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되는 법

작가
에밀리 와프닉
출판
웅진지식하우스
발매
2017.11.30.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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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하나의 집중 대상을 선택하고 나머지 다른 관심사들은 포기해야 하는, 그런 상황을 원치 않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아울러 새로운 것을 배우고 창조하며 여러 정체성 사이를 오고가는 데서 기쁨을 찾는, 별난 사람들을 위한 책이기도 하다.”(10쪽)

에밀리 와프닉이 쓴 <모든 것이 되는 법>이 누구를 위한 책인지는 위 두 문장에 아주 명확하게 나와 있습니다. 세상에 흥미로운 일들이 너무 많아서 어느 하나를 선택하기 어려운 사람들, 과연 내게 적성이라는 게 있을까 의심스러운 사람들, 뭔가 하나를 꾸준히 할 수 없어서 종종 좌절했던 사람들에게 이 책은 큰 용기를 줄 것입니다.


어린 시절 어른들로부터 흔히 들었던 ‘커서 뭐가 되고 싶니?’, ‘누구누구는 꿈이 뭐야?’라는 물음에는 뭔가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있습니다. 저 역시 아이들에게 똑같이 묻기도 했습니다. 이런 질문에는 이번 생애에서 허용된 정체성은 하나뿐이니 너에게 꼭 맞는 일을 찾으라는 압박이 내포되어 있다는 저자의 말에 깊이 공감합니다. 어떤 사람에게 정말 꼭 맞는 일이란게 있을까요?


그런줄 알았습니다. 중고등학교 시절 적성검사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진로를 선택하는게 당연한 줄 알았습니다. 지금은 어떤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예전엔 중학교 때 인문계, 실업계(공업고, 상업고) 고교를 선택해야 했고(적성이 아닌 시험 성적으로) 고등학교 때 인문계는 문과 이과로 진로를 정해야 했습니다. 좀 특별한 영역으로 예술고등학교도 있었네요.


내가 선택한 길인 것 같지만 실상은 세상이 정해놓은 틀 안에서 강요된 선택을 해왔던 것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어느 덧 중년에 이르러 삶을 돌아보면 제가 선택한 직업분야는 운좋게 제 적성에 꽤 잘 맞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가 '너는 세상이 안내한 길에 잘 적응했던 것 뿐'이라고 해도 반박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정한 것 하나를 꾸준히 할 수 있는 사람이었던 저는 세상의 틀을 잘 견뎠던 것 뿐입니다.


하지만 저와 같지 않은 사람들을 주변에서 상당히 많이 만납니다. 미술을 전공하다 엔지니어가 된 동료도 있고, 엔지니어인데 연주회, 전시회를 할 정도로 음악과 미술에 조예가 깊은 사람도 만난 적이 있습니다. 이들을 보면 과연 어떤 정해진 적성이라는 것이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듭니다. 책의 저자도 인생에서 음악, 미술, 영화, 법학 분야를 거치며 활동해 왔습니다. 에밀리 와프닉은 자신과 같은 부류의 사람들을 ‘다능인(멀티포텐셜라이트)’이라 정의합니다.


우리 사회에도 다능인들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세상이라는 외부의 정해진 틀 속에서도 삐죽삐죽 솟아나오던 사람들이 그 틀이 없었다면 어땠을까요. 아마도 이 책을 읽으며 ‘와, 완전히 내 얘기네’라고 맞장구치는 분들이 상당히 많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자는 다능인으로 살아온 경험을 기반으로 다능인들이 대체로 겪게 되는 직업, 생산성(집중력), 자존감 영역에서의 문제 극복 방안을 공유합니다. 다능인이신가요? 저자의 말을 들어보세요.


“당신은 무언가를 뒤집어보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며, 복잡하고 다차원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면서 세상을 당신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더 좋게 만들 사람이라는 것이다. 당신의 운명적 일이 무엇이든, 다능인 기질을 억누르는 동안에는 목표에 다다를 수 없다. 반드시 그 기질을 받아들이고 사용해야만 한다.”(31쪽)


다능인들은 기질 상 다양한 경험과 시각으로 아이디어를 통합할 수 있고, 초보자의 마음을 이해하고 열정이 있기에 무엇인가를 습득하는 속도가 빠르고, 적응력이 뛰어나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하지만 이같은 강점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다능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통찰을 얻기 위해 저자는 ‘스스로 행복하며 경제적으로 안정적이라고 표현하는 수 백명의 다능인들을 설문하고 인터뷰’했다고 합니다.


