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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휴양지인 지루함에 머물다

초원위의양 2018.04.04 00:28

당신은 지루함이 필요하다

작가
마크 A. 호킨스
출판
틈새책방
발매
2018.01.02.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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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는 산만함이 임계점에 도달했다. 의미를 애타게 갈구하지만, 어디서 찾아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오락과 몰입에 중독된 나머지, 인생을 의미 있게 느끼기 위해 더 많은 갈등을 필요로 하는 것 같다. 지금 상황이 바뀌지 않는다면, 세상만사와 치르는 끊임없는 전쟁은 나날이 악화되기만 할 것이다. 우리 모두는 의미와 몰입 대상을 찾고, 무엇인가에 매달리려는 잠재의식을 갖고 있다. 그러나 얄궂게도 주의를 흩뜨리는 온갖 것들 때문에 진정으로 의미 있는 인생을 찾고 만들어 나갈 기회가 사라진다.”(135쪽)


마크 A. 호킨스의 책 <당신은 지루함이 필요하다>에 나오는 대목입니다. 우리 사회와 우리의 모습을 아주 정확히 표현했다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의미 있는 인생을 찾고 싶어 부단히 노력하지만 오히려 그 노력들이 인생의 의미를 찾는데 방해가 되는 형국입니다. 주의를 흩뜨리지 않고 인생의 의미를 어떻게 찾아가면 좋을까요?


간혹 자신이 살아가는 의미를 일찌감치 발견하고 즐겁게 그 길로 나아가는 사람들이 있기도 합니다만, 대부분의 인생은 목적지를 명확히 알지 못한 채 세상이라는 망망대해로 출항한 배들과 같습니다. 사람들은 몰아치는 바람과 물결에 따라 이리저리 떠다니다 우연히 어떤 섬을 만나기도 하고 새로운 육지에 도달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끝내 목적지를 정하지 못하고 정처없이 부유하듯 살아가다가 생을 마감할 수도 있습니다.


한편, 모든 사람들에게 인생은 연습없는 단 한번 뿐인 항해이기에 우리 모두는 인생이란 항해에서 의미와 목적, 그리고 몰입할 대상을 찾고 싶어합니다. 어릴 때는 잘 모르지만 성인이 되고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인생에서 남은 시간은 더욱 귀하게 느껴집니다. 더군다나 삶에서 의미를 찾지 못했다면 마음은 점점 더 조급해집니다.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갖은 활동으로 시간을 가득 채워보지만 그리 만족스럽지 못합니다. 그럴수록 오히려 삶이 공허해집니다.


삶에서 지루함을 허용해야 할 이유


취미생활, 교육, 인간관계 등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보지만 정작 삶을 톺아보고 의미를 생각할 시간을 갖지 못합니다. 이런 우리에게 마크 A. 호킨스는 삶에서 의미와 충만함을 얻기 위해 ‘지루한’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역설합니다. 호킨스는 끊임없이 뭔가를 해야 할 것 같은 강박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인생을 탐구하고 바꿀 완벽한 기회인 ‘지루함’을 삶에 들이라고 조언합니다.


성실, 근면, 생산성 등을 강조하는 문화에서 ‘지루하다’는 것은 사실 불편한 감정입니다. 저 역시 조금 지루해지기가 무섭게 지루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티비를 켜거나 라디오를 듣는 등 뭐라도 했습니다. 특히나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부터는 지루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언제 어디서든 광활한 인터넷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때문에 지루함에 대해 생각해 본 적도 별로 없었습니다.


이런 제가 지루함이 무엇인지 정의하고 지루함을 어떤 범주로 분류할 수 있는지, 지루함이 왜 필요한 지에 대해서 말하는 이 책에 호기심을 갖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생각만해도 피하고 싶은 지루함이라는 주제로 책을 쓰다니요. 그런데 저자의 생각을 찬찬히 따라가면서 ‘지루함’이 인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는 점에 동의하게 되었습니다. 호킨스가 쓴 것처럼 “지루함은 인생의 작업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지루함을 피하기 위해 언제나 시간을 무언가로 채운다면, 인생의 참된 의미와 목적을 발견할 수 있는 공간을 영영 갖지 못하게 된다.”(37쪽)


지루함을 피하는 이유와 방법


저자는 지루함의 중요성을 강조한 후 우리가 왜 지루함을 피하게 되었는지 설명합니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지루함을 빈둥거림, 나태, 게으름, 목표없음 등과 연결시키도록 교육받았습니다. 비어 있는 시간엔 뭔가 생산적인 것을 하라고 훈련받기도 했습니다. 경쟁이 심화되는 사회에서 성공을 추구하며 살아왔습니다. 때문에 우리는 지루함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지루함을 피하기 위해 사람들은 텔레비전, 쇼핑, 인터넷, 게임, 회식, 독서, 창고정리 등을 하며 시간을 때우기도 하고, 울트라마라톤 같은 극단적 신체활동에 중독되기도 합니다. 혹은 직업 세계에서의 성공을 위해 과도하게 일하거나 끊임없이 사람들을 만나며 일상을 더욱 바쁘게 만들어가기도 하고, 강박적으로 여행을 하기도 합니다. 지루할 틈을 만들지 않습니다. 이렇게 살아가는 이들에게 호킨스가 경고합니다.


