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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어리석음에 관하여

초원위의양 2016. 3. 20. 08:06

노력중독

작가
에른스트 푀펠, 베아트리체 바그너
출판
율리시즈
발매
2014.08.28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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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몇 세기 동안 인류는 다양한 분야에서 발전을 거듭해 오고 있다. 그 가운데 수 많은 천재들이 출현해 역사에 큰 획들을 그러 놓았다. 인간은 이제 지구 상에서 경쟁자가 없을 정도의 유일한 지배자가 된 듯하다. 자연의 섭리 혹은 신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것들까지도 인간들은 손을 대고 있다. 인류 역사 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똑똑해 보이는 현재의 인간들이지만 과연 진짜 인간들이 똑똑하다 말할 수 있을까? 이 물음에 대해 이 책은 아주 명확하게 대답한다. 인간이 얼마나 어리석은 존재인지. 이 책은 어떤 점에서 인간이 어리석은 것인지, 인간의 약한 지점이 어디인지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인간의 모든 어리석음에 관한 고찰이라는 부제목은 약간 과장되기는 했지만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노력 중독이라는 제목은 어떤 의미에서 붙인 것인지 모르겠다. 차라리 부제목을 제목으로 삼았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어찌 됐든 저자들은 우리가 가진 인간에 대한 편견 혹은 착각에서 빠져 나올 수 있도록 구체적 사례들을 통해 도움을 준다.

 

  저자들은 우리가 "지식이 많을수록 지성과 능력도 크다는 믿음 때문에 쓸모 없는 사실을 공부하는 데 많은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고 일갈한다. 저자들이 쓴 것처럼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해서 창조적이고 뛰어난 능력을 갖춘 것은 아니다. 매우 공감이 되고 또한 나를 돌아보게 되는 주장이다. 저자들은 단적인 예로 의사가 되는 시스템을 들고 있다. 정작 필요한 기술 혹은 적성은 제쳐두고 단순히 높은 성적을 받은 이들에게 의사가 될 기회가 돌아가게 하는 어리석은 시스템을 우리는 계속 유지해 오고 있다. 이는 독일 시스템뿐만 아니라 한국의 상황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지식으로 머리통이 가득 차 있지만 어리석은 의사들을 우리는 얼마나 자주 접하는가! 비단 의사들 뿐 아니라 각 분야의 전문가라 칭함을 받는 이들도 마찬가지인 경우가 많음을 우린 경험하고 있다.

 

  저자들은 인간의 어리석은 모습들을 몇 가지 소주제들을 통해 설득력있게 보여준다. 우리는 언론의 어리석은 단순화와 선동을 매일 같이 목도하고 있으며, 빠른 속도에 대한 집착으로 인해 자연자원, 현실과 미래 등을 장기적으로 고려하지 않은 채 어리석은 선택들을 이어가고 있다. 저자들이 제안하는 것처럼 인류는 지금까지의 속도 경쟁에서 한 발자국 물러나 여유를 가지고 우리 자신의 모습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나아가려는 방향이 도대체 어디인지 깊이 생각하며 함께 고민할 시대라는 생각이 든다. 이는 편견이라는 어리석음의 원인과도 연결되어 있다. 우리는 주변을 둘러봄으로써 우리의 어리석음을 깨닫고 그것으로부터 빠져 나올 수 있다. 저자들의 충고를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또한 편견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는 관점 혹은 입장을 바꿔보는 훈련을 해 보는 것이다. 

 

  온라인 상에서 중독적으로 넓혀 가고자 하는 친구 만들기에 대한 중독, 완벽에의 강박, 전문가에 대한 맹신 등도 우리의 어리석음을 드러나게 하는 증거들이다. 우리는 어쩌면 페이스북과 같은 알고리즘과 친구가 되려고 하는 것일 수도 있으며, 무엇인가를 포기할 수 없어 결정하지 못하고 머뭇거릴 때도 많이 있다. 특히나 무엇 무엇에 대한 전문가라고 하면 껌뻑 고개를 숙이며 그들의 말이 맞는지 틀리는지 확인해 볼 생각조차 하지 않을 때가 얼마나 많은가. 책을 읽어가며 저자들의 지적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부분이 참 많았다.

 

  특히 눈에 들어왔던 부분은 독서 또한 인간을 어리석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독서가 일종의 편견으로 작용하여 세상을 보는 관점을 제한할 수도 있고, 글을 읽느라 우리 주변의 이야기에 세심하게 귀를 기울이지 않게 되고 세상을 알기 위해 직접 몸으로 부딪치는 경험을 회피하게 만들 수도 있다. “독서는 사람을 지적으로 풍요롭게 만들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순수한 관점을 앗아가고 그 자리에 간접 경험이 대신 들어앉게 되지요.” “눈앞에 펼쳐진 세상을 더 이상 예전처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해요. 시각적으로 내 앞에 열려 있는 다채롭고 풍요로운 세상엔 눈을 감은 채 무디게 살아가는 일이 많아요. 눈앞의 색채를 알아보지만 더 이상 경험하지 못하는 겁니다." 더 이상 직접 세상을 경험하지 않고 묘사해놓은 것들을 읽기만 하는 것이다. 푀펠 교수의 이 말이 매우 인상 깊었다. 나의 독서는 어떠한가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나의 독서는 과연 어떤 지점에 놓여 있을까?

 

  마지막으로 저자들은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도록 나를 안내한다. 자연이 만든 부끄럽고 불완전한 창조물이 인간이며, 인간이 결코 알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우리는 언제나 항상 무언가를 의식하며 살고, 언제나 무엇인가를 듣거나 냄새 맡거나 생각하거나 회상하거나 느끼거나 욕망하며 시간을 보낸다.우리는 끊임없이 정보를 주고받으며 스스로가 ‘속박되어’ 살고 있다는 사실을 소스라치게 깨닫는다. 두뇌는 끊임없이 정보에 노출되어 있으며 무엇이 좋고 그른지 쉴 새 없이 저울질해야 한다. 또한 우리는 흘러 들어오는 정보의 흐름에 매순간 휩쓸린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자유롭지 않고 자유로울 수도 없다. 이 같은 속박 상태는 우리 삶의 특징이며 인류의 본성이기도 하다. 우리는 자신만을 위한 존재도 타인만을 위한 존재도 아닌 것이다. 인간이라는 정체성은 두 가지 모두를 요구한다. 타인 없이 존재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타인만이 나의 존재를 규정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언제나 ‘나와 당신’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책을 통해 '나'라는 존재를 다시금 돌아보게 된다. 나 역시도 저자들이 언급했던 어리석음에서 벗어나 있지 못하다는 것을 알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나는 꽤 현명하게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내가 추구하는 가치들이 절대적으로 옳은 것인양 착각하며 살고 있기도 하고, 내 분야에서 만큼은 전문성을 갖추었으니 훌륭하다며 자화자찬 할 때가 참 많다. 나 역시 근본적으로 불완전한 존재인 인간의 하나라는 사실을 언제나 상기하며 겸손한 자세로 세상을 직접 경험해가며 생을 이어가야 하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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