그 결과 성공적인 다능인들은 돈, 의미, 다양성을 제공하는 삶을 설계해왔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저자는 먼저 생존과 예기치 않은 상황 그리고 우선하는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 얼만큼의 돈이 필요할 지 명확한 선을 정할 것을 조언합니다. 두 번째로 어떤 활동을 할 때 활력과 기쁨을 느꼈는지 생각해보고 각자의 삶에서 ‘왜’라는 질문을 지속해야 함을 상기시킵니다. 마지막으로 다양성을 추구할 때 압도당하지 않을 정도로 자신만의 균형 지점을 찾을 것을 제안합니다.


“자신의 삶을 지탱해줄 만큼의 돈이 있다면, 우리가 추구하는 활동 중 어떤 것이 수입을 창출하더라도 상관없다. 같은 맥락으로, 단지 돈을 위해 무언가를 하는 것도 괜찮다. (중략)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이 반드시 수익을 낼 필요가 없듯이 꼭 의미가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세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느낄 정도면 충분하다.(65-66쪽)


사실 이 책은 결과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이 삶을 돌아보며 이야기해준 성과들을 요약해 놓은 것이기에 말하기는 쉽지만 실제로 살아내기는 결코 쉽지 않은 이상적인 삶입니다. 이들이 경제적 안정을 얻기 위해, 또 자신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고민하며 때론 좌절하며 분투하며 지내왔을 지에 대한 과정이 생략되어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저자는 이 치열한 과정을 헤쳐나가기 위해 다능인들이 어떻게 일하면 좋을지 네 가지 직업 모델을 제시합니다.


 

-그룹허그 접근법: 몇 가지 직업 영역을 오가며 많은 역할을 하는 다면적 일이나 사업
-슬래시 접근법: 정기적으로 오갈 수 있는 두 개 이상의 파트타임 일이나 사업
-아인슈타인 접근법: 생계용 풀타임 일이나 사업. 단, 부업으로 열정을 추구할 시간과 에너지를 남길 수 있는
-피닉스 접근법: 단일 분야에서 몇 달 혹은 몇 년간 일한 후 방향을 바꿔 새로운 분야에서 새로운 일 시작

그룹허그 접근법(좌상), 슬래시 접근법(우상), 아인슈타인 접근법(좌하), 피닉스 접근법(좌우) 각 직업 모델에서 돈, 의미, 다양성을 추구하는 방식


평생직장이라는 말은 화석에서나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은 요즘 이 직업 모델들은 꼭 다능인을 위한 것만은 아닙니다. 정규직 일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그마저도 고용을 보장해주는 것도 아닙니다. 급여도 적고 안정성도 떨어지는 비정규직 노동은 더 만연해집니다. 물론 철밥통이라는 직업군이 여전히 있기는 하나 그 문은 점점 더 비좁아집니다. 가혹한 현실이지만 선택을 해야 합니다. 어짜피 이런 현실이라면 내 안에 숨겨져 있을지도 모를 다능인의 기질을 찾아보는 시도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당신의 모든 열정 분야를 아우르는 하나의 직업을 찾는 건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보수를 받으면서 그 열정 분야들을 탐험할 수 있도록 해주는 일을 찾는 건 정말로 달콤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당신의 모든 열정을 전부 보수를 받는 일로 만들어야만 한다고 느껴서는 안된다. 우리가 앞서 논의한 대로, 시간이 허락하는 한 순전히 재미를 위해 관심사나 활동에 참여하는 것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104쪽)


사회 구성원들이 이와 같이 다양한 시도를 해 볼 수 있는 기반을 정부가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주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경제적으로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지원을 해 줄 수 있다면 지금도 가혹한 세상에서 좌절하고 있는 사람들, 특히 청년세대들이 자신들의 열정 분야를 탐험하며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책에서 저자는 유명한 다능인들의 삶을 기초로 사람들 개인의 역량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때문에 각 다능인 개인들에게 필요한 생산성 혹은 집중력 발휘 기술에 대해서도 상당부분의 조언을 할애했습니다. 저자가 제시한 질문지가 어떻게 집중하고 행동하며 언제 그만둘 때를 결정할 지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저자가 언급한 다능인들을 힘들게 하는 두려움, 불안, 다능인을 이해하지 못하는 외부의 비판에 주목하고 싶습니다.


