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페미니스트

작가
록산 게이
출판
사이행성
발매
2016.03.14.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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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운동, 가정과 노동현장에서의 성차별, 성역할 편견 등 페미니즘 논쟁이 미디어에 등장하는 빈도가 잦아지면서 사람들이 페미니즘이라는 말에 점차 피로감을 느끼는 듯 합니다. 이 정도로 이슈가 되고 있으면 우리 사회가 성평등을 향해 전진하고 있는 것 아닌가 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성차별 문제를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세상은 발전하고 있지만 모든 사람들의 평등한 권리를 찾는 길은 멀고 더디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우리의 필요만큼 진보적이지 않다.”(157쪽)


페미니스트 록산 게이가 <나쁜 페미니스트>라는 책에서 한 말은 미국 사회에 대한 것이었지만 우리 사회에도 적용되는 말입니다. 여성들의 삶을 숫자나 통계상으로 보면 과거보다 나아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경제에서 말하는 기저효과가 성평등 영역에도 적용되기에 ‘옛날에 비하면 훨씬 좋아졌는데도 여성들이 만족할 줄 모른다’는 말이 종종 나옵니다.

페미니즘이 완벽한 이론이나 운동일 수는 없겠지만 오랜 세월 가부장제 아래서 살아온 우리 사회엔 페미니즘이 가진 한계나 결점들이 실제보다 훨씬 더 크게 부각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페미니즘이 사회적인 이슈로 떠오른 지 몇 해가 지난 요즘에도 페미니즘을 여성 우월주의라고 오해하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종종 만날 정도이니 ‘모든 영역에서 성차별을 없애자는 운동’은 여전히 더욱 알려져야 합니다.

자신을 ‘나쁜 페미니스트’라고 칭한 록산 게이는 페미니즘 운동의 결점과 한계, 페미니스트로서 자신의 결점과 한계를 인정합니다. 모든 사건 사고에 일관적이지도 논리정연하지 못할 때도 있지만 그저 자신이 살고 있는 이 세상을 이해하고자, 그리고 과거보다 꽤 나아졌다고 하는 사회 속에 여전히 만연한 성차별과 여성혐오 문제를 이야기하고자 노력하는 한 여성으로 자신을 소개합니다.

저자는 ‘지나가는 장난이고 농담인데 그냥 웃고 넘겨요. 외모로 칭찬 좀 할 수 있지 뭘 그래요?’와 같은 노랫말, ‘가해자를 염려하고 피해자의 결점을 찾아내는’ 성폭력 사건 기사, ‘여성 대상 폭력이 너무나 쉽게 소재로 사용되는’ TV와 영화 등에 대해 가볍게 넘어가지 않고 잘못된 점들을 지적합니다. 그러면서 ‘사회는 급격히 변하지만 여성을 대하는 방식은 여전하고, 우리는 아직도 선조들이 싸웠던 바로 그 문제들로 고통받고 있다’고 말합니다.

우리 사회 역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최근 이어지는 성폭력 관련 판결들, 그 사건들을 다루는 기사들, 이 사건들을 이야기하는 주변 남성 동료들의 반응을 보면 저자가 말한 의식의 진보는 우리 사회에서도 요원해 보입니다. 특히 인터넷 상에선 여성들이 성차별적 사건들에 한 마디 하거나 성평등을 지지하는 제스처를 취하기라도 하면 벌떼처럼 달려들어 인신공격을 하기 일수입니다.

록산 게이가 소설, 영화/드라마, 법률 등에 스며 있는 여성차별 혹은 혐오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 “너는 성깔 있고 섹스 싫어하고 남성 혐오에 찌든, 여자 같지 않은 사람이야”라는 비난을 받았던 것처럼 우리 사회에서 페미니스트로 살아가는 사람들 역시 동일한 시선을 경험합니다. 세상이 많이 좋아졌으니 이쯤에서 분노를 거두고 그런 이야기는 이제 그만하고 좀더 거대한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자는 유명인들도 있었습니다. 저자가 말한 것처럼 미국에서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도 대체로 여성은 스스로를 증명해야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어째서 여성이 더 야심이 넘치고 더 열심히 일하는 것일까?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투표를 하기 위해 목숨 걸고 싸워야 했고, 집 밖에서 일을 해보겠다고 기를 쓰고 싸워야 했고, 성희롱 없는 근무 환경에서 일하기 위해 싸워야 했고, 대학이나 학과를 스스로 선택하기 위해 싸워 왔으며, 작은 자리라도 차지하기 위해 계속해서 나를 증명하고 또 증명해 내야 했다.”(130쪽)


저자는 계속해서 인기있는 책, 리얼리티 프로그램 등에 스며 있는 성역할, 페미니즘, 여성 등에 대한 편견과 잘못된 점들을 다양한 사례로 이야기해 줍니다. 너무 예민한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저자처럼 불편한 느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속한 ‘문화적 관습과 세계관’에서 빠져 나올 수가 없을 것입니다. 록산 게이가 말한 ‘자신이 속한 젠더 포지션을 극복하고 저항’하려면 저 역시 좀 더 민감한 젠더 감수성을 가져야 하겠다는 깨달음을 얻습니다.

