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 끄기의 기술

작가
마크 맨슨 지음
출판
갤리온
발매
2017.10.27.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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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잘 모르는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그것을 찾기 위해 사람들은 열심히 책도 읽고, 여행도 하고, 직업도 바꿔봅니다. 부단한 노력끝에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는다면 그만한 행운도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요즘 이런 행운을 누리는 우리 사회 구성원들은 그리 많은 것 같지 않습니다. 엄기호 작가는 <공부공부>라는 책에서 우리사회의 모습을 이렇게 진단했습니다.


“자기계발 하느라 새벽부터 밤까지 공부하며 능력을 쌓고 있지만 계발한다는 자기는 잃어버린 지 오래다. 무얼 계발해야 하는지도 모르면서 열심히 계발만 하고 있으니, 그 계발은 자기 자신을 파헤치는 삽질에 불과하다.”<공부공부>(14쪽)


“때로는 사람들은 ‘하는 것’이 너무 많아 그 ‘하는 것’에서 ‘겪는 것’을 발견하지 못하는 체험의 과잉/경험의 빈곤에 시달린다.”<공부공부>(188쪽)


무엇인가를 열심히 찾고 있지만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발견하지 못한 채 표류하듯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적절한 조언을 하는 젊은이가 한 명 있습니다. 마크 맨슨이라는 젊은 작가인데 그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인생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르는 사람들이 삶에서 중요한 것과 덜 중요한 것을 구분하고 선택하는데 도움이 되는 질문을 <신경 끄기의 기술>이라는 책에 정리했습니다.


“인생의 목적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들은 항상 자기가 뭘 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불평한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뭘 해야 할지’ 모르는 게 아니다. 문제는 그들이 ‘뭘 포기해야 하는지’모른다는 거다.(중략) 어떤 부족함도 용납하지 못하는 태도, 모든 걸 가져야 한다는 믿음이 인생을 ‘지옥의 무한궤도’에 빠지게 만든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신경 끄기의 기술’이다.”(10-11쪽)


삶에 대한 통찰은 나이의 많고 적음에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저자가 제안하는 생각들에서 삶의 지혜가 묻어납니다. 인생의 바닥을 경험한 미국의 한 젊은이는 자신이 속한 사회가 ‘우리에게 부족한 것에 몰두하게 하면서 동시에 이것을 극복하면 성공한다는 터무니 없는 긍정성을 갖도록 자극한다’라고 말합니다. 우리 사회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 사회도 흙수저가 현실에 좌절하지 않고 분투해 성공하는 이야기에 온통 집중합니다.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성공을 거둔 소설 미디어 기업들은 ‘더 나은 직업, 더 멋진 차와 집, 더 멋진 삶’을 끊임없이 보여줍니다. 저자가 말하듯 우리는 모든 것들에 항시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우리가 보는 미디어 속 세상에는 행복이 넘칩니다. 하지만 우리는 ‘집안에 틀어박혀 고양이 오줌이 묻은 모래나 갈아주면서’ 내가 속한 현실은 시궁창이라 생각한다고 저자는 지적합니다. 소셜 미디어의 뉴스피드를 보는 제 모습도 마찬가지입니다.


‘신경 끄기’가 꼭 필요한 시대


도저히 집중을 하기가 어려운 시대입니다. 저자는 여기서 중요한 것이 신경을 끄는 것이라 말합니다. 우리가 ‘신경 쓸 필요가 없는 일에 지나치게 신경쓰느라 몸부림 치며 살아간다’라는 저자의 생각에 100% 동의합니다. 매 순간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세상 모든 걱정을 하고 있는 제게도 신경 끄기의 기술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저자가 말하는 신경 끄기란 세상 모든 것에 무심하라는 것은 아닙니다. 우선 자신의 가치관을 정교하게 다듬은 후 이것에 기초해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선별해야 합니다. 저자는 중요한 것을 하는 데 마주치는 역경들에 신경을 쓰지 말자는 것입니다. 삶을 살아가는 데 문제는 항상 있음을 인정하고 이 문제들에 너무 신경을 써 피하거나 두려워하지 말자는 것입니다. 단, 이 때 “모두가 위대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사회가 보여주는 성공스토리를 머릿속에서 지워야 합니다.


“많은 이들이 평범함을 받아들이기를 두려워한다. 그걸 받아들이면 뭔가를 성취하지도 앞으로 나아가지도 못해서 별 볼일 없이 살게 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61-62쪽)


이 말이 참 마음에 듭니다. 세상이 평범한 삶의 가치를 높여 쳐주지 않는 것 같기에 뭔가 더 특별한 존재가 되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하지만 저자가 말하듯 ‘내 인생 대부분이 지루하고 평범하겠지만, 그래도 괜찮아’와 같은 자세를 가지려고 합니다. 저자는 보통의 자기계발서들에서 말하는 ‘너는 특별해’, ‘너는 그럴만한 가치가 있어’라는 메시지 대신에 ‘너는 특별하지 않아’라고 말합니다.