이는 다능인들뿐 아니라 다능인이 아니어도 현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는 문제들이라 생각합니다. 저자는 ‘다재다능함을 지속하며, 번창하고, 탁월함을 세상에 드러내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돈, 의미, 그리고 다양성을 얻는 방법’을 사람들이 알아내기 위해서 개인의 역량 향상과 직업 선택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저는 개인의 노력과 함께 앞서 언급한 것처럼 사회의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 사람 안에 숨겨져 있는 다재다능함을 이끌어내고 순전히 재미를 위한 활동이 가능한 장이 마련된다면 사회 공동체 전체에 활력과 기쁨이 일어날 것입니다. 한가지를 선택했다가 실패하면 다시 일어설 수 없는, 생존하기조차 버거운 사회에서 저자가 말한 것처럼 살아가기는 너무 어렵습니다. 기본소득이든 실업수당이든 다능인들의 직업모델을 시험해 볼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이 조성된다면 국가 전체가 다양성으로 활력을 띠게 될 것입니다.



리처드 파인만

작가
크리스토퍼 사이크스
출판
반니
발매
2017.02.10.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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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8년부터 1988년까지 70년 생애를 화려하게 살다간 독보적인 천재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 2월 15일은 그가 세상을 떠난 지 30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파인만이 남긴 과학적 성과와 업적들은 이미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골치아픈 물리학보다는 리처드 파인만이라는 사람과 그가 살았던 인생의 자취를 돌아보는 것이 더 흥미롭습니다. 유별나면서도 한편으론 평범하기도 했던 파인만의 인생을 추억하기 위해 이 책 <리처드 파인만>을 선택했습니다.


영국 출신 다큐멘터리 제작자 크리스토퍼 사이크스는 파인만의 인생 이야기를 다룬 <발견의 즐거움>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바 있습니다. 이 책은 그가 1981년에 제작했던 이 다큐멘터리와 BBC TV에서 방영했던 파인만에 관한 다른 세 개의 영상들을 기반으로 쓰여졌습니다. 파인만, 그의 가족, 친구, 동료들과 나눈 대화들을 파인만의 개성이 잘 드러나도록 정리했습니다.


책에는 모두 열 개의 주제로 파인만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각각의 이야기들 속에서 파인만이라는 사람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습니다. 과학자로서 리처드 파인만의 삶은 어느덧 중년에 이른 엔지니어인 제가 읽으면서 물리학 혹은 자연과학을 다시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할 정도로 흥미로웠습니다. 과학자를 꿈꾸는 학생들이라면, 과학자를 꿈꾸는 자녀를 둔 부모들이라면 꼭 일어볼 만한 책으로 추천하고 싶습니다.


아들을 과학의 길로 인도하다


파인만이 과학자의 길로 들어서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사람은 그의 아버지였습니다. 그는 어린시절 아버지와 함께하면서 과학의 핵심적인 사항을 배웠다고 회상했습니다. 먼저 가설을 세우고 관찰과 실험을 통해 가설을 검증한다는 과학의 핵심을 배웠습니다. 또한 질문하고 깊이 탐구함으로써 자연에 대한 보편적이고 아름다운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다는 점도요. 학교에 대한 파인만의 회상에서 우리 나라 교육이 추구해야 할 방향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시험에 통과시키려고 가짜 원칙을 만들었지요. 몇 가지 규칙을 정해서는 아무 생각 없이도 답을 내놓게끔 만든 겁니다. (중략) 학생들이 뭐하는 건지도 모르는 채 답은 내놓을 수 있도록 하는 과정들이죠.”(33쪽)


파인만의 아버지는 자신의 아들이 과학자가 되기를 바라기는 했지만 강요나 압박을 한 것이 아니라 과학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도록 이끌었습니다. 어린 파인만에게 과학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해주었을 뿐입니다. 결국 파인만은 MIT, 프린스턴 대학원을 거쳐 물리학의 길에 들어서고 당시 물리학계의 큰 도전과제를 풀어가게 됩니다.