우리 사회에서도 이와 같은 젠더 감수성이 점차 섬세해져 가고 있는 현상들도 간혹 보입니다. TV프로그램이나 강연에서 예전에는 그냥 웃고 넘어갈 만한 상황이나 발언들에 대해 불편함을 표현하고 이것이 자연스럽게 공적인 토론의 자리에 올라가는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이를 보면 우리 사회에서 이전보다 섬세한 젠더 감수성을 가진 사람들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것으로 충분하지는 않습니다.

젠더에 대한 민감하고 섬세한 감수성은 또 다른 심각한 차별 문제인 인종에까지도 확장될 수 있기에 중요합니다. 저자는 대표적으로 흑인이라는 이유로 무기를 지니지도 않았는데 죽임을 당하고도 그를 죽인 사람은 정당방위였다며 무죄를 선고받은 트레이번 마틴 사건과 보스턴 마라톤 테러를 자행한 범인 조하르 차르나예프에 대한 대중의 동정을 비교해 보여줍니다. 성에 대한 편견만큼 인종에 대한 편견 역시 강력함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사례입니다.

‘미국은 원래 인종차별이 심했던 나라니까 그럴 수 있지’라고만 생각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얼마전 제주도로 들어온 난민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분열적 대응에서 인종적 편견이 없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외국인 노동자나 국제 결혼으로 우리 나라에 온 동남아시아 국가 여성들에 대한 대우와 시선에 편견이 없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저자가 말한 것처럼 성차별 문제는 다른 차별 문제들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우리에게 민감한 젠더 감수성 더 나아가 인권 감수성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록산 게이는 “나와 다른 문화적 배경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의 삶에 대해 상상해야 할 때는 더욱 철저히 냉정하게 여러 차례 질문해 봐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말은 우리 모두가 곱씹으며 기억해야 할 명제로 삼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록산 게이가 자신을 나쁜 페미니스트라고 표현했던 의미를 생각해 봅니다. 부족한 젠더 감수성을 가지고 살아왔고 또 앞으로 실수를 할 수도 있겠지만 그 불완전함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보다 민감하고 섬세한 젠더 감수성을 갖춰가는 남성으로 성장해가고 싶습니다.
 

“나쁜 페미니스트는 내가 페미니스트이자 솔직한 나 자신이 될 수 있는 유일한 이름이다. 그래서 나는 쓴다. 트위터에 나를 화나게 만드는 것과 나에게 기쁨을 가져다 주는 모든 사소한 것들을 다 쓴다. 블로그에 내가 요리한 음식을 올린다. 글을 쓸 때마다 나는 이렇게 나쁜 페미니스트가 되어 세상에 나가고 싶고, 이렇게 하면서 더 좋은 여성이 되고 싶다. 나의 현재와 과거를 솔직하게 내보이고 내가 어디에서 비틀거렸고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전부 다 털어놓고 싶다.

 

어떤 페미니즘 이슈를 이야기하건 간에 나는 페미니스트다. 페미니즘의 절대적인 중요성과 필요성을 부정할 수도 없고 부정하지도 않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처럼 나도 모순적인 사람이지만 확실한 건 나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개똥 같은 취급을 당하고 싶지는 않다는 점이다. 나는 나쁜 페미니스트다. 페미니스트가 아예 아닌 것보다는 나쁜 페미니스트가 되는 편이 훨씬 낫다고 믿는다.”(375쪽)


100가지 질문으로 본 북한

작가
쥘리에트 모리요, 도리앙 말로비크
출판
세종서적
발매
2018.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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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대한민국 두 나라 정상의 세 번째 만남과 그 결과에 온 나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일본 제국주의 식민지에서의 해방, 열강들에 의한 분단과 전쟁 이후 지난한 갈등 관계를 수십 년 동안 이어오던 두 나라가 드디어 새로운 관계를 맺어가기 위해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최근 정상회담 모습을 보면 두 나라가 언제 전쟁을 했었나 싶을 정도입니다.

지난 4월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올해 1차 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위원장의 소탈한 말투에 친근감을 느낄 정도로 남쪽 사람들의 심리적 긴장도 상당히 해소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제껏 북쪽 나라를 정상적인 국가로 인정하지 않았던 대한민국 국민들에겐 여전히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북한’인 것 같습니다. 특히 전쟁과 전후 시기를 거쳐온 세대에겐 북한은 여전히 때려잡아야 할 공산당 혹은 빨갱이들의 나라일 뿐입니다.

전쟁 이후 어려운 시기를 살아온 세대의 자식 세대인 저도 북한을 하나의 독립국가라기보다는 언젠가는 우리가 품어야 하는 우리나라의 일부로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부모님들 정도는 아니지만 초등학교 시절 공산당이 싫다던 이승복 어린이 신화를 들었고, 군대에 징병당해서는 철책 근처에 머무르며 대치하고 있는 저 너머 사람들이 우리의 주적이라 교육을 받았습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를 부르며 자라긴 했지만 독일처럼 흡수 통일을 하게 되면 독일보다 훨씬 더 오랜 기간 동안 고통을 겪게 될거란 이야기를 들으며 통일은 섣불리 하는게 아니란 것을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이산가족 상봉이라는 기쁘고도 슬픈 행사를 보게 될 때는 그래도 통일은 되어야 하나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손자까지 세습하며 인민들을 수탈하는 체제를 생각하면 북한의 지배층을 좋게 볼 수는 없었습니다. 아무튼 생각하면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나라 북한입니다.

