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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 사는 20세기 소년
자연이 선택을 했다고? 내겐 어불성설 본문
인간의 호기심을 끊임 없이 자극하는 존재 중 가장 거대하고 복잡한 것은 아마도 우리가 속해 있는 자연일 것이다. 저자는 자연을 바라보면서 떠오르는 여러 가지 궁금증들에 대해서 합리적인 추론에 과거 연구자들의 견해를 곁들여가며 대답해 보려고 하고 있다. 이 책에서 제시한 다양한 의견들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혹은 믿을 지 믿지 않을 지는 독자의 세계관에 따라 달라질 것이지만,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자연과 인간에 대한 궁금한 사항들은 다른 사람들과 재미있게 이야기를 나누기에 적절해 보이는 주제들이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지나치지만 큰 관심을 두지 않았던 동물, 식물, 그리고 우리 인간들 스스로에게도 고유한 이야기와 역사가 있다는 것은 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유익함 중의 하나이다.
저자인 요제프 라이히홀프는 생태학 분야의 전문가로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로 자연과 자연을 구성하는 생물들에 대해 흥미를 일으키며 설명해 주는 탁월한 재능을 가진 사람인 것 같다.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장에서는 먼저 인류와 동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통상적으로 당연하게 여겨왔던 생각들에 반하는 물음, 궁금하기는 했지만 누구 하나 대답해 주지 않았던 물음 등을 이야기의 소재로 삼고 있다.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것이 왜 장점이 되는지, 왜 피부색이 다른지, 종교가 생존을 위해 필요한 것인지, 사랑을 자연이 만든 것인지 등이 그러한 예가 될 수 있겠다. 언뜻 언뜻 지나치듯 떠오르는 생각들에 대해 저자는 자신의 의견을 논리적으로 피력해 간다.
2장에서는 생명이 있으면 존재할 수 있는 유희에 대한 물음들에 대답을 한다. 인류와 동물 사이의 잡종은 존재하는지, 종의 다양성이 생물의 종류에 따라 크게 다른 이유, 인간과 특히 친밀해진 동물들, 같은 조류임에도 어떤 새는 철새가 되고 어떤 새는 그렇지 않은지 등이 2장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들이다. 저자는 기본적으로 진화와 자연 선택이라는 가설에 의지하여 이러한 물음들에 답하고 있다. 흥미로운 주제들이고 한편으론 합리적 추론이라 생각되기는 하지만 저자의 주장이 사실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자신이 믿고 있는 가설들이 진리인 것처럼 확신에 차서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화론이든 창조론이든 과학적으로 명확히 검증하거나 확인될 수 없는 것이기에 믿음에 근거한 주장을 펼 수 밖에 없는데 저자는 전문가여서 그런지 약간은 오만하단 느낌을 받는다. 저자 자신도 인간이 자연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고 쓰고 있으면서도 정작 자신의 주장을 펼 때는 그것이 진실인 것처럼 확산에 차서 기술하는 실수를 범하고 있는 듯 하다.
세 번째 장에서는 자연에 가장 큰 해가 되고 있는 인류에 대해 다루고 있다. 3장은 자연에 속해 그것을 누리고 만끽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자신들의 유익과 편리함만을 위해 자연을 해치고 있는 인간들이 반드시 생각해 봐야할 내용이라 생각한다. 인류가 없었다면 자연은 스스로 균형을 이루며 그 아름다움을 유지해갔을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인간에 의한 도시화가 인간에게만 악영향을 주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동화로만 접했던 시골쥐 도시쥐에서 등장하는 도시쥐와 같은 동물들이 매우 많아지고 그러한 삶에 익숙해져 갈 수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인간이 도시화의 황폐함에 익숙해져 당연하게 생활하듯이 자연의 생물들도 인간들처럼 될 수 있겠다는 슬픈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또한 자신들에게 크게 해가 되지 않으면 자연은 이러거나 저러거나 신경쓰지 않는 인간의 무심함과 이기심도 이 장을 통해 깊이 느낄 수 있다.
마지막 4장에선 생태학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고 있다. 요즘 가장 흔하게 듣는 단어중 하나가 생태가 아닐까 싶다. 저자는 지구에 태어난 인류라는 자식으로 인해 어머니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다고 표현하고 있는데 매우 적절한 표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지구에 가장 큰 아픔을 가하고 있는 존재인 인간이 그 지구를 연구한다는 것이 어찌보면 역설적이긴 하지만, 지구를 조금이라도 보존하고 덜 아프도록 하는 방향을 탐구한다고 하면 좀 낫지 않을까 싶다. 생태학은 너무나도 복잡한 자연을 다루고 있기에 인간이 과학이라고 부르는 어떤 원리나 원칙으로 멋지게 ㅅ설명해 낼 수 있는 학문 분야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자연이 어떠한 모습으로 운영되어 가는지, 그러한 자연을 어떻게 보존해 나갈 것인지 등이 주요 관심사가 되어야 할 것 같다. 저자가 지적했듯이 지구 생태계를 아프게 해 왔던 인간들은 우리가 지구의 적폐가 되지 않을 수 있도록 그 동안의 과오를 되돌리는 일에 전념하는 것이 자연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생각한다.
책의 제목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저자는 진화론과 자연선택이라는 가설에 매우 강력한 믿음을 가지고 있어 보인다. 저자는 생태학분야 전문가이기는 하지만 이와 같은 '믿음'의 혀 자연을 보고 있다는 생각을 지을 수 없다. 인간의 과학이라는 것은 깊이 들어가 보면 그 기초가 얼마나 취약한 지 모른다. 근본적인 물음을 해 나가다 보면 결국 부딪치는 벽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어떤 주장을 선택하고 그것이 옳다고 믿을 것인가의 문제이다. 인식하고 있든 아니든 사람들은 누구나 이 근본적 물음 앞에 한 가지 선택을 한 후 그곳에서부터 자신의 세계관이라는 구조물을 지어나가기 시작한다. 이 책은 아주 흥미로운 주제들을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앞서도 언급했듯이 재미있는 이야기거리 정도이지 학문적으로 이러한 주장이 사실이다라는 근거는 전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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