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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야기

지독히도, 지독히도 나쁜 나라

초원위의양 2016. 4. 8. 00:35

나쁜 나라

감독
김진열
개봉
2015 대한민국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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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을 고민하다 결국 봤다. “나쁜나라”. 세월호 참사 후 유가족들의 생활과 우리 나라의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다음 주면 벌써 만 2년이다. 세월호라는 비극을 눈 앞에서 본 지 2년이 흘러갔다. 유쾌하고 즐겁게 수학여행을 떠났던 단원고 학생들과 선생님, 그리고 일반 승객들의 목숨을 너무나도 허무하게 앗아갔던 사건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잊혀가는 것 같다. 참사 이후 두 번째 4월이 찾아오자 그 때의 망연자실했던 감정이 다시 올라왔다. 길가에 노랗게 피어나는 개나리를 보자 자연스럽게 노란 리본이 떠올랐다. 많은 수의 대한민국 시민들에게 4월은 이제 마냥 꽃구경을 하며 보낼 수 만은 없는 달이 되어 버렸다.

 

  신규 업데이트 영화 목록을 살펴보는데 나쁜나라라는 제목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내용을 보니 세월호 참사 후의 기록을 남긴 것이었다. 도저히 열어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고의적인 것인지, 아니면 관심이 없어서인지,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지만 수 백 명의 목숨을 그냥 바다에 묻어버린 참사였다. 참사 이후에도 유가족들에게 행해진 정부의 무관심과 일부 몰지각한 국민들의 비난으로 다시 한번 깊은 상처를 입은 유가족들의 모습을 언론을 통해서 익히 보아 왔기에 그 사실을 다시 대면한다는 것이 괴롭기만 할 것 같았다. 그렇지만 몇 번을 망설이다가 다시 그들의 가슴 아픈 사연을 들여다 보기로 했다.

 

  다큐멘터리의 시선은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의 참사 이후 삶을 따라다닌다. 어린 자식을 잃은 부모님의 마음을,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마음을 당사자가 아닌 내가 제대로 알 수는 없다. 다만 그 고통이 어떠할 것인지에 대해 상상해 볼 수 있을 따름이다. 정상적인 삶을 이어간다는 것이 불가능할 것 같았다. 게다가 어째서 배가 침몰하게 되었는지, 제대로 된 구조는 왜 이루어지지 않았는지, 참사와 관련된 사람들의 악행은 없었는지 등 2년이 지난 지금에도 밝혀진 바가 없기에 유가족들의 고통은 더욱 깊을 것이다. 영상에도 참사의 원인과 책임 주체 등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순수한 유가족들의 마음이 담겨져 있다.

 

  국민들의 대표라고 하는 새누리당과 민주당 외 국회의원들은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특별법 제정엔 관심이 없는 듯 했다. 기댈 곳 없는 유가족들은 나라의 지도자라고 하는 박근혜 대통령에게라도 자신들의 마음을 전하고자 했다. 하지만 박근혜에게 세월호 참사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과 그 유가족들은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국회 시정 연설을 하기 위해 국회로 들어서는 길목에 유가족들이 나와서 간절히 외치는데도 그들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는다.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것 중의 하나는 다른 사람의 처지를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일진대, 박근혜는 공감을 모르는 것 같다. 인간으로서 가져야할 기본적인 조건을 갖추지 못했거나, 아니면 박근혜에게는 유가족들이 사람이 아닌 것이리라. 저런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가진 대한민국 시민들은 정말 불쌍한 집단이다.

 

  어쩌면 이렇게도 사악한 국민의 대표자들이 있을 수 있으며, 대통령이 있을 수 있을까?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국가의 권력자들이 상황에 따라 왜 서슴없이 사람들을 죽일 수 있는지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들에게 이 사람들은 사람이 아닌 것이다. 이들의 고통은 자신들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일인 것이다. 귀찮게 자신들에게 소리쳐대는 그런 존재들일 뿐인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고통 속에서 괴로워하는 유가족들을 이렇게 철저하게 무시할 수 있단 말인가.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에 소속된 국민들일진대 어째서 이리도 잔혹하게 이들을 짓밟는단 말인가. 세월호 참사와 그에 대한 국가와 권력자들의 태도를 보면서 도대체 저 무리들을 무엇이라 불러야 할 지 알 수 없었다. 흔히 입에 담을 수 있는 욕지거리로만은 감정을 표현할 수 없다.

 

  지독히도 사악한 무리들이며, 국민들을 향한 진실된 마음이라고는 털끗하나 찾아볼 수 없는 것들이고, 이 세상에서 없애버려도 시원치 않을 것들이란 생각이 든다. 이들에 동조하거나, 이들의 입장에서 사실을 왜곡하려는 언론들, 누구의 사주를 받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유가족들을 비난하는 노인네들, 혹은 시켜서 하는 것일 뿐이라 합리화하는 경찰 등 행정부 직원들 모두 거대한 죄악에 동조하고 있음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히틀러가 유대인을 학살할 때 아무런 감정없이 학살에 참여했던 이들도 똑같이 말했다. 나는 시킨 일을 했을 뿐이라고. 시킨 일을 했다고 해서 자신이 한 일들에 책임이 없는 것이 절대 아니다. 세월호 참사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을 철저하게 무시한 일당들이, 그리고 그들에게 동조해 일한 사람들이 반드시 이 생애 동안에 그에 대한 대가를 꼭 치르게 되면 좋겠다. 그리고 참사의 정확한 원인이 반드시 밝혀지기를 기도한다. 그래서 여전히 고통 속에 있을 유가족들에게 조금의 위안이라도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