막연한 이미지로만 인식해오던 ‘북한’을 이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이웃 나라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습니다. 분단된 한 민족이라는 과거의 집착을 내려놓고 이제는 흘러온 시간만큼 달라진 차이를 현실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분단 후 대한민국 만큼이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도 변화해 왔다는 것을 인정하고 서로를 알아가는 작업이 필요한 시점인 듯 합니다. <100가지 질문으로 본 북한>이라는 책으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이해하는 첫 발을 내딛어 봅니다.

이 책은 북한전문가인 쥐리에트 모리요와 도리앙 말로비크가 수 년간 취재하여 내놓은 결과물입니다. 저자들은 이 보고서에서 북한에 대한 미국과 한국 중심의 편향된 정보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했다고 합니다. 한반도의 역사, 북한의 정치, 지정학, 북한의 최근 상황, 경제, 사회와 문화, 선전 7가지 분야에 대한 총 100가지 궁금함에 개괄적으로 답하는 형식으로 책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북한에 대한 상세한 정보보다는 전반적인 모습을 그려봄으로써 북한에 대해 가지고 있는 막연한 부정적 이미지에서 벗어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한국의 언론 종사자들은 상사들로부터 더 충격적인 뉴스를 제공하라는 상시적 압박을 받는다. 정보망은 제한되어 있다. 북한을 분석하는 일은 종종 공식적 출현이나 텔레비전 연설, 혹은 북한 언론, 또는 북한을 도망친 탈주자들의 이야기를 통해서만 이루어진다. 공식 석상에서 한 인물이 사라지면 즉각 처형 소문이 돌기 시작한다. 한국과 미국의 기독교 활동가들에 근거한 이 정보들은 대개 한국 정보부에 의해 발표되고, 이어 미디어에 의해 최소한의 거리도 두지 않고 확산되고, 극화된다. 소문은 세계를 돌고, 매번 더 비열한 묘사들이 덧붙여진다.”(295쪽)


저자들은 그 동안 북한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혹은 황당 무계한 정보들이 나돌았던 이유를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모든 정보가 사실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상당한 정보들이 이렇게 왜곡되거나 날조되어 왔던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인 것 같습니다. 이제는 두 국가가 직접 소통을 시작하게 되었으니 서로에 대한 이와 같은 오해들은 점차 줄어들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책에서 다루고 있는 ‘역사’와 ‘지정학’ 부분에선 사실 크게 새로울 만한 점들은 많지 않았습니다. 눈길이 가는 부분은 ‘정치’, ‘현실’, ‘경제’를 다룬 2, 4, 5부입니다. 정치 부분에선 최근 김정은 위원장으로 이어진 후계 준비, 김정은 위원장의 등장으로 달라지고 있는 정치 구조,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 하는 세력 등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고 있습니다. 권력 승계 작업이 생각했던 것보다 치밀하게 준비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북한의 지배체제가 쉽사리 붕괴되지는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북한 체제에 반하는 이들은 숙청되거나 강제노동수용소로 보내졌다고 하는데 강제노동수용소에서 3년을 보내다가 특별사면으로 출소해 살아나온 탈북자의 증언은 충격적입니다. 사형을 피해 수용소에 간다고 해도 살아나올 확률이 매우 적으며 이 증언자의 경우 수용소 생활을 마친 후 몸무게는 30kg 밖에 나가지 않았다고 하니 그곳의 생활이 얼마나 비참할 지 짐작할 만합니다. 지배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방법은 과거와 그리 많이 달라지진 않은 듯 합니다.

숙청과 함께 유아기부터 받는 철저한 교육, 개인간 감시 체계는 북한 체제를 유지해 온 주된 동력이었습니다. 하지만 저자들은 북한에서도 과거 강조되던 이데올로기보다는 개인들의 잘살고 싶은 욕망이 북한사회 변화의 동력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북한 정권도 이 변화의 조짐을 의식하고 있을 것이고 개인 통제가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을 것이라 보지 않을 것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을 주축으로 하는 새로운 지배 세력이 어떤 방향으로 북한을 이끌어 갈 것인지 궁금해집니다.

