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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불로소득 정당한 것일까?

초원위의양 2017. 4. 18. 21:11

 


[김용민 브리핑 <경제의 속살> 코너에서 민중의소리 이완배 기자가 안철수의 불로소득에 대한 이야기를 알기 쉽게 풀어주었습니다. 확인된 사실과 이완배 기자의 의견을 확인하고 나니 안철수라는 사람이 대통령 후보로서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일단 최근에 언론매체에 오르내리고 있는 안철수의 재산 증식 과정에 대한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벤처기업 안철수 연구소는 1995년에 설립되었다. 설립자본금은 5천만원. 안철수 연구소는 3자배정 유상증자 등을 통해서 자본금을 늘려나갔다. 또한 무상증자를 실시해서 자본금을 늘렸다. 1999년엔 신주인수권부 사채를 발행했다. 만기 20년. 이자는 연 복리 10.5%. 액면가 25억원짜리 이 BW(Bond with Warrants)가 3억 3천 9백50만원에 안철수에게 넘어갔다. BW의 신주인수권리에 대한 발행조건은 주당 5만원 행사가격에 25억원이었다. 


그런데 안랩은 BW발행 직후 10월 27일 무상증자로 기존 총 13만주를 38만주로 2.92배로 늘렸다. 때문에 안철수의 신주인수권리 행사가격은 5만원에서 1만 7천 100원으로 낮아졌다. 안랩은 2000년 2월 9일 액면분할로 주식수를 다시 10배로 확대했다. 안철수가 얻을 수 있는 주식 행사 가격이 다시 1710원으로 조정되었다. 2000년 10월 13일에 안철수는 신주인수권부를 행사해서 안랩이 새로 발행한 주식을 주당 1710원에 25억어치를 사들였다. 146만주를 취득해 안철수의 주식 지분은 39.7%에서 59%로 늘어났다.


이재용도 비슷한 짓을 했었다. 삼성 SDS주식을 이용해 230억을 가지고 3조원으로 늘렸었다. 이재용이 나쁜짓을 했다고 듣기는 했는데 어떤 나쁜짓을 했는지 사람들은 잘 모른다. 1999년 이재용이 날강도의 전설이 되자 벤처기업들도 이재용을 따라하기 시작했다. 일반인들은 잘 모르니까. 이거 정말 좋은 방법이구나 라고 기업인들이 깨달은 것이다.


이를 조금은 이해하기 쉽도록 다시 말해보자.


어떤 회사가 있다. 회사는 돈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돈이 부족할 때는 빌려야 한다.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들은 은행에서 위험하다는 이유로 돈을 잘 안빌려 준다. 그래서 주주들을 찾아가서 투자를 받으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투자 받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초창기 기업들은 돈을 빌리거나 투자를 수월하게 받을 수 있도록 돈을 빌려주는 투자자들에게 각종 혜택을 덤으로 제시하곤 한다.


이 덤이 올려진 것을 BW라 할 수 있다. 덤은 이렇다. 1억원 빌려주면 이자는 당연하고, 특별한 혜택으로 증서를 한 장 써준다. 이 증서를 들고 있다가 매년 이자는 꼬박꼬박 10%는 받고, 언제든 회사에 방문해서 요청하는 때 언제든 원하는 주가에 주식을 주는 것이다. BW를 받고 돈을 빌려준 투자자는 매년 이자 뿐만 아니라 언제든 주식이랑 바꿀 수 있는 권리를 얻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회사가 돈이 없을 때나 BW를 발행하는 것이다. 나중에 주식을 헐값에 내줄 것을 감수하고도 발행해주는 것이다. 그런데 안철수나 이재용이 투자한 회사들은 굳이 BW까지 발행하면서 투자금을 모을 상태는 아니었다. 안철수 연구소도 돈이 필요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2001년 7월 안철수 연구소 김기대 과장이 머니투데이와 인터뷰를 했다.


“주식을 코스닥에 상장하면 안철수 대표의 지분이 낮아지기 때문에 경영권 방어차원에서 BW를 발행했다.”


엄청난 혜택을 덤으로 주는 BW를 사주인 안철수에게 회사가 돈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경영권 방어를 위해서, 즉 안철수의 지분을 높여주기 위해서 발행했다는 것이다. 안철수는 3억 5천만원 정도만 회사에 빌려줬다. 당시 안철수 연구소는 코스닥에서 앞다퉈 모셔가려고 하는 회사였다. 그런데 안철수 연구소는 1년에 10%가 넘는 이자에 더해 안철수에게 146만 1988주, 전체 주식의 10%가 넘는 주식을 주당 1710원에 넘겨준다는 덤을 약속한 것이다. 2년 뒤 안철수 연구소가 상장되는데 주당 4만6천원이었다. 안철수는 2년만에 700억원을 벌게 된 셈이었다.


당시 기사들을 보면,


머니투데이 2001년 7월 23일. “안철수씨 경영권 방어용 BW가 황금알로 변하다.”


2월 매일경제, 기자수첩. “BW마술 이대론 곤란하다.” 내용: “가만히 따져보면 BW투자가 불법은 아니지만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BW는 실질적으로는 저가발행과 다름이 없다. 발행 후 딱 한 번만 주가가 반등하면 손쉽게 차익을 챙길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스타 벤처기업가인 안철수 사장도 BW로 대규모 평가차익을 거두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입방아에 오르내린 적이 있다.”


안철수 후보가 BW로 큰 이득을 얻었고, 회사가 정말 어려워서 BW를 발행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은 사실인 듯 하다.

그런데 불법인지 아닌지는 확실히 말할 수 없다. 이재용의 경우는 재판부에서 불법으로 판정했다.(하지만 과장금 정도로 그쳤다.) 안철수 연구소는 어떨까? 3억 5천이 2년 후 700억원이 되었다. 불법이 있는지 아닌지는 당시 자료를 살펴봐야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


법적으로는 두고 봐야 하겠지만, 도덕적으로는 두 가지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다. 하나는 일단 매우 비도덕적이다. 고작 3억 5천만원을 회사에 빌려주고 700억원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안철수가 독점했기 때문이다. 단지 경영권 방어라는 이유로. 이는 의도 측면에선 이재용이 한 짓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이재용이 이런 방법을 사용한 후 다른 재벌들은 이런 방법을 일상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개나 소나 이재용을 따라했었다. 안철수가 이런 짓을 한 것은 도덕적으로 비난 받을 만 하나 안철수가 정말 더 나쁜 사람이었느냐는 아직 판단하기가 어렵다.


첫째, BW를 발행할 당시 안철수가 뭔가 불법을 저지른 일이 드러난다면 대통령 후보뿐만 아니라 기업인으로서도 자격이 없는 범죄자가 되는 것이다.


둘째, 도덕적으로는 매우 문제가 있지만 불법 요소가 없었다면 당시에 개나 소나 이런 짓을 했던 것을 정상참작할 부분은 있다. 다만, 불법 요소가 없었다는 점에서 정상을 참작한다는 것은 기업인으로서의 안철수를 판단한 것이다. 경영자로 남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나, 대통령으로서의 도덕적 자격을 묻는다면 자격이 없다고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