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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를 것 없는 일상

나이키 SB dunk mid pro - Lewis Marnell

초원위의양 2018. 1. 20. 11:14

어릴 적에 나이키는 꼭 신고 싶은 신발이었다. 하지만 한 번도 신을 수 없었던 신발이었다. 당시엔 다른 운동화들에 비해 상당히 가격이 비싸서 부모님께서 내게 나이키를 사주시지는 못했다. 훌쩍 커 성인이 되었을 때도 어릴 적 경험 때문이었는지 나이키라는 브랜드에 내 발을 넣어보지 못했다. 직장에 들어가 돈을 벌기 시작했을 때에도 이상하게 어릴 적 선망하던 나이키는 사지 않게 되었다. 


3년 여 전이었을까? 어느 날 인터넷에서 우연히 본 보랏빛 에어조던 1에 완전히 사로잡혔다. 어렸을 때의 꿈(참 소박했다^^)이 다시 몽글몽글 올라오기 시작했다. 어느 난 새 주변에 있는 나이키 매장을 찾아다니고 있었다. 동네에 있는 일반적인 나이키 매장들엔 런닝화, 스니커즈, 기본적인 농구화 등 밖에 없었다. 결국 당시에 동대문쪽에 있는 나이키 바스켓볼 매장을 찾아가기까지 했다. 매장 직원이 내놓은, 인터넷에서 본 그 신발을 손에 들었다. 남아 있는 제품이 없어 내 발 사이즈보다 10mm나 더 큰 것을 구입했었다.


요즘엔 페이스북에 있는 나이키 페이지에 친구들이 좋아요를 누르면 내 뉴스피드에 나이키 페이지가 뜬다. 매일 그냥 지나치던 나이키 페이지에서 또 내 눈을 사로잡는 운동화를 만났다. SB Dunk mid pro Lewis Marnell. 3년 전 에어조던 1을 보고 설렜던 마음이 다시 살아났다. 이걸 사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다. 출시일 당일 나이키 모바일 페이지에 조금 늦게 접속했더니, 이런 사이즈 맞는게 품절되었다. ㅜㅜ


이렇게 꿈을 접어야 하나 생각하다가 오프라인 매장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두 번째 전화한 매장에 내 사이즈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바로 ‘구입할게요’라고 외쳤다. 계좌이체로 바로 돈을 보내고 수령 주소를 알려주었다. 당일 바로 택배 발송한다는 문자가 그렇게 반가울수가. 다음 날 시간은 왜 그렇게 안가는지. 드디어 퇴근하고 집 현관문 앞에 도착하니 나이키 신발 상자가 날 맞이한다. 기쁘다. ㅜㅜ

처음 이 녀석을 보고 참 예쁘지 않냐고 직장 동료에게 말했더니, “똥색 운동화네”라는 대답을 들었다. 하하. 그래 똥색이다. 그래도 이쁘다. 똥색이니까 똥 묻어도 티 안나고 좋다. 그 어떤 대답이 돌아왔어도 난 이 녀석을 샀을 것이다. 다행히 검정색으로 포인트를 준 부분들이 있어서 마루바닥과 일체화되지 않는다. 

앞모습도 마음에 든다. 원래 이 모델을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는데 새로 출시된다는 사진 한 장에 빠져버렸다. 그리고 이 운동화 이름에 있는 루이스 마넬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호주 멜번 출신 스케이트보더라고 한다. 이 운동화를 신고 스케이트보드를 신나게 탔던 것을 기억하며 나이키가 기획한 제품이라고. 그런데 안타깝게도 2013년에 루이스 마넬은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그를 기념하며 이 제품을 출시했다고 한다.

나이키 제품소개에 있는 내용을 보면 “루이스가 직접 만든 컬러웨이로 탄생한 프리미엄 갑피와 그의 아이코닉한 사자 그래픽이 적용된 뒤꿈치가 특별함을 더합니다.”라고 되어 있다. 위 사진이 그 뒤꿈치다. 유튜브에 루이스 마넬의 영상을 검색해봤다. 스케이트보드라고 하면 날아라 슈퍼보드밖에 생각나지 않는 내게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왠지 이걸 신으면 스케이드 보드를 타야만 할 것 같다. 어느 날 갑자기 스케이트 보드를 사고 있는 것은 아닐런지...

1982년부터 2013년. 짧은 생을 살다가 세상을 떠난 루이스 마넬의 이름이 왼쪽 깔창에 새겨져 있다. 오른쪽 깔창에 루이스 마넬의 상징적인 모습의 실루엣이 있고. 단순한 운동화 한켤레이긴 한데 이상하게 숙연해진다. 기업들의 제품 전략에 있어 참고할 만한 제품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 나라 브랜드들도 필요한 기능을 제공하는 제품을 넘어서 뭔가 마음에 울림이나 느낌이 있는 이런 제품들을 출시하면 좋겠다. 특히, 자동차에서 그러면 좋겠다. 이 운동화는 바닥이 다 닳고 해져도 버릴 수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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