경제 부문에 있어선 2000년대 초 소규모 사설 시장을 허용하였고, 요식업, 교통 분야에선 자본주의적 모델이 더해지기도 했다고 합니다. 외화를 거래해 주던 환전상들이 대출도 해주고 있고, 여전히 금융거래가 불법이기는 하지만 시장경제의 싹을 받아들인 이상 금융 흐름을 통제할 수는 없을 듯 합니다. 북한에도 ‘더 벌기 위해 더 일한다’는 생각이 세를 얻고 있다고 하니 자본의 힘이 북한의 경제와 사회구조를 어느 정도까지 변화시킬 지 주목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오늘날, ‘시장 세대’의 구성원들은 이념에 대한 무관심이 커졌다는 점을 공유하며, 확실한 가치인 돈을 통해 삶을 즐기려 한다. 만약 그들이 정권에 충성을 바친다면 이는 정치적 신념보다는 민족주의에 의한 것이다. 15년 후쯤 그들의 자식들, 즉 최고의 안락함 속에서 자라고, 바깥 세계의 이미지를 접하고, 가족 내에서 이념의 세뇌교육을 받지 않은 그 아이들은 분명 ‘다른 것’을 갈구할 것이다. 더 많은 정상, 여행, 여가, 사업할 자유 등… 어쩌면 그때가 정권의 다음 도전이 될 것이다. 즉 이 신세대의 갈망에 답하고, 그들의 꿈에 맞는 활력 넘치는 세계를 제공하는 것. 물론 권력을 잃지 않고.”(277쪽)


최근 세 차례에 걸쳐 이뤄진 남북 정상회담의 결과로 항구적인 평화체제가 유지되고 두 나라의 교류가 확대되는 방향으로 양국의 관계가 진전될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북한쪽의 반응을 보면 체제 유지를 위한 협상 카드로 사용하던 핵무기의 효력은 다했다고 판단한 듯 합니다. 내어줄 것은 과감히 내어주고 체제보장과 경제라는 실익을 얻으려는 쪽으로 방향을 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저자들이 언급한 새로운 세대의 등장과 그들의 갈망에 더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권이 주안점을 둬야 하는 영역은 인터넷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직까지는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인구가 많지는 않지만 “과학과 신기술에 매료되는 한국의 ‘괴짜’ 혼은 38선 남북이 똑같다.”는 저자들의 말처럼 북한 인민들에게까지 인터넷 서비스가 보급될 경우 어떤 변화가 일어날 것인지는 예측하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김정은 위원장 정권은 이 변화를 감당할 수 있을까요?


[수 백년을 이어가는 기업들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 스위스 IMD 경영대학 교수인 Howard Yu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아이디어 캐스트에 나와서 스위스 제약 회사들의 사례와 일본 내 소규모 잡지사의 사례를 가지고 오랜 시간 경쟁력을 유지하는 비결에 대해 이야기했다. 다음은 Yu 교수의 인터뷰 내용이다. 우리 나라 기업들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참고할 만한 대목이 있다.]

 

스위스 바젤에 있는 제약회사 노바티스. 이 지역 내 제약회사들은 오랜 시간 동안 경쟁력을 유지해 왔다. 다른 산업에 속한 기업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차열한 경쟁으로 인해 지역, 국가, 자본조달 등 변화와 부침을 겪은데 반해 바젤에 있는 제약클러스터 내 기업들은 거의 200년 동안 같은 지역에서 정착해 운영되고 있다.

신약개발은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고, FDA승인을 받아야 하는 어려운 기술이기 때문에 이들이 200년 넘게 지속할 수 있었다라는 대답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컴퓨터도 자동차도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심지어 수 백 년 전에는 섬유산업도 최첨단 기술이었다. 하지만 이들 분야에 있는 기업들이 세계적 경쟁을 이겨내고 오랜기간 견뎌냈다고 하기는 어렵다. 흥미로운 점은 바젤에 있는 이들 제약회사들이 어떻게 스스로를 지속적으로 쇄신해왔는가이다.

처음에 이 회사들은 섬유산업에서 화학염료를 만들었다. 이들 중 일부가 화학염료를 의료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처음으로 19세기 전세계에서 성공을 거둔 것은 해열제이다. 유기화학은 혁신의 온상이었다. 항생제인 페니실린을 발견한 알렉산더 플레밍을 기억할 것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모든 제약회사들은 미생물학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노동자들을 갱도로 내려보내고 공기 샘플을 얻기 위해 기구를 띄웠다. 새로운 곰팡이를 찾기 위해 냉장고 뒷면을 살펴보라고도 했다.

미래 먹거리를 탐색하는 데에서도 그랬다. 혁신사례는 유기화학에서 미생물학쪽으로 이동했다. 물론 지금은 의료분야 혁신을 위한 온상은 유전체학이다. 이렇듯 신약을 개발하는 개척자들은 지식분야를 유기화학, 미생물학, 유전체학으로 넘나들 필요가 있다. 한 분야에서 또 다른 분야로 확장하는 것은 개척자적 회사들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게 한다. 성장을 위한 새로운 길들이 계속해서 변화하기 때문에 후발주자들은 그것을 따라잡기가 항상 어렵다. 끊임없이 개척자가 되어야 한다.

어떤 기업은 계속해서 개척자가 되며 오랜 기간 번성하는데 어떤 기업은 사라져버린다. 어떤 차이가 있을까? 