과학자와 윤리


1939년 21세의 파인만은 핵무기 개발을 목표로 했던 맨해튼 프로젝트에 초청받았습니다. 이와 관련해 과학자의 윤리적 문제에 대한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만, 파인만은 당시를 회상하며 자신의 실수는 “처음 시작했던 이유를 잊었던”것이라 말합니다. 과거 핵무기 개발뿐만 아니라 최근 논란이 되었던 폭스바겐의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배출가스 실험 등을 생각해도 과학자들의 연구윤리 문제는 사회에서 지속적으로 논의되어야 하는 주제입니다.과학자들은 처음 시작했던 이유는 묻어두고 관성으로 개발을 추진하는 것은 아닌지 끊임없이 성찰해야 합니다.


“윤리 문제라면 저도 할 말이 있습니다. 프로젝트를 시작한 원래 이유, 즉 독일의 위협을 막겠다는 이유에서 저는 이 시스템을 개발하려고 했어요. (중략) 전부 힘을 합쳐 무척 열심히 참여한 프로젝트였는데, 다른 여느 프로젝트처럼 추진하기로 한 이상 성공하기 위해 계속 노력했어요. 그런데 제가 비윤리적이었던 건 처음 시작했던 이유를 그만 잊었던 거에요. 독일이 패망해서 이유가 바뀌었는데도 그 일을 왜 계속해야 하는지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습니다. 전 그냥 생각하지 않았어요. 아시겠어요?”(73쪽)


“거기서 교훈을 하나 얻었습니다. 어떤 걸 하는 이유를 계속 되물어보아야 한다는 것이죠. 상황이 바뀔 수 있으니까요. 미국의 베트남 전쟁도 윤리적 실수의 마찬가지 사례인 것 같습니다. 처음에 이유가 옳았던 그르던 전쟁이 진행되면서 다시 생각해봐야 해요. 원래 목적을 다시 생각해보지 않은 것이 제 2차 세계대전 동안 저의 윤리적 약점이었습니다.”(73-74쪽)


다채로운 인생의 최대 동력은 ‘재미’


파인만은 양자전기역학이라는 듣기만해도 어질어질한 분야에서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상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신이나서 감사하며 노벨상을 받은 것이 아니라 거절하면 더 골치 아파질 것 같아 마지못해 수상을 허락했다고 합니다. 매년 노벨상 발표 때만 되면 수상자도 없으면서 호들갑을 떠는 우리 사회의 모습과 대비되었습니다. 파인만은 “발견의 기쁨, 발견의 흥분 그리고 다른 사람이 제 연구를 사용한다”는 상을 이미 받았다고 했습니다. 이보다 멋진 말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노벨상을 주겠다는 노벨위원회에게 누구맘대로 수상자를 선정하느냐며 투덜거리는 괴짜 과학자 파인만. 그는 누구보다 자유로운 인생관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인생의 다양한 모습을 마음껏 즐기는 편이었습니다. 물리학은 물론이고 봉고 연주도 했고, 친구인 화가에게 그림도 배웠습니다. 온갖 기계장치, 다른 과학 분야(생물학 등), 그냥 놀기 등 파인만이 즐기는 분야는 진정 다채롭다 할 수 있었는데 이 모든 동기는 ‘재미’였습니다.


