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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인간의 본성 그리고 이 둘의 상호관계

초원위의양 2016. 3. 20. 07:44

스캔들 미술사

작가
하비 래클린
출판
리베르
발매
2009.02.04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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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소엔 별 관심을 가지지 않다가 해외 여행을 하게 되면 유명한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하나의 관광 코스로 다녀오는 사람들이 많다. 나 또한 그런 관광객들 중의 하나이다. 해외 유명 미술관에 가서 전시된 작품들을 '구경'하며 감탄을 하기는 하지만 다 돌아보고 나면 허무함을 느낀다. 각 작품들에 대한 설명을 들어보기에는 시간도 부족하고 그렇게까지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닌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렇기도 하지만 어떤 때는 그림과 그 그림을 그린 작가,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해 질 때도 있다. 이 책을 통해 여행할 때 느꼈던 공허함을 이제서야 채워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림이 가진 의미나 배경, 탁월함 등도 흥미롭지만 나같은 일반인들에겐 그 그림에 얽힌 이야기들이 때론 더 매력적이다.

 

  이 책은 유명한 그림들에 얽힌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림 이야기를 통해 화가가 그림에 담으려고 했던 주제, 족보(소장자들의 계보), 화가 자신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화가의 배경, 심리, 그림을 그리게 된 계기 등은 그림 보는 재미를 더해준다. 그림의 이야기에는 우리와 우리 이웃, 인간 전체의 이야기가 스며 있으며, 우리가 살아온 곳과 우리가 향하고 있는 곳, 그리고 세계와 우리 자신과의 관계가 반영되어 있다고 이 책의 저자는 말하고 있다. 조금은 과한 표현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위와 같은 저자의 표현에 공감이 된다. 미술 역시 삶의 이야기이고, 결국 사람들의 이야기이기에 흥미롭다.

 

   이제는 너무도 유명해서 루브르에 가서 꼭 진품을 봐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가 된 모나리자. 루브르에서 저 작은 그림에 왜 그리도 많은 이들이 모여드는지 의아해 했던 내게 이 책의 첫 장에 소개된 모나리자에 관한 이야기는 너무나 흥미로웠다. 모나리자의 모델과 절도, 그리고 이 그림이 겪었던 역사를 읽고 나니 책 속으로 더 빠르게 빨려들어갔다. 렘브란트가 유명세를 타게 해 주었던 작품인 해부학 강의와 야경에 대한 저자의 설명은 군더더기 없이 깔금해 나중에 그림을 보고 묘사할 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피카소가 그린 게르니카는 평소 이상하게 그림을 그리는 화가 정도로 여겨왔던 피카소를 다시 보게 해 준 그림이다. 화가들이 경험한 시대상이 그림에 고스란이 전해질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윌리엄 터너의 작품인 노예선의 이야기는 최근 우리나라의 현실과도 너무나 잘 어울린다. 노예를 사람으로 대하지 않고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배에서 노에를 던져버렸던 제국의 사람들. 이 시대 돈이 주인이 된 자본주의의 시대에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170여 년 전에도 일어났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이렇듯 인간의 악한 본성은 지독하리만치 그대로 유지되는 듯하다. 예술가와 비평가 사이의 치열한 싸움을 일으켰던 휘슬러의 검은색과 금빛 야경화라는 작품도 눈에 들어온다. 비평과 모독의 경계는 어디인지, 예술을 하지 않은 이들이 비평을 할 수 있을 것인지, 비평의 자유는 어느 수준까지 보장되어야 하는 것인지 등 현 시대에도 충분히 논란이 될 수 있는 내용들을 다루고 있어 흥미를 자아낸다.

 

  책에 소개되어 있는 명작들을 알고 있는 작품도 있고, 명작임에도 미천한 예술에의 적은 관심으로 인해 생소한 작품도 있었다. 하지만 그림에 익숙하든 그렇지 않든 그 그림들에 깃든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림을 보고 읽기에 깊은 흥미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여러 유명한 미술관과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작품들을 직접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어서 생동감은 떨어질 수 있지만 각 그림들에 담긴 이야기들은 다음에 혹시라도 이 작품들이 전시된 곳에 방문하게 된다면 마치 그 그림이 살아나 이야기를 해 주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될 것 같다.