파괴적 혁신기업이 종종 경쟁자로 등장하는데 이는 위협이 된다. 하지만 이것이 유일한 위협은 아니다. 산업이 변화없이 일정한 것 같아 보이는 때에도 새로운 지식분야에 뛰어들지 않는다면 이내 재정적 자원이라든지 시장 포지션에 위협을 맞게 된다. 후발주자가 곧 따라잡을 것이다. 산업에서의 경쟁은 등산과 비슷하다. 모든 기업들이 산꼬대기에 올라가려고 한다. 어느 산업분야에 속해있던지 지식을 계속해서 훈련하지 않으면 후발주자들이 곧 같은 높이에 오르게 된다. 이때 지식분야의 새로운 탐색이 없다면 산사태가 난 것처럼 모두가 흘러내리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선 가장 경험이 풍부한 그리고 기존의 지식을 잘 갖춘 기업들이 경쟁에서 승리할 더 나은 기회를 얻게된다. 이는 태양전지, 휴대폰, 풍력터빈, 중공업과 같은 분야에서 아시아계 경쟁업체들이 상당히 의미 있는 포지션을 얻은 것에서 확인된다. 하지만 신약개발에선 여전히 서구업체들이 선도하고 있다.

기존의 지식에 통달하는 것은 새로운 지식 혹은 새로운 어떤 분야로 나아가는 것보다 중요하다는 의미로 들리는데, 왜 기존 지식의 통달이 중요할까?

미생물학을 연구할 때 과학자들은 메커니즘과 반응을 이해하기 위해 여러 다른 염료와 산을 박테리아에 쏟아붓고 있었다. 이들 화학자들은 세포핵을 염색하기 위해 염료를 쏟아붓다가 염색체의 구조를 보게되었다. 세포가 분열하게 되면서 염색체는 두루마리처럼 말렸다. 이는 과거에 알고 있던 것이 미래를 이해하기 위한 사전지식이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과거를 완전히 부정하게 만드는 불연속적 혁신에 대해 사람들이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때때로 연속적인 변화가 산업에 충격을 주곤한다. 과거를 완전히 부정하고 당신이 가진 고유의 자산을 모두 잊어버리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일본업체 Recruit Holdings는 종이 잡지를 만든다. 이 한물간 사업 모델은 벌써 오래 전에 사라졌어야 할 것 같았다. 그런데 이 회사는 스스로를 개혁해 새로운 지식분야로 확장했고 일본 중소기업들에게 국제적인 서비스 제공자가 되었다. 수익률로 따지면 거의 구글이나 페이스북 수준과 맞먹는다.

이 회사는 인터넷의 부상을 보면서 작은 규모의 실험을 했다. 잡지 중의 하나를 온라인으로 바꾸고 컨텐츠를 무료로 공개했다. 하루아침에 수익이 난 것은 아니었다. 3년 동안은 계속 손실을 봤고 4년 째가 되어서야 온라인 잡지에서 수익이 나기 시작했다.

초기에 경험을 얻기 위해선 컨설팅을 받기보다는 스스로 해당 분야에 뛰어들 필요가 있다. 그래야 내가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가 있다. 이것은 2000년대 초반의 이야기다. 그 당시엔 어느 누구도 인터넷의 규칙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당시엔 플랫폼 전략에 대한 학계의 연구들도 드물었다. 하지만 이 회사는 많은 소규모 상점들이 자신들의 잡지에 광고를 싣고 싶어한다는 점을 알게되었다. 이들은 단순히 판매를 원하는 것이 아니었고 귀찮았던 행정 업무들을 처리해야 했다. 

예를 들어 미용실에서는 고객 예약을 받는 것을 종이에 하고 있었다. 이는 상당히 품이 들어가는 일이었고 고객들을 더 잘 대하기 위해선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었다. Recruit Holdings는 온라인에 광고 공간을 제공하는 것 이외에 또 다른 실험을 시작했다. 이 회사는 식당 예약과 같은 고객을 위한 인터넷 기반의 예약 시스템을 제공했다. Recruit는 하나의 서비스에서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영역을 개척했다. 고객들의 필요를 확인했을 때 고객들이 저항하기 힘든 해결책을 제공하고자 했다. 이 회사는 온라인 광고를 판매하는 것에서 사업 모델을 변화시켜 구독과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요즘에는 인공지능을 이용해 데이터베이스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다. 또 다시 새로운 지식 개척자가 되고 있다.

새로운 분야에 투자하거나 성공해서 재정적 수익을 얻는 것은 극도로 어렵다. 이것이 새로운 지식영역으로 나아가는데 대부분의 기업들이 성공적이지 못한 근본원인이라 생각한다. Recruit Holdings의 사례에선 두 가지 성공요인이 있었다. 하나는 그들 실험을 사줄 고객이 있었다는 점이다. 그것이 전략적 의도가 있었던 것이든 아니든. 다른 하나는 새로운 지식 영역에서 뭔가 다른 계획을 가지고 실험을 하도록 중간 관리자들을 장려한 점이다. 이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하지만 이것으로 충분하지는 않다. 소규모 실험을 즐겁게 마무리한 후 실제 전략으로까지 확장시키지 못하는 회사들이 빈번하기 때문이다. 초기 실험 후 단기간의 수익이 그리 매력적이지 않아보여도 규모를 확장해 투자하려는 고위관리자들이 필요하다.