“나는 희한한 것-남들이 희한하다고 여기는 것-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재미있는 게 아주 많았어요. 솔직히 말해 저도 제 자신을 모르며, 어떤 게 저한테 왜 즐거운지 모릅니다. 알려고 하지도 않아요. 즐거우면 즐기면 되지 남한테 설명할 필요는 없죠. 하고 싶은 걸 할뿐, 개의치 않아요. 신경 쓰지 않죠! 그냥 재미로 합니다. 재미는 정의내릴 수가 없죠. 사람마다 재미있는 게 다르니까요.”(113-114쪽)


정말 매력적인 말입니다. 저 역시 학생 시절보다 나이가 들어가는 요즘 관심가는 분야가 많아지고 단순히 재미와 호기심으로 배우는 것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제게 파인만의 ‘재미’론은 이상적입니다. 세상만사에 대한 호기심을 타고난 것 같았던, 그래서 모든 것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어떻게 서로 연결되는지 늘 궁금해하고 뭐든 시도해봤던 파인만을 인생의 롤 모델 중의 한명으로 삼기로 했습니다.


미국 우주 프로그램의 오류를 만천하에 드러내다


핵무기 개발 프로젝트 이후 파인만의 일생에 두 번째의 커다란 공적 과제가 찾아왔습니다. 바로 1986년 미국의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발사되었다가 채 2분도 되지 않아 폭발한 챌리저호 사고 조사위원회에 참여한 것입니다. 정치적 사안에 관여하기 싫어했던 파인만이었지만 지혜로운 조언자였던 아내, 그리고 과학자 동료들의 제안에 설득당해 챌린저호 위원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됩니다.


똑똑하고 성실하고 갈 데까지 가는 근성있고 용감한 파인만은 동료들과 함께 철저한 조사하여 챌린저호 사고가 일어나게 된 기술적인 원인을 밝혀냈습니다. 이에 더해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불행한 사고일 뿐’이라는 식의 관료주의적 은폐 공작을 막아냈다고 동료 과학자 앨 힙스는 말합니다. 참여한 사람들, 관료시스템, 정치와 연구비 지원 등 진정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를 알았음에도 파인만은 진실을 공개하는 것이 자신의 책임이란 신념을 밀어부쳤습니다.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분야 종사자들, 국가 연구 프로젝트 예산을 담당하는 관료들, 국가의 대사를 결정하는 정치인들, 더 나아가 국민들 모두가 파인만의 이와 같은 자세를 배워야 합니다. 여러 가지 위험 징후들을 발견 혹은 예상하고 아우성치는 현장의 엔지니어들의 목소리는 조직의 의사를 결정하는 위쪽 사람들과 예산을 틀어쥔 정부 사람들에게는 정확히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흔합니다. 이는 과거 챌린저호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각국의 국가 연구 프로젝트들에도 분명 이와 같은 지점들이 있을 것입니다.


순수 과학자인 파인만은 미국이란 나라의 중요한 국가사업인 우주 프로젝트의 근본적인 시스템적 결함을 드러냈습니다. 이 사례가 우리 나라 과학기술 분야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잠재적 문제들을 예방하는 데 통찰을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개발 프로젝트든지 기술적 약점과 불완전성이 있다면 충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하고, 쫓기지 않는 개발 일정과 예산을 수립할 수 있는 시스템을 조성해야 하며, 이해관계자 및 시민사회 전체에 관련 정보가 투명하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공유되어야 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파인만에겐 자신의 병과 죽음조차 탐구의 영역


파인만은 죽음을 다루는 것조차 괴짜스러웠습니다. 파인만은 희귀한 암에 걸려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데 자신의 병에 대해서도 특유의 호기심을 발동시켰습니다. 그의 동생 조안은 파인만이 암에 대해 공부하고, 자신의 몸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최대한 이해하길 원했다고 회상합니다.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순간에도 지적 탐구를 멈추지 않았던 타고난 과학자입니다.


그는 과학을 탐구하던 모습으로 치열한 생의 욕구를 가지고 있었지만 여러 차례의 수술 후 더 이상 삶을 이어가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현실을 흔쾌히 받아들이는 사람이었습니다. 자연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추구해야 할 때와 그만두어야 할 때를 알았던 것처럼 죽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더 이상의 연명치료가 의미 없음을 파인만과 그의 가족들은 인정했고 스스로 자신의 죽을 때를 결정했습니다.


파인만은 보통의 인생을 살았던 사람이 전혀 아닌데도 그가 남긴 삶의 자취, 자연과 자신의 존재를 탐구하는 태도가 보통 사람인 제게도 강한 울림으로 남습니다.


