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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도 분단의 아픔을 겪고 있다

초원위의양 2017. 2. 20. 00:15

태극기를 흔들면서 박근혜 탄핵 무효를 외친다. 돈을 받고 오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몇명은 있을 것이리라. 단상에 오른 한 사람이 저 쪽에 자기들 아이들 같은 애들이 촛불을 들고 시위를 하는 것은 교육이 잘못되어서라고도 한다. 전교조가 있어서 그런거란다. 교육이 잘못되어서. 빨갱이 교육을 시켜서. 이런 사람들까지 대한민국이 품고가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이다. 이 사람들을 자양분 삼아 터진 조둥아리라고 막말을 일삼는 김진태와 같은 이들을 국회의원으로 그냥 놔둬야 하는 것일까? 관제데모라고도 불리우는 현장을 직접 대면하고 나니 기가 막히다.

태극기 집회 현장을 둘러보고 나서 나의 자리를 찾아가기 위해서 광화문 광장을 향해 걸어갔다. 관제데모에 나온 사람들은 그렇게 많아 보이지 않았다. 대한문 앞과 시청광장 약간을 채우고 있었을 뿐 광화문 쪽으로 조금만 걸어나오니 이렇게 도로는 빈자리가 많다. 보수 언론들이 얼마나 거짓을 전하고 있는지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 언제까지 보수 언론들이 활개를 치며 설치게 놔둬야 하는 걸까? 

광화문 쪽으로 계속 걸어 올라가다 보니 휴전선이 나온다. 마치 공동경비구역 느낌이다. 한반도처럼 대한민국의 광장도 분단의 아픔을 겪고 있다. 시청쪽에는 태극기를 든 사람들이 차지하고 있다. 광화문 광장쪽은 촛불시민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 여기서부터는 경찰 버스가 꽤 긴 거리를 막아두었다. 두 집회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충돌을 막기 위해서란다. 한반도의 비무장지대처럼. 사실 난 태극기를 들고 있는 저 사람들을 이해할 수는 없다. 태극기를 들고 혐오 발언을 쏟아내는 저 사람들도 나 같은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겠지? 남한 사람과 북한 사람이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또 다른 분단의 모습을 광장에서 만난다.

그런데 이 비무장지대 부근에 촛불시민이 관제데모단에 침투를 시도했다. 허를 찔린 관제데모단은 촛불시민에게 물리력을 가하려고 했다. 자칫 잘못하면 폭행을 당할 수도 있을 것 같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근처 경찰들은 드디어 본연의 임무인 시민을 보호하기 시작했다. 촛불시민을 빙 둘러싸고 관제데모단을 막아섰다. 참 오랜만에 경찰들이 제 역할을 했다. 매번 권력의 시종처럼 시키면 옳던 그르던 지시를 따르기만 했던 경찰이었던 것 같은데 이제 좀 정신을 차린건가? 아무튼 다행히도 적진에 뛰어들었던 촛불시민은 경찰들의 보호와 안내로 다시금 광화문 광장으로 귀환할 수 있었다.

그나저나 나누어진 광장에 모인 사람들이 과연 같은 대한민국에서 공존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분단의 아픔처럼 광장의 분단도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