이와 같은 일들이 흔하게 일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Proctor&Gamble, Apple, Amazon 등이 그랬다. 최고경영자가 새로운 지식영역을 이해하고 나면 돈에 개의치 않고 투자를 하기도 한다. 실제 현장에 가까운 중간 관리자들에게까지 이 동력이 이어진다면 조직의 변화가 일어난다.

수익 관점에서 회사들은 단기적인 등락을 거듭하게 되는데 이럴 때마다 모든 계획들에 비용을 삭감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이런 빈번한 시작과 멈춤의 반복은 어떤 계획도 추진되지 못할 것이라는 매우 위험한 신호이다. 반대로 회사들은 주력 사업에서 단기간 성공을 하게될 때 사내에 새로운 실험을 지속하고자 하는데 이는 대개 좋은 신호이다. 뭔가 일이 잘 되지 않는 것을 인정하는 능력은 실험을 그만하는데 효과적이다. 어떤 일이 지속될 때는 재투자를 계속하게 될 것이다. 이 신호가 옳다면 동력이 될 수 있고 신중한 전략을 통해 조직이 움직여갈 것이다.

출처: Howard Yu(스위스 IMD 경영대학 경영 및 혁신 교수), How some companies beat the competition...for centuries, HBR Ideacast, 2018년 7월 10일.


[지난 해엔 떠돌던 소문으로 알게 된 아이폰 텐에 좀 실망해서 행사를 시청하지 않았었는데. 올 해는 애플 워치 업그레이드에 조금 관심이 생겨서 챙겨 보려고 한다. 애플 행사를 보는 즐거움 중 하나는 발표전까지 세간에 떠도는 소문과 추측 혹은 예상들이 얼마나 맞아들어가는가를 보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9To5Mac과 MacRumors.com에서 올라오는 글들을 보게 되는데 사람들이 올해는 얼마나 정확히 예상했을지 궁금하다.]


올 해 행사는 애플 파크 캠퍼스 스티브잡스 씨어터에서 ‘Gather Round’라는 타이틀로 열린다. 아이폰, 애플워치 등 지난 해보다 업그레이드 된 제품들이 소개될 예정이다.

2018년 아이폰들

사람들은 아이폰 X(텐, 10) 후속인 5.8인치 OLED 아이폰 Xs, 기존 플러스 버전인 6.5인치 OLED 아이폰 Xs Max, 6.1인치 LCD 아이폰이 소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전히 노치가 있고(난 이게 왜 이렇게 싫은지..) TrueDepth 카메라, 터치ID 삭제(Xs 시리즈, 난 이게 좋은데) 등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프로세서는 7나노 TSMC 제조 A12칩이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A11칩보다 속도, 효율, 그래픽, 배터리 수명 등이 향상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아마도 플러스라는 표현은 이제 사라질 것으로 보이는데 OLED 아이폰의 경우 화면크기, 배터리 사용시간, 가격 등을 제외하면 큰 차이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해상도, 카메라 화소 등보다는 저장용량이 512GB까지 커진다는 게 눈에 들어온다. 이제 그냥 노트북 하드를 이 작은 폰 안에 들고 다니는거다. 아 놀라워.

6.1인치 LCD 아이폰에는 3D 터치 기능이 삭제될 것이라고 하는데 그렇지 않았으면 좋겠다. 처음엔 저게 뭐야 했었는데 사용하다보니 참 편리하다. 애플아 이건 삭제하지 말아줘. 어떤 예상에선 뒷면을 유리로 하지 않아서 무선 충전이 안될 것이라고도 하는데 이 또한 예상이 틀리기를. 색상도 뭔가 원색적으로 나올 것 같다는데 뭐 나쁘진 않아보인다. 가격이나 좀 내려서 나오면 좋겠다.

애플 워치 시리즈 4


요 녀석이 제일 기대가 된다. 아직까지 애플 워치를 사지 않고 버티고 있는데 이번 녀석은 사고 싶기 때문이다. 일단 화면 크기가 시리즈 3보다 15% 커질 것이란 점이 가장 마음에 든다. (근데 뭐 그게 커봐야 얼마나 더 큰 걸까) 해상도도 조금 더 향상될 것 같다고. 역시나 외관 디자인은 별 변화가 없는 것 같다. 가능하면 비용 들이지 않고 제품을 팔 수 있으면 좋겠지...기존 밴드들을 이용할 수도 있게 해 주고. 스테인리스 케이스에 골드 컬러가 추가될 것이란 소문도 있고, 옆면 버튼이 햅틱 버튼으로 변경될 것이란 소문도 있다. 어떤 모습으로 내놓을지 지켜보자.

AirPower(무선 충전 매트)

작년에 AirPower를 소개하면서 2018년에 출시할 것이라 했는데 아직까지 제품이 나오지 않았다. 이제 제품으로 나올 때가 되지 않았을까?  새로운 아이폰, 애플 워치, 에어팟과 함께 구매할 수 있게되면 고객들이 좋아하겠지 싶다. 다른 제품들도 다같이 충전할 수 있으려나??