“우리가 어떤 존재이고 어디로 가고 있으며 우주의 의미는 무엇인가라는 불가사의에 대해 과학이 모든 답을 줄 거라고 기대한다면, 그건 환상이며 이런 문제들에 대한 신비주의적 해답을 바라는 거라고 저는 봅니다…우리가 하는 일은 탐구하는 겁니다…저는 세계에 관해 더 많이 알아보려고 할 뿐입니다…자연의 특성을 더 많이 찾아낸다고 해도 그 특정한 질문에 답을 구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말입니다…과학에 대한 저의 관심은 그저 세계에 대해 더 많이 알아내고, 더 많이 알아낼수록 더 좋다는 거에요. 저는 뭔가를 알아내길 좋아합니다.”(315-316쪽)


누가 왜 기후변화를 부정하는가

작가
마이클 만, 톰 톨스
출판
미래인
발매
2017.06.05.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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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년에 지구는 어떤 모습이 되어 있을까요? 올해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평창에서 다시 한 번 동계올림픽을 개최할 수 있을까요? 날로 가속화되는 지구온난화로 과거 동계올림픽을 개최했던 도시들 20곳 중 9곳에서는 2050년 이후에 동계올림픽 개최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있었습니다.(캐나다 온타리오 워털루대학 연구진) 다행히 평창은 2050년까지 지구 평균 기온이 2.2도 상승할 경우를 가정해도 동계올림픽은 치룰 수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지구 전체를 생각하면 결코 다행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최근 동계올림픽이 열렸던 러시아의 소치, 캐나다의 밴쿠버 등은 동계올림픽 다시 개최할 수 없을 지도 모릅니다. 지구온난화가 이 상태로 지속된다면 말이죠. 당장 내일 무슨일이 일어날 지 모르겠는데 30년 후를 걱정하느냐 말할 지 모르겠습니만 먼 앞날을 내다보며 대비하는 사람들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지구는 어느 한 국가나 대륙의 소유가 아니라 전 지구인, 더 나아가 모든 생명체가 살고 있는 ‘우리’들의 집이기 때문입니다.


지구적 관점으로 최근 심각해지는 기후변화 현상들에 주목하며 그 원인을 찾고 해결책을 도모하려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각종 이익집단들을 대변하며 기후변화는 허상이라고 대중을 혼란에 빠뜨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워싱턴 포스트 시사만평가 톰 톨스와 미국 펜실베니아 주립대 대기과학과 교수 마이클 만은 이들 기후변화 부정론자들에게 맞서고 있습니다. 언뜻 보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이 두 사람이 손을 잡고 기후변화 부정론자들(기업인, 정치인, 과학자 등)의 거짓 선동에 대응하기 위해 <누가 왜 기후변화를 부정하는가>라는 책을 썼습니다.


기후변화, 과학적 근거가 많은데도 왜 논란이 될까?


‘과학’이라고 하면 객관적이고, 정확하고, 완전한 이미지가 떠오르는데 왜 기후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과학’적 근거들은 쉽게 부정될 수 있는 것일까요? 저자들은 기후변화 문제를 이야기하기에 앞서 과학이 작동하는 방식의 약점에 대해 설명합니다. 과학에서 가장 중요한 ‘회의적 관점’을 기후변화 부정론자들이 교묘하게 이용합니다.


“과학적 평가체계에 악용할 소지가 있는 약점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그 약점은 대중이 과학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드러난다. 과학에 대한 대중의 이해도는 과학을 공공정책에 반영할 때 핵심이 되는 요소다. 그런데 여기서 ‘회의적 관점’이라는 구실을 앞세워 혼란의 씨앗을 뿌려대는 사람들이 출몰한다. 실제로 불신과 의심을 떠벌리는 자칭 비평가들이 과학적 연구 과정 자체를 끊임 없이 공격하고 있다.”(20쪽)


기후변화 부정론자들은 특정 이익집단들(기후변화 억제 대책이 시행될 경우 손해를 보게되는 집단)을 등에 업고 명백한 과학적 근거들을 공격하는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두 개의 상반된 주장이 모두 ‘과학’이라고 하니 대중들은 사실과 의견 혹은 거짓을 명확히 구분하지 못한채 기후변화가 여전히 ‘과학적 논쟁’이 있는 사안이구나 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저자들은 이와 같은 혼동과 오류를 막기 위해 압도적으로 우월하고 일관성 있는 근거를 갖는 기후과학의 결과를 명확히 선언합니다.


