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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의 시작, 꼭 닮은 기원전 아테네와 21세기 대한민국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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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의 시작, 꼭 닮은 기원전 아테네와 21세기 대한민국

초원위의양 2017.04.09 00:35

어메이징 데모크라시

작가
알레코스 파파다토스, 아르라함 카와|애니 ...
출판
궁리
발매
2017.02.24.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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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시민들은 불의한 권력에 의해 곪은 환부를 도려내기 위해 지난하고도 힘겨운 투쟁을 몇 개월째 이어왔습니다. 시민들은 마침내 불의한 대통령을 자리에서 끌어내렸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박 대통령과 그 동조자들의 구속을 촛불의 승리라고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촛불 항쟁은 진정한 민주주의를 향해 내딛은 첫 걸음이라 생각합니다.


이제 우리는 어떤 모습의 민주주의를 향해 나아가야 할까요? 민주주의가 시작되었던 고대 아테네의 이야기를 그린 <어메이징 데모크라시>라는 책을 보며 앞으로 대한민국이 빚어갈 민주주의를 그려봅니다. 그런데 최근 이십여 년 동안 대한민국이 경험해 왔던 상황이 2,500년 전 민주주의의 시작을 알렸던 아테네의 모습과 매우 흡사해 놀랍습니다.


책을 읽을 때 일반적으로 작품 해설이나 평을 먼저 읽지 말라고 조언하는데, 이 책의 경우엔 책의 뒷부분에 정리되어 있는 등장 인물과 신화 등에 대한 설명을 먼저 읽어보라 권하고 싶습니다. 그러는 것이 내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특히 저처럼 그리스/로마 역사나 인물, 신화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분들이라면 꼭 책의 마지막 부분부터 읽을 것을 추천합니다.


이야기는 기원전 490년 페르시아가 아테네를 침공했던 전쟁터에서 시작됩니다. 이 전쟁에서 패배하면 아테네는 또 다시 독재 하에 놓일 것입니다. 전투를 앞둔 긴장감에 아테네 시민군중 한 명이 악몽을 꾸다 깨어납니다. 이 꿈 이야기를 계기로 또 한 명의 시민군인 주인공은 과거 아테네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아테네 시민들이 부침을 겪으며 민주주의를 이뤄냈던 투쟁의 모습이 현대 대한민국 역사와 놀랍게 닮아 있습니다.


불의한 권력을 끌어내린 직후의 아테네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시초로 여겨지는 아테네에도 참주를 중심으로 소수의 사람들이 권력을 차지하고 시민들을 통치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이를 올바르지 않다고 여겼던 아테네인들은 치열한 투쟁으로 참주를 권좌에서 끌어내리고 혁명적인 전환기를 맞이합니다. 뜨거운 선거 열기에 아테네 사람들은 반으로 나뉘어 싸움박질을 하기도 하고, 토론을 하기도 했습니다. 당시에도 기회주의자들은 수구 세력에 붙어 개혁 세력을 흠집내며 대중들을 선동했습니다.


“참주를 두들겨 패는 생각으로 아테네인들은 흥분해 있었다. 참주의 죽음 후 재건과 새로움의 열기는 새 최고 집정관 선거 때 절정에 달했다. 많은 의원들이 클레이스테네스(개혁 세력)편을 들었다. 하지만 상류층의 지지를 얻은 자는 히피아스(참주) 때의 유명인 아사고라스(기존권력 유지 세력)였다. 한 때 개혁세력에 몸담았던 에케크라테스(기회주의자)는 외부 세력인 스파르타의 지원을 받아 새롭게 권력을 차지해가며 수구세력 측에 붙었다. 에케크라테스는 개혁세력도, 참주도 배신했다. 충성도 양심도 사고 팔렸다.”(114-116쪽 정리)


최근 우리 나라로 눈을 돌려봅니다. 불의한 대통령을 탄핵, 구속시켰고 곧바로 다음 대통령 선출을 위한 선거를 앞두고 있습니다. 아테네처럼 반반으로 나뉜 것은 아니지만 시민들의 의견이 개혁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압도적인 일치를 이룬 것도 아닙니다. 선거를 앞두고 자극적으로 대중을 선동하는 극우/수구 언론,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다양한 야합을 시도하는 세력들이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고, 부패한 권력을 보위했던 세력도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개혁 시민이 선거에서 패배하다