에어팟

AirPower에 호환되려면 에어팟도 무선충전 케이스를 사용해야 한다. 무선충전 블루투스 이어폰이다. ‘헤이 시리’기능을 지원하는 무선 칩을 업그레이드 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에어팟을 손가락으로 탭하지 않고도 시리를 부를 수 있겠지. 기존 에어팟도 케이스만 무선충전이 되는 녀석으로 바꾸면 호환되서 쓸 수 있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지난 6월부터 iOS, macOS, watchOS, tvOS가 베타테스트를 시작했고 각각의 업데이트 버전을 이번 행사에서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iOS 12, macOS Mojave, watchOS 5, tvOS 12. 아마도 아이폰 모델을 출시하기 이틀 정도 먼저인 9월 19일에 업데이트 OS를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른 가능성들

9월엔 아이폰, 애플워치에 초점을 맞춰 행사를 진행하고 10월에 맥과 아이패드 관련 행사를 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아이패드 프로

아이패드 프로에도 아이폰 텐 스타일 디자인을 적용하려고 한다는데, 키보드 케이스를 사용하는 경우 베젤이 줄어든 디자인이 그리 유리하지만은 않다.(뭐 이건 나만 그럴 수도 있으니까) FaceID도 적용된다고 하고. 노치는 아마도 없을것으로 보기도 하던데 제발 그러면 좋겠다.(난 노치가 참 보기 싫다) 

디스플레이에도 가격과 생산관련 문제들로 인해 OLED는 아직 적용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화면 크기는 11인치와 12.9인치가 될 것으로 보이고, 모서리 디자인은 아이폰 SE와 비슷하게 살짝 깍인 형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안테나 라인도 아이폰 7과 비슷하게 적용될 것이라 한다. 스마트 커넥터 부분이 변경될 것 같은데 이와 관련해 악세사리 제품들도 함께 변경될 듯 하다. 이어폰 잭도 없어질 것으로 본다.


맥 미니, 저가형 맥북 에어, 12인치 맥북, 아이맥 등도 업데이트 될 것 같은데, 뭐 이런 것들은 굳이 행사에서 발표하지 않고도 제품을 출시하면 그만이다. 이런 제품들은 다수의 고객들 관심사에서 멀어진 지 좀 된 것 같다.


출처: Juli Clover, What to expect at Apple’s September 2018 event: New iPhones, Apple Watch Series 5, AirPods, AirPower and more, MacRumors.com


임신! 간단한 일이 아니었군

작가
마드무아젤 카롤린
출판
북레시피
발매
2018.07.07.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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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국회 제1야당 원내대표는 얼마 전 ‘출산주도성장’ 정책을 주장했습니다. 출산장려금 2천만원, 아이가 성년이 될 때까지 1억원을 지급하자고 했습니다. 과연 이렇게 돈을 주면 아이들이 순풍순풍 태어날까요? 돈으로 아이들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이 아이들을 왜 필요하다고 하는 걸까요? 경제 성장을 위해서 아이들이 필요하다는 사람을 제정신으로 봐줘야 할까요?

사람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를 너무 단편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대책이 나옵니다. 자기 나라를 ‘헬조선’이라고 부르게 되는 원인을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할 것입니다. 지옥같은 사회에서 자기 몸 하나 추스리기도 힘겨운데 결혼은 왠말이며 아이를 갖는다는 것은 왠말입니까. 아니, 이렇게 종합적으로까지 고민하는 것을 바라지는 않겠습니다. 일단 이 책이라도 함께 읽어보시죠.

마드무아젤 카롤린이 낸 <임신! 간단한 일이 아니었군>입니다. 생명을 경제성장의 자원으로만 보는 사람들에게 소개합니다. 김 원내대표의 출산주도성장 주장을 듣고 오마이뉴스 계대욱 기자도 만평으로 출산이 성장의 도구냐고 물었습니다. “여성이 애 낳는 기계인가요? 애 낳아 키우고 싶은 사회를 만들어주세요!” 여기에 더해 아이가 나오기 전에 여성이 어떤 경험을 하는지 알기를 바랍니다.

이 책에서 작가는 9개월의 임신 기간 동안 여성들이 견뎌내야 하는 어려움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테스트기에 나타난 두줄로 확인된 임신. 생명탄생의 시작이지만 임신한 여성에겐 날벼락이기도 하면서 모든 게 끝난 것 같은 일이기도 합니다. 두 줄 생긴 테스트기를 들고 숭고하게 임신을 받아들이는 것은 현실에선 볼 수 없는 모습입니다. 온갖 복잡한 생각에 정말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이 딱입니다.

아내의 임신을 두 번이나 옆에서 지켜봤는데도 제가 직접 겪는 일이 아니다 보니 작가가 보여주는 장면 하나 하나가 새롭습니다. 두 번이나 이 과정을 거쳤을 아내에게 미안해집니다. 시도때도 없이 쏟아지는 졸음, 구토, 피곤함, 특히 두려움으로 병이 난 줄 알고 병원을 가보기도 합니다. 물론 ‘새 생명이 자라고 있을 뿐 지극히 정상’이라는 당연한 진단만을 받을 뿐이지만요.

