이 훼손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그렇다. 진실을 추구하는 동기와 목적, 과정, 그리고 그 결과가 모두 진실해야 밝혀진 사실이 사회 구성원 전체에 변화할 수 있는 파급력을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낙하산 인사로 한국의 언론을 치열하게 손에 거머쥐었던 이명박씨 시절부터 한국의 언론은 다시 망가지기 시작했다. 내가 언론인으로 살아가고 있지 않기에 기레기라 불리는 그들의 실제 현실을 잘 알지는 못한다. 종종 쓰레기로 비유되고 조중동 혹은 종편 등으로 대표되는 한국의 비정상적 언론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권력의 콩고물을 핥아 먹기 위해 적극적으로 조력하는 이들일 수도 있고, 영화에서 변호사가 성 범죄를 저지른 신부들을 변호하는 것이 자기 일이라 생각했던 것처럼 쓰레기 짓이 자기 일이려니 생각하고 열심히 하는 이들일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내가 직접적인 피해자가 아니니 크게 관심을 두지 않고 있는 이들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를 위해 언론인들이 다시 정신을 차려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제발 정신 좀 차리자 언론인들이여.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미약하나마 스포트라이트 팀과 같은 역할을 해 주고 있는 몇몇 언론인들이 우리 사회에 있다는 점이다. 스포트라이트 팀처럼 뉴스타파는 탐사보도를 중심으로 하는 언론인들이 모여 국민들에게 진실을 알리고 있고, 국민TV와 같이 대안적인 언론매체를 만들고자 하는 노력도 지속되고 있다. 기존 진보 언론이라 불리던 한겨레도 있고(물론 최근엔 그 역할이 어떤 것인지 모호해지고 있기는 하지만), 오마이뉴스나 경향신문 등이 권력의 개가 되어 버린 한국의 언론 지형을 깨뜨려보고자 노력하고 있다. 언론인으로 살아가지 못하는 나는 재정적으로나마 이들의 노력에 힘을 보태고, 이들이 알려주는 소식들을 관심있게 읽으며 널리 알리는 일 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게 아쉽다. 열정을 가지고 진실을 알리고자 하는 이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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