“너무 바쁜 스케줄 탓에 지루할 틈이 없다면, 사회적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 데서 오는 고통,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 그리고 인생의 부조리를 전혀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게 될 것이다.”(63쪽)


지루함도 연습해야 한다?


바쁜 일상을 살아가던 제게 호킨스의 경고가 먹혀들었습니다. 지루함을 ‘우리의 삶과 존재를 탐구하는 출발점’으로 삼아보자는 저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습니다. 일터와 가정을 오가며 분주한 가운데 지루할 시간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분명히 지루한 시간이 있었습니다. 다만 그 시간을 저자가 말한 것처럼 다른 활동들로 채우고 있었던 것을 깨달았습니다.


지난 주말 얻게 된 잠시 동안의 한가로운 시간에 이 책을 읽다가 책을 덮었습니다. 저자가 ‘지루함은 주위 대상이나 행위와의 관련성이 완벽히 제거된 상태’라고 했기 때문입니다. 저자가 책에 쓴 것처럼 독서도 지루함을 피하려는 활동 중의 하나이기에 읽기도 멈추고 가만히 있어봤습니다.


“지루함은 존재의 한계를 폭로하고, 완벽한 존재를 찾아 헤매는 일을 그만두라고 말한다. 실제로 우리는 완벽한 존재를 찾으려다 정말 잘살 수 있는 길에서 이탈한다. 인생에 대한 완벽한 해답 찾기를 무한정 시도하는 건 인생의 모든 가능성이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낼 기회를 놓치는 일이다. 역설적으로 인간 존재에는 한계가 있고, 우주를 아우르는 의미는 없으며, 거의 무한대에 가까운 가능성이 열린다.”(82-83쪽)


지루함을 받아들여보기로 했습니다. 의식적으로 인생의 의미를 생각하며 나의 과거, 현재, 미래를 살펴보곤 했던 것도 잊고 말 그대로 잠시 동안 멍때리고 앉아 있었습니다. 쉽지 않았습니다. 자꾸만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습니다. 다시 책을 펴고 읽고 싶었습니다. 연습하는 셈 치고 그대로 있어보았지만 저자가 말하는 지루함 가운데 머문다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히 이해되지는 않았습니다. 지루한 시간을 갖는 것도 연습을 해야 하나 싶었습니다.


“지루함을 느낄 때는 신체, 정신, 또는 호흡에 초점을 맞추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대신 떠오르는 온갖 생각과 감정이 자유롭게 날개를 펴도록 허락하고 지켜봐야 한다. 그 모든 것들이 당신에게 달려들도록 내버려두어라. 모든 생각, 공포, 감정이 그 공간 안에 들어온다는 것을 기억하라. 아마도 지루함은 냉온을 오갈 것이다. 그러면서 오래 전에 겪었어야 할 카타르시스가 몰려온다. 모든 감정 작용이 그러하듯, 지루함을 느낄 때도 스스로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수준까지만 허용해야 한다. 강렬한 감정이 올 것에 대비하며 파도타기를 즐기면 된다.”(92쪽)


영혼의 휴양지인 지루함과 친해지기로 했다


호킨스는 이와 같은 경지를 ‘지루함이 알아서 하도록’ 한다고 표현했습니다. 사실 책을 잔치 국수 마시듯 후루룩 읽고선 저자가 말하는 의미를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다만 짧게나마 제가 살아가는 삶의 의미가 하나로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얼마든지 또 다른 모습으로 변화해 갈 수 있겠다는 깨달음은 얻었습니다.


잠시 동안 지루함이라는 감정과 있어본 후 좀더 친숙해져야겠다 생각했습니다. 저자가 말한 것처럼 “지루함은 자신을 포함하여 삶의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자유를 깨닫게”해주고 “우리가 나고 자란 의미 쳬계의 쇠사슬”을 끊어볼 수 있게 합니다. 지루함은 과거의 나를 규정하던 틀에서 벗어나 지금 이 순간에 제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책을 찬찬히 다시 한번 읽어보고 일상에서 틈틈이 지루함을 허용해보고 있습니다. 지루함은 자신의 존재를 다시 생각해 보는 자유로운 공간을 우리에게 허락합니다. 나를 가두고 있는 현실이라는 공간에서 빠져나와 마음껏 방랑할 수 있는 영혼의 공간을 선사합니다. 이 공간 안에서 머물면서 삶에 대한 통찰도 얻게 됩니다. 제 정체성에 대해서도 보다 자유롭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지루함은 허용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었습니다. 지루함은 영혼의 휴양지와 같다고 할까요.


“술을 몇 잔 마시고, 열대 지방으로 여행을 떠나고, 넷플릭스에서 시리즈 하나를 탐닉하는 게 절대 잘못된 일이 아니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정의하는 게 이 책의 의도가 아니다. 지루함의 공간을 무엇으로 채우는게 올바른 지도 말하지 않는다. 다만 자신이 선택한 행동에 어떤 개인적 이유가 있는지 알아야 하고, 지루함을 채우기 위해 그 순간 당신에게 최선인 활동을 의식적으로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 인생이 어떤 모습이기를 바라는지 깊이 생각한 후에는, 언제든 필요가 느껴지면 지루함의 공간을 이용해 자신의 미래상을 고찰하고 수정해야 한다.”(10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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