남편들은 아내의 속도 모르고 축하파티를 계획하기도 합니다. 임신 1개월을 지내는 아내의 마음은 이렇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무슨 헛소리야! 이건 거의 재앙 수준이라고!…잠도 제대로 못자게 될 걸? 토요일 밤이면 TV나 보면서 각자 지내게 될 거고…내 몸무게는 30kg이나 더 늘어날테고 피부도 축 처지겠지. 내 인생이 송두리째 거덜나는 거라고. 난 우울증에 빠질 거고, 당신은 어느 순간 나를 거들떠보지도 않게 되겠지. 난 그렇게 시들어가기만 할 뿐. 행복? 개나 물어가라 그래!”(21쪽)

기분이 오락가락 하는 것은 기본이고 입덧이 시작되면 음식 냄새가 재앙으로 덮칩니다. 3개월 정도가 되면 배가 조금씩 나오기 시작하고 처음 초음파 검사도 합니다. 여전히 먹은 걸 토해내기 일수인데 남편이 누군가와 통화하는 걸 들으면 울화가 치밉니다. 책에 나온 남편의 모습과 제 모습이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 같아 얼굴이 붉어집니다. 

“카롤린은 아주 잘 지내. 반짝반짝 빛이 나 보이고 왠지 고상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니까. 아이 갖고 완전 피었어. 정말 광장하지 않아? 임신이 여자를 변화시킨다는게…캐롤린 챙기고 신경 써주느라 정신없어서 정말 한시도 짬이 없다니까.”(47쪽)

한 달 두 달 시간이 가면서 조금씩 익숙해지려는 때엔 주변 사람들로부터 하지 않아도 될 조언들을 듣게도 됩니다. 아는 친구가 갑자기 응급실에 실려갔다가 유산했다든지 등의 이야기들 말이죠.

5개월쯤 되면 출산 육아와 관련된 것들로 머릿속이 가득차게 됩니다. 게다가 만나는 친구들은 임신한 친구들에게 변비, 정맥류, 튼살 등 듣기 싫은 말들만 골라서 하곤 합니다. 6개월쯤 되어 눈에 띄게 배가 나오면 더 곤란한 일도 겪습니다. 신기하다며 배를 만져보겠다는 주변 사람들.
 

좀 더 시간이 흐르면 일상생활이 크게 불편할 정도로 배가 나옵니다. 운전도, 책상 앞 작업도 힘들어지고 몸에는 튼살과 셀룰라이트가 그득그득 해집니다. 작가는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는 시간만 10여분이 걸려 시작부터 진을 빼고 하루를 시작해야 하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임신한 모습을 보며 축하하고 부러워하는 친구에겐 사실 속마음을 말하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천만에, 미칠 지경이야. 병든 강아지처럼 시름시름 앓기만 해. 등 아프지, 시도 때도 없이 방귀 나오지, 거기다 다리털도 못 깎는 신세라고. 알기나 해?”(113쪽)

하지만 출산이 가까운 여성에게 피할 수 없는 또 하나의 순간이 찾아옵니다. 모유를 먹일 것인가 분유를 먹일 것인가! 주변 사람들의 말은 마음에 쐐기를 박아버립니다.

“모유 먹일거지? 아기한테 풍만한 젖가슴에서 나오는 영양 만점 모유를 줄래, 아니면 발암성 젖병에서 나오는 쓰레기 같은 산업 폐기물을 먹일래?”(126-127쪽)

마지막 9개월째는 아기가 언제 나올지 모르니 출산준비 가방을 챙겨둡니다. 이 시기는 걱정과 불안이 극에 달합니다. 아기가 나오는 신호는 어떻게 아는지, 진통은 어떨지, 살은 빠질지, 분만은 어떻게 하는건지, 아기를 제대로 안을 수 있을지…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진통이 찾아옵니다.
 

배가 나오고 손과 발이 붓는 자신을 보며 자신은 아름답다는 자기최면을 걸어야 하는 여성들의 마음이 어떨 것인지 저로선 상상할 수도 없습니다. 두 번을 곁에서 지켜봤는데도 임신부터 출산까지의 과정이 이렇게 힘겨운 것인지 미처 몰랐습니다. 여성입장에서 이렇게 전체 기간을 정리해서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아이가 생기고 세상에 나오기까지 임신 기간에 아내가 얼마나 힘이 들었는지 다시 한번 이야기를 듣고 공감해주고 싶습니다. 너무나 당연하게 아기가 자라고 세상에 나오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모두가 그 과정을 거친다고 해서 당연한 것도 아닙니다.

온통 혼란스럽고 낯선 감정과 생각, 예쁨과는 멀어져만 가는 신체변화, 주변과 사회의 노골적인 압박까지 견디며 긴 시간을 통과한 아내를 둔 남편들이 이 책을 읽으며 다시 아내의 이야기를 들어주면 좋겠습니다. 출산과 육아는 둘째치고 임신 기간에만 이렇게 힘이 듭니다. 출산률이 낮다며 걱정할 수는 있지만 대책을 세울 때는 당사자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마음을 공감하는 것이 먼저여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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