마치 우리 나라 극우 언론과 같은 아테네 수구세력들의 네거티브 전략이 대중들에게 아주 정확히 먹혀들었습니다. 개혁 세력은 기존 수구세력의 부정의함을 대중들 앞에서 외치지만 아테네는 수구세력의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결국 선거에서 개혁 세력이 패배하고 맙니다. 선거에서 패배한 개혁세력 지도자는 패배 원인을 이렇게 분석합니다.


“우선 사람들을 기분좋게 만들어서 사랑을 받고, 그들이 자길 사랑한다고 생각할 때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사람들을 부리지. 사람들은 자기가 원해서 하는 일이라고 믿겠지.”(130쪽)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고 야권이 패했던 원인과 비슷합니다. 야권은 이지지와 정책 둘 다에서 국민들의 동의를 받아내지 못했습니다. 결국 국민들은 수구세력이 만든 박정희라는 신화에 자신들의 미래를 맡겨버렸습니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선 정치적 상황이 야권에 유리하다 생각되지만 여태껏 권력을 차지해왔던 수구세력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습니다.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이들은 지난 선거에서의 실패를 치열하게 곱씹어 봐야 할 것입니다.


포기할 수 없었던 개혁의지


아테네의 개혁세력이 참주 제거 후 치러진 선거에서 패하기는 했지만 개혁 의지까지 버린 것은 아니었습니다. 개혁 세력 대표는 아테네의 평의회에 파격적인 개혁안을 제안합니다.


“우리는 다 보았고, 다 시도했습니다. 왕정, 참주정, 귀족정. 그 모두 다 결국 하나에 의존했습니다. 통제권에. 주 약점도 모두 같았습니다. 불안정성이었습니다. (중략) 우리 귀족들은 땅과 선물과 긍정적인 신탁을 약속하며 사람들을 기분 좋게 했습니다. (중략) 솔론의 법, 페이스라토스의 법을 통해서 우리는 어떤 다른 나라도 해내지 못했던 일을 해냈습니다. 우리는 법의 질서를 존중하는 문화를 일구어냈습니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한 사회가 다른 사회로 변모하는 순간, 그 잔혹한 전환점에 섰습니다.”(132쪽 정리)


“지금 아테네가 마주한 미래는 절망적입니다. 참주나 왕에게 책임을 편안히 떠넘기는 대신 미래를 직접 상대해야 할 것입니다. (중략) 권력은 파악하기 어려워졌고, 일단 더 이상 귀족들의 손에 있지 않습니다. 오늘 누가 권력을 쥐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분 계십니까? (중략) 시민이야말로 지배적인 힘입니다. 시민들이 힘을 갖도록 합시다. 그들이 투표하고 권력을 갖게 합시다. 그들이 국가가 되게 합시다.”(133쪽)


이 장면에선 고 노무현 대통령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등으로 이어지던 독재세력을 몰아내고 형식적으로나마 이뤄냈던 민주주의를 시민을 주인으로 삼는 진정한 민주주의로 발전시키고자 분투했던 노 대통령의 모습 말입니다. 하지만 이명박에게 정권을 내줬던 대한민국의 민주정부처럼 아테네의 개혁세력도 결국엔 수구세력에 의해 추방되거나 학살당하고 맙니다.


보통 사람들이 불같이 일어서다


당시 아테네 사람들은 “우린 몰랐어요. 어떻게 알았겠어요?”, “아무런 전조도 경고도 없었어요"라고 말하며 자신들의 책임을 부인했습니다. 하지만 저자들은 "전조와 경고는 항상 있었지만 우리가 알고도 살아갈 뿐이다."라고 말하며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던 당시의 아테네 시민들의 모습을 아프게 그립니다.


