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를 사는 20세기 소년

클라우드 - 진정한 사랑이 있다면 인생은 살아볼 만하다 본문

영화이야기

클라우드 - 진정한 사랑이 있다면 인생은 살아볼 만하다

초원위의양 2016. 4. 1. 21:21

클라우드

감독
그레고르 쉬니츠러
출연
파울라 칼렌버그, 프랜즈 딘다
개봉
2006 독일
평점

리뷰보기

 


  독일에서는 2006년에 개봉된 영화인듯 한데 한국에선 2011년 일본 원전사고 후에 개봉이 된 것 같다. 아마도 독일 개봉 당시 한국에서 개봉되었으면 더 관심을 받지 못했을 소재라 생각이 된다. 그나마 일본 원전 사고가 나서 핵 발전소 혹은 원자력 발전소의 위험성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태에 있으니 국내에 소개된 영화라 생각된다. 줄거리를 대강 살펴봤을 때는 원전 사고로 인한 비참함 속에서 꽃 핀 그저 그런 로맨스를 다룬 것 아니겠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영화가 진행되어감에 따라 줄거리를 보며 들었던 첫 인상이 모두 사라져 버렸다. 핵 발전소 혹은 원자력 발전소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에 얼마나 참혹한 상황이 벌어지게 될 것인지를 크게 과장되지 않게 그렸다고 생각한다. 모든 기술이 어느 정도의 위험성을 내재하고 있기는 하겠지만 핵 발전소 혹은 원자력 발전소만큼 위험성이 큰 기술이 또 있을까 싶다. 발생 가능 빈도는 적지만 사고가 났을 경우 인류에게 그리고 지구에 치명적인 위험성을 갖는 기술은 사용을 축소시켜 가는 것이 맞는 방향이라 생각된다.

 

  영화에서 보여지는 영상이 많이 보아 왔던 재난 영화들처럼 비참하거나 참혹하지는 않았다. 원자력 발전소 사고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아름다운 시골 마을 풍경의 매력에 사로잡혔다. 등장하는 인물들도 귀엽고 생기가 넘쳤다. 이 아름다운 곳에 예상치 못한 치명적인 사고가 발생한다. 사람들은 황망해하며 사고가 난 곳으로부터 허둥지둥 피하려고 한다. 개인적으로 이 과정이 너무나 공포스러웠다. 이성은 찾아볼 수 없고 위험 속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생존에의 욕구 혹은 열망만이 남아 있었다. 인간이 극단의 상황에 놓이게 되면 당연히 그러한 모습을 보이게 될 것이리라. 나 역시 그러하겠지. 하지만 그 위험이 어떠한 것인지 구체적 실체를 알리 없는 어린 아이들에게는 어른들에게서 나타나는 그런 모습은 없을 것이라 생각된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주인공 한나의 남동생 울리의 모습을 보며 이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 

 

  영화 속에서는 방사능 오염을 피하기 위해 수 많은 사람들이 피난을 가지만 화면의 초점은 한나와 그녀를 눈여겨 보았던 엘마, 그리고 울리에게 맞춰진다. 두 남매가 탈출해 나가는 장면들이 어찌나 불안하게 보였는지 모른다. 엄마는 출장가셔서 집에 없고 고교생 한나는 어린 초등학생 동생을 데리고 피신을 해야 한다. 결국 이 둘이 선택한 것은 자전거. 마을 사람들 모두가 이미 떠난 황량해진 마을을 한나와 울리도 자전거를 타고 떠나간다. 현실에서 이런 모습의 아이들이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영화적 요소로서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고 아이의 순수함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자전거를 타고 열심히 피난 열차로 향하던 이 남매에게 더 충격적인 상황이 닥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않았다. 자전거를 타고 신나게 내리막을 내려가던 울리는 차로와 만나는 곳에서 자동차에 치여 죽고 만다. 죽은 동생을 안고 어찌할 바를 모르는 누나 한나. 너무나 끔찍한 상황이어서 나 역시 저런 상황이라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지켜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을 것 같았다. 한나는 죽은 울리를 뒤로 하고 지나가던 가족들에 이끌려 탈출 열차가 출발하는 곳까지 도착하기는 하지만 그곳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어 모두가 탈출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한나는 탈출 무리에 끼지 못하고 역사 밖으로 나와 방사능 구름 가득한 하늘에서 떨어지는 비를 맞으며 바닥에 쓰러진다.

 

  한나가 처한 상황이라면 나도 체념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한나가 눈을 떠 보니 방사능에 오염된 환자들이 모여 있는 병원이다. 이후부터는 외적으로 무척이나 참혹했던 피난 상황과는 다르게 비참해진 사람들의 마음을 보여준다. 그래도 희망적인 것은 이 엄청난 재난 속에서도 사랑하는 이와 함께 있다면 견딜만 하다는 것이리라. 한나를 사랑스런 눈으로 바라보던 엘마는 결국 격리되어 치료받고 있는 한나를 찾아와 열정적인 사랑을 나눈다. 방사능에 오염되어 언제 어떻게 될 지 모르는 한나를 향한 엘마의 지독한 사랑이 비현실적으로 보일런지 모르겠지만 세상을 살아가는 데 이러 류의 사랑이 있다면 상황이 어떠하든지 간에 행복할 것 같다. 우리에게 단 하나 진정한 사랑이 있다면 그 어떠한 인생이든지간에 살아갈 만한 충분한 이유가 되리라는 생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