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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 사는 20세기 소년
백만원이 넘는 아이폰 가격에 숨겨진 심리학 본문
애플은 999달러에서 1,149달러에 이르는 새 아이폰 X(10)을 공개했다. 이는 699달러부터 시작하는 아이폰 8이나 799달러부터 시작하는 아이폰 8 플러스보다 상당히 높은 가격이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아이폰 10의 가격은 마지노선이라 여겨지던 1,000달러를 파괴하는 것이기도 하다. 네 자리 숫자 가격은 소비자들의 중요한 심리적 장벽을 넘어서는 것이다.
애플은 예상가능한 기기에다 왜 가격의 한계까지 밀어부쳤을까? 핵심적인 이유는 높은 가격이 소비자들의 마음에 최고라는 기대를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이글스가 성공적으로 취했던 것과 비슷한 가격 전략이다. 캘리포니아 출신인 이 밴드는 1970년대 초반 인기를 누리다가 1980년에 해체했다. 14년 후 이글스는 새 앨범을 발표하며 재결성했고 세계 투어에 올랐다. 가격적인 면에서 이 투어는 기존과 달랐다. 이글스는 당시 콘서트 티켓 가격의 마지노선이라 여겨지던 100달러를 넘겼다.
오랫동안 이글스의 팬이었고 신시네티에서 어린시절을 보내던 당시 라디오에선 15분마다 호텔 캘리포니아가 흘러나오는 것 같았다. 100달러가 넘는 티켓 가격이어도 이해가 되었다. 시간이 지나도 여전한 인기와 오랫동안 음악계를 떠나있었던 것이 수요에 연료를 공급했다. 경제학 원론의 수요와 공급 원리를 떠올리면 가격이 오르는 게 당연했다.
이것이 맞는지 확인하고자 이글스의 가격 전략을 담당했던 유명 매니저인 Irving Azoff에게 연락했다. Azoff는 이글스의 이 콘서트 티켓 가격은 수요와 공급 원리로 책정한 것이 아니라 품질에 대한 선언이었다고 했다. "우리는 새로 재결성한 밴드가 아니라 미국에서 가장 뛰어난 롹 밴드를 보고 있다는 선언으로 가격을 매겼어요."라고 Azoff는 회상했다.
이 얼마나 멋진 가격 전략인가. 이글스는 가격을 가치를 나타내는 것을 넘어서 소비자의 마음에 최고라는 믿음을 심어주는 것에까지 범위를 확장시켰다. 물론 기대를 심어준 것만큼 만족을 시켜야했다. 세 시간을 히트곡들로 채워진 콘서트는 극찬을 받았고 1995년 최고의 콘서트가 되었다. 이글스는 자신들의 약속 이상을 선사했다.
애플은 소비자의 마음에 경쟁자가 없는 훌륭함을 기대하도록 하기 위해 이글스와 유사한 염원을 가격에 담았다. 아이폰 X을 공개하는 행사에서 팀 쿡은 염치없게도 이렇게 선언했다. "최초의 아이폰 이래로 가장 커다란 진보입니다." 대담한 마케팅 구호는 맛지지만 소비자들은 그것에 공격을 퍼붓고 때론 부풀어오른 불평을 쏟아내기도 한다. 그 결과 우리는 이러한 홍보 문구의 타당성을 냉정하게 걸러듣는다. 웃돈을 얹는 가격 책정은 눈을 마주치며 하는 약속 이상을 의미한다. "가격이 좀 비싸기는 하지만 나를 믿어요. 그만한 가치가 있어요."
내 생각에 애플은 심리적으러 신뢰를 줄 수 있도록 가격을 사용할 추가적인 기회를 잃은 것 같다. 구체적으로는 가격을 9로 끝내는 게임을 아이폰 X에서는 끝냈어야 한다. 9로 끝내면 좀 더 싼 느낌이 들게하는 가격책정 전략인데, 팀 쿡이 말한 것처럼 아이폰 X이 혁명적인 제품이라면 자신있게 "이제 장난은 끝내도록 하죠. 가격은 1,000달러입니다"라고 했어야 한다.
가격은 수요와 공급을 맞추는 전략 이상의 것이다. 가격에는 많은 의미가 담긴다. 이글스의 사례도 그렇고 지금까지 애플의 가격 전략이 잘 먹혔던 것도 그렇다. 미디어는 아이폰 X의 고가 정책으로 떠들썩하다. 애플 분석가인 Gene Munster는 30-40%의 애플 고객들이 999달러의 아이폰 X을 살 의향이 있다고 예상했다. 미디어와 소비자 리뷰가 기대에 상응하는지 그리고 애플이 지금의 위치를 유지할 수 있을 지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것이리라.
출처: Rafi Mohammed, The psychology behind the new iPhone's four-digit price, H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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