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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 사는 20세기 소년
대학의 가치를 묻다 본문
대한민국에서 몇 십년 전 소위 고등교육이라는 경험을 해 보는 이들이 적었던 시기에 대학은 동경의 대상이었다. 대학을 나왔다는 것은 어느 정도의 성공이 보장되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하지만 90년대에 들어서면서 대학은 누구나 기본적으로 거쳐야 하는 과정이 되어버렸다. 이젠 특출난 재능을 갖고 있지 않은 일반적인 사람들에게 대학 졸업장이 없으면 인생의 길이 무척이나 좁아지게 될 것처럼 여겨 진다. 이에 더해 대학교도 무분별하게 경쟁하듯 생겨났다. 그래도 높은 교육열로 대학교에 대한 수요는 이어져 왔다. 그러나 대학 입학 대상자의 수가 감소하고 있어 곧 대학 입학 정원에 미치지 못하는 때가 도래할 것이다. 이러한 시기에 대학은 어떠한 모습으로 살아남게 될까?
한편 대학 등록금은 경쟁적으로 늘어났던 대학교의 숫자 만큼이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기만 했다. 학생들은 높아진 등록금을 마련하느라 공부를 해야 할 시간에 알바를 해야만 하는 주객이 바뀌어 버린 상황이 일반화되었고, 좀처럼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아니 시간이 지날수록 더 심해지는 양상이다. 상한선 없이 치솟는 대학 등록금에 대한 가계의 부담을 개선하기 위해 많은 시도가 있었다. 하다 하다 오죽했으면 반값 등록금이라는 정책도 추진되었을까. 하지만 여전히 대학 등록금에 대한 부담이 개선되었다고는 할 수 없다. 대학 등록금은 왜 오르기만 하는 것일까? 고등교육에 대한 수요가 공급을 초과해서라는 주장은 요즘의 상황에선 설득력이 부족해 보인다.
이 책은 미국 대학의 등록금 상승 문제와 그로 인해 일어나는 개인의 부채 증가 문제를 다루고 있다. 또한 투자의 효율성 측면에서 대학의 가치를 고려하면서 대학 혹은 고등교육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 하고 있다. 저자는 미국 대학의 등록금이 계속해서 오르는 이유는 다음의 세 가지라고 말한다. 대학의 탐욕, 교육열, 정부의 등록금 보조인데 이러한 경향은 계속될 것이라 진단한다. 이에 반해 대학교육의 질은 투자대비 현저히 낮아졌으며, 대학을 졸업하고서도 무직자로 남게 되는 비율이 증가하고 있음을 언급하며 대학의 가치를 재고해 볼 것을 권고하고 있다. 우리 나라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저자가 접근하고 있는 비용 대비 수익 관점을 교육에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다고만은 할 수 없으나, 대학의 가치에 대한 국민적 논의는 필요해 보인다. 이제 모든 사람이 대학에 가야한다는 편견은 우리 머릿속에서 지울 때가 되었다.
저자는 학생들이 고등학교 과정까지의 시간, 그리고 부모, 교사 등의 도움을 통해 자신을 평가하고 앞으로의 길을 설계할 것을 권한다. 경제력, 투자 대비 수익, 평생 소득, 학업 성적, 학생의 관심사 등을 기초로 향후의 진로를 검토해야 한다는 저자의 의견에 동감한다. 우리 나라의 학생들과 그들의 부모들도 왜 대학에 가는지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자녀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해 보게 되었다. 지금의 나는 한국에선 나름 이름 있는 대학이라고들 하는 곳에서 공학분야 석사까지 마쳤다. 현재의 기준으로 평가하자면 나에게 대학은 투자 대비 수익은 괜찮은 편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나의 자녀들에게도 동일한 결과를 가져오게 될것인지에 대해선 의문이다. 저자의 제안처럼 고등학교 시절까지 나의 자녀를 꼼꼼히 관찰하고 함께 이야기하며 앞날을 그려봐야겠다.
미국은 높은 대학 등록금으로 인한 개인들의 부채 문제가 심각해진 모양이다. 저자는 현재의 학자금 대출 규모와 누구나 돈을 빌릴 수 있는 구조의 문제를 지적하고, 대학 등록금 인상과 그로 인한 개인 부채 문제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에 이어서 투자 가치 측면에서 어떠한 대학들이 장단점을 가지고 있는지를 분석하여 대학을 선택하려는 사람들에게 가이드 라인을 제시해 주고 있다. 저자가 오직 비용대비 수익 관점으로만 대학교육을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학을 투자 가치로 분류하는 것은 무척이나 낯설었다. 하지만 우리도 냉정하게 이러한 작업이 이루어지는 것도 새로운 세대를 위해 고등교육 체계를 개혁하는 데 있어 참고할 만한 방법이라 생각한다. 저자는 친절하게도 투자가치가 높은 대학들 리스트도 제공하고 있다. 대학교육의 허와 실을 이야기하다보면 자연스럽게 그 이전의 교육 체계를 언급할 수 밖에 없고 교육의 개혁은 위와 아래에서 동시에 진행될 필요가 있음을 역설한다. 저자가 그리듯이 앞으로의 고등 교육은 누구나 대학에 가지 않아도 합리적인 가격으로 필요한 모든 사람들에게 제공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 생각한다. 언제나 의제로 등장하지만 누구도 뾰족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 나라 교육 시스템의 모습도 궁극적으로는 이와 유사한 모습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교육의 목표가 무엇이냐에 따라 그 정신을 담는 그릇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고등교육이 여러 가지 목표를 가질 수 있음을 말한다. 개인의 지성과 영혼을 가꾸고 성장시켜서 삶에서 무엇이 옳고 좋은지 알게 하는 것, 노동 시장의 요구에 준비된 인재를 양성하는 것, 다양한 분야와 직업에 맞는 전문 교육을 제공하는 것 등이 저자가 말하는 교육의 목표다. 하지만 지금 미국의 고등 교육 시스템은 이러한 목표를 달성해 가는 데 지속적으로 실패하고 있다는 것을 저자는 지적하고 있다. 이 책에서 말하는 것은 대학이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는 데 실패하고 있으니 가지 말아라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상황에 따라 선택이 달라질 수 있으니 가려거든 꼼꼼히 따져보고 가라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의 문제점들을 여러 가지 방식으로 개선해 나가자는 것이다.
우리 나라의 대학 교육 시스템과 그 이전 교육 시스템도 이 책에서 저자가 언급한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나 경제가 정체기를 지나 침체기로 접어들고 있는 최근 몇년 동안은 교육 시스템의 문제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 여러 정부를 거치며 변화를 꾀하였지만 지금까지 어느 것 하나 우리 나라의 교육 현실을 나아지게 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더 나은 교육을 위한 고민들이 지속되고는 있지만 짧은 기간 동안에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 기대되지는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실제적으로 대학 교육을 고민하고 있는 우리 학생들이 다양한 관점에서 대학의 가치 혹은 필요성에 대해서 평가하면 좋겠다. 투자 대비 수익도 좋고, 각 개인의 관심사와 능력, 경제력도 좋다. 우리는 어떠한 기준을 가지고 대학을 더 나아가 고등 교육을 빚어가기 원하는지 논의도 계속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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