“1) 이산화탄소는 열을 가두는 기체이다. 2) 인류는 화석연료를 태우는 등의 행위를 통해 지구 대기층에 존재하는 이산화탄소 양을 대폭 증가시켰다. 산업혁명 이전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280ppm이었는데 지금은 400ppm 이상이다. 지구의 평균 온도가 1도씨 정도 상승했다.”(본문 요약)


‘지구가 따뜻해지고 있다는데 왜 겨울은 더 추워지는 거지’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특히 한파가 계속되는 우리 나라에선 이런 의문이 당연합니다. 저자들은 이런 의문에 친절하게 답해줍니다. 기온 상승으로 폭염이 심해질 수도 있고, 극지대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상승함으로 인해 홍수가 심해질 수도 있습니다. 북극 지방 바다얼음이 줄어들며 형성되는 특이한 제트기류 영향으로 겨울철 기온이 극단적으로 낮아지고 (미국의 경우) 허리케인의 일반적 경로도 벗어나게 됩니다. 지구 기온 상승으로 폭염이 더 심해지고 추위는 더 가혹해진다는 것이 일반적인 예상입니다.


그런데 기후변화가 나랑 무슨 상관인데?


지구 기온 상승으로 예상치 못한 기후 현상들이 일어난다고 하는데 ‘그게 정말 우리 생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것인가’라고 물을 수 있습니다. 일상에선 위험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당연할 것입니다. 저자들은 전체 지구를 보며 이야기하기에 기후 변화가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고, 지구적 식량문제를 야기하고, 에너지 자원이 부족해질 것이다라는 예상을 합니다. 하지만 개인들의 삶에는 그리 와 닿지 않는 이야기들인 것 같습니다.


그나마 물 부족, 건강 문제 등을 일으킨다는 것 정도가 와 닿을 수 있을까요? 기후변화로 인해 개인들이 실생활에서 경험하게 되는 구체적인 사례들을 저자들이 제시했다면 독자들이 조금은 더 심각하게 기후변화 문제를 받아들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하지만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저자들의 비유에 매우 공감이 됩니다.


“우리는 정확한 지점이 어디인지, 지구 온도가 얼마나 더 상승해야 폭발할는지 알지 못한다. 한마디로, 눈가리개를 뒤집어 쓴 채 낭떠러지가 근처에 있다는 경고를 듣고 있는 처지다. 몇 걸음 밖에 낭떠러지가 있을까? 네 걸음? 열 걸음? 우리에게 몇 걸음이 남았건 간에, 최선책은 더 이상 걸음을 내딛지 않고 그 자리에 멈춰서는 것이다.”(57쪽)


“어떤 의미에서 인간의 행동은 늘 실험의 연속이었다. 진보는 이런 실험 위에서 이루어진다. 그러나 실험행위는 예상치 못한 커다란 문제들을 이따금 야기할 수 있고, 그래서 우리는 종종 실패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새로운 지식을 획득해나간다. 독소나 방사선, 약물의 부작용 등은 몇 가지 사례에 불과하다.


화석연료를 태우는 행위 역시 또 다른 사례에 해당한다. 감지하기 어렵고, 처음에는 보이지도 않지만, 지금까지 밝혀진 대로 중대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제 일산화탄소와 같은 유독성 가스의 치명적인 위험성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이 기체들 통제하기 위한 대책도 마련돼왔다. 이산화탄소는 다른 종류의 위험이다. 일산화탄소가 인간의 건강을 즉각적이고도 심각하게 위협한다면, 이산화탄소는 지구 기후의 안정성을 장기간에 걸쳐서 위협한다.”(134쪽)


기후변화 부정론자들의 특징


기후변화 대응 대책으로 인해 손해를 보게 되거나 이익이 감소하게 되는 집단들은 적극적으로 기후변화의 과학적 근거들을 부정하며 기후변화 문제를 논쟁의 장으로 끌어들입니다. 부정론을 퍼트리는 이들은 미국에 국한된 것만은 아닙니다. 저자들은 이들의 주장을 다음과 같이 여섯 가지 범주로 분류하고, 이들의 주장은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행동이 필요하지 않다고 하기 위한 핑계들이다’라고 선언합니다.