“자신이 평범한 존재임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면, 어떤 평가나 거창한 기대도 하지 않고, 자유롭게 자신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을 이루게 될 것이다. 또한 삶의 근본이 되는 경험을 깊이 음미하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해, 소소한 우정을 나눈다거나, 무언가를 창작한다거나,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돕는다거나, 좋은 책을 읽고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웃는 일 등에서 즐거움을 찾게 될 것이다.”(63쪽)


“최첨단 기술과 매스미디어 마케팅이 보편화되면서 사람들이 자신에게 거는 기대가 왜곡되었다는 것이다. 예외적인 것이 범람하면서 사람들은 자신을 더 못났다고 느끼게 됐다. 그리고 주목받거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더 극단적이고 더 근본적으로 행동하고 더 자신감을 가져야 할 필요를 느끼게 됐다.”(71쪽)


이를 위해 저자는 세상이 주입하는 ‘엉터리 가치’들인 쾌락, 물질적 성공, 나는 다 안다는 태도, 무한 긍정을 벗어버리고 자신이 생각하는 진짜 가치 다섯 가지를 제시합니다. 물론 이것이 인생의 목적을 찾아가는 사람들에게 정답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저자가 이와 같이 다섯 가지 가치를 정한 것처럼 자신을 돌아보며 정말 가치 있는 것을 어떻게 가르고 선택할 것인지 정해보는 것은 인생의 의미를 찾아가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진정한 의미의 자기계발이라는 건 곧 더 나은 가치를 우선하는 것이며 더 나은 것에 신경을 쓰는 것이다. 그리고 더 나은 문제를 다뤄야 삶이 나아진다. 그렇다면 좋은 가치와 나쁜 가치는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 좋은 가치는 현실에 바탕을 두고 사회에 이로우며 직접 통제할 수 있다. 나쁜 가치는 미신적이고 사회에 해로우며 직접 통제할 수 없다.”(109쪽)


신경 써야 할 다섯 가지 가치


마크 맨슨은 이 다섯 가지 가치를 기준으로 삼아 자신의 삶을 변화시켰습니다. 외부 환경이 어떠하건 자신의 삶에서 일어나는 일은 결국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고 저자는 생각했습니다.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을 전부 통제할 수는 없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태도는 자신이 선택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내 잘못은 아니지만 결국 삶은 내가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라는 생각은 피할 수 없는 삶의 진리가 아닐까요.


자신의 삶이 옳아야 한다는 생각에 집착하지 말 것을 저자는 제안합니다. 자신이 틀릴 수 있다는 것을 항상 염두하라는 조언입니다. 또한 ‘너 자신을 믿으라’는, ‘가슴이 시키는대로 해’라는 달콤한 말들 대신 자신의 의도와 동기를 점검하고 자신의 믿음과 가정에서 틀린 것이 없는지 살피는 것이 성장하는 길이라는 것을 말해줍니다.


저자는 돈으로 자신의 가치를 평가하는 대신 자유와 자율이라는 가치를 받아들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동기가 생기지 않을 땐 ‘뭐라도 해’라는 은사의 조언을 실천했다고 합니다. 동기가 있어서 행동을 하기도 하지만 때론 행동이 동기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는 것을 저자는 자신의 삶에서 경험했습니다. 이 부분에 공감합니다. 동기가 생길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때로는 소모적일 때가 많습니다. 두려움과 염려 때문에 머뭇거릴 때 ‘뭐라도 해’라는 조언은 적절합니다.


“뭔가를 제대로 음미하려면, 자신을 거기에 제한해야 한다. 인생의 의미와 즐거움에는 수준이 있다. 수준 높은 의미와 즐거움에 닿으려면, 하나의 관계, 기술, 직업에 수십 년을 바쳐야 한다. 그리고 한 가지 일에 수십 년을 바치려면, 나머지 선택지를 거부해야 한다. 하나의 가치를 선택하려면, 나머지 가치들을 거부해야 한다.”(197쪽)


이 말에도 우리가 어떤 것에 신경을 꺼야 할 지 나와 있습니다. 대중매체는 성공담을 끊임 없이 보여주지만 정작 그것에 이르는데 필요한 수천 시간의 단조로운 연습과 지루함은 보여주지 않기에 우리는 결과에 집중하게 됩니다. 우리가 신경써야 할 것은 선택하는 긴 과정과 그것을 살아내는 지루한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다른 많은 작가들이 말하듯 이 책의 저자도 ‘몰입’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저자는 자신에게 진정으로 중요한 것을 선택해 집중하고 정신 사납게 하는 온갖 대안을 거부함으로써 더 많은 기회를 얻었다고 밝힙니다. ‘몰입하면 결정을 내리기 쉬워지고 좋은 것을 놓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떨칠 수 있다’는 저자의 조언은 경험해 보지 않으면 깨달을 수 없는 것입니다. 한 번쯤은 몰입의 경험을 해 보는 것이 꼭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역설적이게도 삶을 생각할 때 ‘죽음’을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자신이 결국 소멸한다는 것을 받아들임으로써 덧없고 피상적인 엉터리 가치들을 삶에서 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죽음은 다른 모든 가치와 결정의 방향을 정해주는 나침반이 되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죽음은 인생의 의미가 만들어내는 그림자를 측정할 수 있게 해주는 빛이다. 죽음이 없다면, 우리는 모든 걸 하찮게 느낄 것이며, 모든 경험을 제멋대로 판단할 것이다. 그리고 모든 기준과 가치가 갑자기 무의미해질 것이다.”(222쪽)


<신경 끄기의 기술>은 미국의 한 젊은이가 겪은 인생 경험에 대한 책입니다. 저자는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겪은 개인적 경험을 다른 사회에 속한 사람들도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가치들로 변환시키는 재주가 있습니다. 저자가 제안한 ‘인생에 대한 강한 책임감’, ‘자신이 틀렸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자신에 대한 가치평가 기준’, ‘선택과 집중’, ‘죽음을 생각하기’는 삶을 살아가는 데 물어봄직한 질문들이라 생각합니다.


말 그대로 다사다난 했던 한 해가 저물어가는 시기입니다. 소셜미디어에서 흘러나오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사건 사고, 만나야 할 것만 같은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신경 쓰이는 일들이 그득한 연말입니다. 신경쓰이는 온갖 일들에 저자가 말하듯 ‘신경을 끄고’ 잠잠히 제 삶과 가치들을 생각해봅니다. 나는 무엇을 위해 기꺼이 투쟁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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