대한민국에서도 두 번의 민주정부를 거치면서 기존의 수구세력들은 권력을 되찾기 위해 열과 성을 다했습니다. 결국 그들은 이명박을 앞세워 권력을 잡았고 어렵게 싹틔웠던 민주화의 새싹들을 짓밟았습니다. 더 나아가 또 다시 민주정권이 자라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언론, 재벌, 심지어 국가기관까지 동원하며 자신들의 권력을 공공히 했습니다. 결국 수구세력은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만드는데까지 성공했습니다.


이명박근혜 시절 잘못된 이들에 대해 일부 반대하기는 했으나 국민 대다수는 잘못된 것임을 알고도 그냥 살아갔습니다. 피해를 입는 사람들이 때때로 저항하고 비판하기는 했지만 힘이 하나로 모이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명박근혜 정권하에서 계속되었던 일련의 사건들은 시민들을 점점 분노하게 만들었습니다. 노동자 탄압, 4대강, 해군기지, 세월호, 선거개입, 국정농단 등으로 켜켜이 쌓이던 시민들의 분노가 마침내 광장을 촛불로 가득채웠습니다. 참주와 스파르타의 지배에 저항했던 아테네 시민들처럼 말입니다.


"정말, 정말 너무 화가 나서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사람이 있었다. 사람들에게 물어보았지만 아무도 몰랐다. (중략) 어쩌면 한 번도 항의해보지 않은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 보통 사람. 그가 화가 나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른다. 그의 말이 어떤 점에서 심금을 울렸는지도. 그러나 그 거슬리는 소리는 행동의 소리였다. 한 명의 목소리가 열 명 목소리로. 열 명이 쉰 명으로. 일흔 명으로. 백 명으로. 모두 화가 나서 일제히 일어섰다.”(154-155쪽 정리)


촛불의 대한민국에 지금 필요한 것, 철저한 과거 청산


아테네 군중들은 시민의 적들과 스파르타군을 몰아냈습니다. 시민들은 스파르타군이 떠난 후 남은 귀족들과 정치인들, 수구세력의 편에 섰던 자들을 체포해 재판을 했습니다. 공정한 재판 후 처형했습니다. '아테네가 심고 피를 뿌려 키운 것은 어쨌든 보호되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몇몇은 절벽에서 투신해야 했다. 몇몇은 바로 세운 판자에 팔목, 발목, 목을 금속 사슬로 감긴 채 매달렸다. 목을 감은 금속 사슬에 죄어 자기 몸무게에 목 졸려 죽거나 턱이 부러졌다. 조금 더 간접적으로 관련된 자들은 사약을 마시도록 허락받았다.”(187쪽)


박근혜 정권과 그 부역자들을 구속하고 재판을 진행하고 있는 촛불 시민의 대한민국이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 바로 이것입니다. 철저한 과거 청산. 박근혜를 앞세워 권력을 즐기던 자들이 몰염치하게도 대통령 후보도 내고, 그 후보는 용서를 말합니다. 이런 세력들을 철저하게 제거하지 않으면 촛불이 모이기 전까지 우리 사회 곳곳에서 흘렀던 희생자들의 피가 헛되게 버려질 것입니다.


촛불 광장에 선 우리는 승리를 이룬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이뤄가려는 첫 걸음을 이제 막 뗀 것입니다. 매일 매일 자신을 돌아봐야 합니다. 우리는 전두환까지 이어져왔던 독재를 몰아낸 후 노태우가 대통령이 되게 했던 역사를 떠올려야 합니다. 우리는 김대중과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뽑기도 했고, 이명박과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뽑기도 했던 사람들임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대한민국 시민들의 가장 위험한 적은 바로 우리 자신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우리는 매일 우리 자신에 맞서 투쟁해야만 합니다.


“우리가 뭔가를 위해 맞서 싸우면, 싸움은 끝나지 않아. 결코. 끝은 우리가 다시 계획을 세워야 한단 말이야. 우리는 좋은 사람들이고 나머지는 다 나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게 돼. 그런 식으로 생각하기 시작하면 늘 제멋대로, 자신만을 위해 행동하는 사람이 나타나지. 위대한 인간. 지도자. 참주가 되는 사람. 우리를 참주에게서 구하겠다는 사람. 시민의 꿈을 빼앗아 자신의 꿈으로 삼는 사람. 그런 생각은 두려움과 광기를 다시 불러와.”(198-1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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