1)기후변화 근거 자체를 부정, 2)기후 변화는 자연스러운 것이라 주장, 3)온난화도 자연이 조절할 것이다라고 주장, 4)기후변화가 나쁜 결과뿐만 아니라 이로운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고 주장, 5)기후변화 대책엔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고 주장, 6)간단하고 비용이 덜 드는 기술적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주장.


우리 나라의 정치권이나 기업집단에서 이와 같은 주장을 내놓는 이들이 있다면 이들의 언행을 주목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특히 미국의 경우 탁월한 과학자들, 그리고 유명인들 마저도 ‘이념’과 ‘돈’ 때문에 기후변화 부정론을 지지하는 일을 하거나 기후변화 증거들을 흠집내려고 기후변화의 근거를 대는 과학자들을 공격하고 있다고도 합니다. 우리 사회에도 이런 사람들이나 집단이 있는지 시민사회에서 주시해야 할 것입니다.


저자들은 언론의 그릇된 균형론도 비판합니다. 언론이 기후변화와 같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주제들에 대해서 양측을 공평하게 다루려는 태도에 대해 “대단히 게으른” 것이다라고 저자들은 일침합니다. 객관적 사실이 존재하는 과학적 문제에서 모든 관점을 동등하게 다룰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 나라 언론들은 어떤지 생각해 봅니다. 객관적 사실조차도 논란이 있는 양측의 주장처럼 생각하게 만드는 일에 동참하는 “대단히 게으른”태도를 가진 것은 아닌지요.


지구는 우리들의 집이다. 행동에 나서자.


마지막 장에서 저자들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지구인들이 취해야 할 행동들을 제안합니다. 국제적으로는 기후변화 회담을 통해 국제적 협력을 강화해야 하고, 각국의 정부들은 기후변화 대응 법안을 통해 전기에너지 생산, 교통수단 이용 과정 등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양을 줄여야 합니다. 또한 재생가능 에너지 비중을 확대할 수 있도록 하고 에너지 소비량 자체를 줄이는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면 개인들은 어떤 행동을 할 수 있을까요? 저자들은 기후변화 문제를 외면하지 말고 생각하자고 제안합니다. 지구온난화를 부정하는 세력들의 논쟁에 빠져드는 대신 해결책을 이야기하자는 것입니다. 재생에너지와 탄소배출 저감을 주장하는 정치인이나 단체를 지지하는 것도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실천 방법이 돌 수 있습니다. 저자들은 “기후에 투표하라”고 말하며 지속가능한 환경을 위한 투쟁이 힘을 얻을 수 있도록 힘을 보태자고 제안합니다.


“우리는 이 행성을 파괴하지 않을 것이고, ‘파괴할 수도 없다’. 플래닛B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드넓은 우주에서 지구 같은 행성이 발견될 가능성은 지극히 희박하다. 지구는 상상을 초월하는 다양성과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생명체들로 넘쳐나는 보물상자다. 우리가 방종한 탄소중독 탓에 이 소중한 지구를 치명적인 불균형 상태에 던져버린다면, 인류 역사상 가장 중대하고 지극히 무책임한 범죄행위가 될 것이다.”(215쪽)


내가 살아가는 자리에서 기후변화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실천거리가 무엇이 있을지 생각해봅니다. 너무 하찮은 일들인 것 같아서 혹은 ‘나 하나 이렇게 한다고 변화가 일어날까’라는 회의로 무시해왔던 캠페인들을 다시 돌아봅니다. 일회용 제품 사용 줄이기, 자동차 이용시간 줄이기, 전기/가스/물 사용량 줄이기, 기후변화 문제에 대응하는 단체 지지/후원하기 등부터라도 다시 실천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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